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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생, 8학년생들을 꺾고 BC주 토론 대회 우승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3-09 11:55

[유망주] 캐나다 전국대회 출전 예정인 권준군
BC토론 및 담화 협회(DSABC)가 지난 3일 주최한 BC주 토론대회 노비스(Novice)부문에서는 이변이 있었다. 대회에 처음 출전한 6학년 학생이 8학년 학생들을 제치고, 높은 총점으로 부문 내에서 각각 최고의 토론자와 최고의 연설자에 오른 것이다.

그 주인공은 퍼시픽 아카데미 6학년에 재학 중인 권준(영어명: Luciano Kwon)군이다.

권군은 앞서 2월초 벌어진 로워메인랜드동부지역 대회의 우승자이며, 이 대회 후에 빅토리아대학(UVic)에서 열린 8·9학년 토론대회 노비스 부문에서 최고의 토론자에 올랐다.

토론대회는 여러 대학과 단체에서 열지만, 권군이 출전한 3월 대회는 BC주 챔피언십으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법률재단이 후원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법률재단배(Law Foundation Cup)로 불리는 대회다.

토론 대회는 마치 스포츠처럼 참가자를 평가해 승패를 가른다. 권군의 아버이자 퍼시픽 아카데미 토론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권혁욱씨(영어명: Antonio Kwon)는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과 방대한 독서량을 토대로 작성한 에세이가 토론에 중요한 기술이 된다고 말했다.

권군이 출전한 대회 평가표를 보면 ▲내용(content) ▲구성(organization) ▲표현(presentation)으로 나누어 학생을 평가한다. 내용은 적절한 인용, 요점의 여부, 논증제시 등을 토대로 평가한다. 구성은 도입부, 전개부, 결론부에 적절한 요소를 넣었느냐를 보고, 표현에서는 화자의 자신감과 전문성, 목소리의 효율적 사용, 자세와 동작, 감정표현, 청중과 눈 맞춤 등을 평가한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말 잘하기 대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마치 제한된 시간내 일정 회전수나 자세를 공연해야 점수를 받는 피겨스케이트 대회처럼 논리적인 점수체계가 있다.

또한 같은 논제를 두고 토론자는 공수를 교체해 진행한다. BC주 대회에 앞서 공개된 1차와 2차 토론의 주제는 각각 ‘범죄인을 처벌하는 대신 군대에 보내는 방안’과 ‘교사에 대한 학생평가제 도입’이었다. 권군은 이를 두고 찬성과 반대 견해에 서서 토론을 벌였다. 3차와 4차 토론은 현장에서 논제가 제시되는 형식이었다고.

우승 비법을 권군에게 물었다. “제가 잘했기 때문이지요” 짧은 답이 돌아왔다. 스스로 잘했다는 말은 권군이 내세운 일종의 명제였다. 뒤이어 차근차근 설명이 따랐다. 권군은 대회 출전을 위해 72시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논제에 대해 해법을 생각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숙고하고 공부하는 시간이었다고. 물론 단 72시간 안에 토론의 천재가 탄생하지는 않았다.

권씨는 권군의 평소 생활 습관을 들었다. “매일 BBC와 이코노미스트, 글로브 앤드 메일 등을 보고 읽습니다” 비결은 신문과 잡지를 정독하는 습관에 있었던 셈. 시사 용어가 권군의 어휘력의 근원이 돼 또래보다 풍부한 어휘를 적절한 상황에 구사하고 있었다.

기자의 판단으로는 사회적 경험이 짧은 6학년생이 재밌게 읽기에는, 혹은 사전 지식 없이 해당 매체를 파고들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해서 ‘그런 신문과 잡지  읽기가 재밌나?’라고 권군에게 되물었다.  “네. 재밌어요. 최근에는 공화당 디베이트 중에 미트 롬니(Romney)의 토론을 보고 응원을 했어요”

기자는 6학년이 이처럼 조숙하고 당돌한 화제를 꺼낼 수 있을까 해서 재미를 느끼는 이유를 캐묻게 됐다. 돌아온 대답의 핵심은 ‘자기동기부여(self-motivation)’였다. 권군의 장래희망은 변호사를 거쳐 정계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토론하거나, 시사 신문과 잡지를 읽는 것을 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으로 여겼다. 단순히 해야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토론과 독서만 뿐만 아니라 아이스하키와 수학 공부도 권군이 ‘즐기는 일’ 중에 포함돼 있었다.

장래희망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동기부여를 하는 권군. 그런 환경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권씨에게 물었다. 인터뷰에서 여러 얘기가 오갔고, 다시 이메일로 그 부분을 정리해 보내줬다.

“저희 교육 철학은 교육에 가장 중요한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입니다. 우선, 자녀 양육의 가장 중요한 기본은 사랑입니다. 자녀에게 사랑하며 인정 한다는 점을 꾸준히 어려서부터 말과 행동으로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둘째, 자녀의 무궁한 잠재력을 개발시키기 위하여서는 어린 자녀가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주입식이나 반복 학습 등 일방적인 교육은 자녀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일깨우지도 못하고 능력을 개발 시킬 수 없습니다. 자녀의 잠재력 개발은 참된 호기심과 재미, 그리고 그러한 것의 몰두에서 발전 됩니다.”

앞서 권군도 인터뷰에서 자기 아버지의 의견에 동감을 표시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하게 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엄마, 아빠가 하나만 정해놓고 밀어붙이면 그 아이는 한 가지는 이루겠지만,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일은 기회가 없으니 잃어버리겠지요.”

캐나다 태생인 권군은 짜인 틀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게 돼 있는 캐나다의 환경이 좋다고도 했다. ‘한국 환경은 안 살아봤으니 잘 모르지 않나?’ 라고 기자가 일부러 응수해봤다. 권군은 당황하지 않고 답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렇게 아이들이 자기 희망에 따라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나라는 몇 안 되지요. 그래서 감사해요”

권군은 최연소 나이로 곧 캐나다 전국 토론대회에 출전해 8학년과 대결할 예정이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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