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단체장 명함을 갖게 된 사람에게 마냥 축하 인사를 전하기가 다소 거북한 요즘이다. 특히 한인사회의 대표적 경제단체인 ‘BC한인협동조합실업인협회’(이하 실협)의 새 회장에게는 축하 대신 “책임이 참 무겁겠습니다”는 위로의 말이 더 어울릴 듯 싶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공격경영과 위축된 경기 탓에, 실협 회원 업체 상당수가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20여년간 식료품점을 운영해 왔다는 한 실협 회원은 “근래 들어 평년 대비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며 울상이다. 어렵다는 하소연을 곳곳에서 접하게 되는 이 시기에, 허형신 전임 회장으로부터 바톤을 넘겨 받은 한대원 회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3일 실협 정기총회를 통해 회장으로 선출됐다.
“배너 프랜차이즈 적극 검토할 것”
실협 회장으로서 이제 막 출발선을 통과한 한대원 회장의 머릿속은 꽤나 복잡해 보인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몇몇 공룡 업체들을 제외하고 나면 소매 경기는 ‘한파’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 회장 역시 88년 이민온 이후 줄곧 한 곳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해 온 터라 이 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부 다 그렇다고 단정짓기는 좀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통합소비세(HST) 도입 이후부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시작했죠.”
통합소비세가 소비자의 ‘체감 물가’를 바짝 끌어올렸다는 얘기에 토를 달 사람은 주정부 당국자 이외에는 별로 없다. 또 하나의 악재가 있었다.
“담배 제조회사가 업체별로 공급가격을 차등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소규모 업체가 이 때문에 골치가 많이 아팠지요.”
실협 매출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넉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실협 차원에서도 생존 전략이 제시됐다. 그 첫번째는 전임 회장이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전문경영인제 도입이었다.
“전문경영인에 대한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물건이 다양해졌고, 영업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돼서 불편함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더 말할 것도 없는 얘기지만, 회원 업체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실협은 존재 이유가 없겠지요.”
회원과 동반 성장하는 실협이 되기 위해 한대원 회장은 몇 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회장직에 오르기 전, 그가 했던 약속들 중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배너 프랜차이즈’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다.
“한국은 프랜차이즈가 대세라고 합니다. 동네를 지키고 있던 소규모 점포들이 죄다 편의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도 위기라고 느꼈습니다. 이곳도 대형 업체들이 동네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듯한 모습이거든요.”
‘배너 프랜차이즈’란 한마디로 업체 간판을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실협이 나서서 편의점 모양새를 갖출 여건이 되지 않지만, 간판만이라도 하나로 만들어서 인지도를 높여보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간판 교체 비용이다.
“그래서 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에요. 하지만 제작 비용을 댈 수 있는 스폰서를 구할 수만 있다면 회원들이 많이 호응해 줄 거라고 봅니다.”
두번째 공약은 실협 집행부와 회원간 소통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 이는 전임 회장 때부터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분기별로 ‘실업인 협회 뉴스’를 발간해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웹사이트도 회원들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에요.”
이 밖에도 단가 절감을 위해 공동 구매를 확대하고, 회원 업체의 고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법률 및 회계 서비스도 보완할 생각이다. 실협 회장 임기가 2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거리가 좀 많아 보인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이 사업을 완수하지 못한다 해도, 후임을 위한 밑거름은 충분히 될 수 있겠지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한대원 신임 회장은 "실협과 회원간 소통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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