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뚱딴지와 코스모스

양한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6-06-12 09:05

양한석/(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오죽 못생겨 '뚱딴지'같다고 했을까. 돼지감자라 불리는 식물 이름도 조금 엉뚱스럽기도 하다. 별명조차도 '뚱단지' 라고 하니 어째서 이런 명칭을 얻었는지 알아보게 되었다. 가드닝에 익숙하고 부지런하신 이웃집 D 선생으로부터 식물을 처음 분양받았을 별로 관심 없이 보통 자라는 식물로 알고 이름이 '돼지감자' 하여 감자의 다른 식물 정도로만 알았다.  그런데 하필 돼지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엄청 돼지처럼 식성이 좋아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감자처럼 뿌리가 생기는 것일까? 라고 추측해 보기도 했다. '뚱딴지' 별다른 모양을 보이지 않고 한두 해를 그냥 피고 지면서 다른 식물과 보통 키에 파릇한 잎을 펼치며 자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 나를 놀라게 하는 장면을 보여 것이다. 돼지감자의 진면목을 과시하려는 ,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오르는 중심 대궁은 마치 해바라기를 방불케 했다. 아니, 언뜻 보기엔 해바라기가 자라고 있다고 착각이 정도였다. 여름 뙤약볕에 성장하는 돼지감자는 정말 왕성한 발육을 보이며 하루아침이 매일 새로 왔다. 담장을 훌쩍 넘어 이젠 어느 한쪽으로 쏠려 자랄 만큼 치솟아 올라 자기 무게를 감당키 어려운 상태가 되어갔다. 무서운 성장력을 보이는 기세는 참으로 놀라웠다. 높이를 따라가며 커져가는 박잎 같은 잎사귀가 너무 크고 너무 많아 주곤 했다. 어찌나 싱싱한 잎들인지 그냥 생채로 먹고 싶을 만큼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파릇한 이파리들이 마냥 싱그럽기만 했다. 잎이 달린 대궁의 굵기조차도 거의 해바라기 만큼 굵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노란빛이 감도는 국화처럼 생긴 한두 송이가 꼭대기에서 피어났다. 모양은 커다랗게 자란 키만큼 크지는 않았다. 해바라기꽃 만큼은 커야 크기에 어울릴텐데, 높다란 곳에서 자그마한 꽃이 피니 조금 불균형스러워 보였다. 이것 또한 뚱딴지같은 모양이 아닐 없었다. 무렵 이웃집 D 선생은 이슬 맺힌 이른 아침부터 일손이 바빠진다. 녘엔 부지런히 동네 공동 텃밭 주변에 코스모스를 일일이 가꾸어 일대가 분홍, 하양, 자주빛 코스모스가 물결치도록 자라나게 했다. 텃밭 주위를 돌아가며 가장자리마다 일렬로 코스모스가 피어나 장관을 이루었다. 다른 주택가에 새롭게 단장하여 환하게 밝아 왔다. 주차장 일대가 꽃동네로 변장하니 아침을 시작할 때마다 상쾌한 웃음꽃을 선사했다. 미소를 머금으며 보는 사람마다 저절로 소녀 같은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사람의 부지런한 수고로 이렇게 환경을 변화시켜 주니 손길이 얼마나 귀한 모르겠다. 모두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 덕분에 여러 소수 민족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한국인의 위상이 올라가 동네를 관리하는 매니저의 표정 또한 사뭇 달라 보였다.

가을걷이가 왔다. 어느 저녁 무렵, 이웃집 D 선생은 집사람을 찾았다. 공동 텃밭에서 돼지감자를 캔다고 부른 것이다. 내가 현장을 목격했다면 보다 뚱딴지의 형태를 실감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아뭏튼 '울퉁불퉁' 생강 뿌리 같은 모양이나 생강보다는 크고 보통 감자보다는 작은 모양의 돼지감자였다. "어찌나 뿌리마다 흙을 시꺼멓게 뒤집어쓰고 움켜쥐었는지 말도 말아요. 씻고 씻어도 흙탕물이 까맣게 나오드라고..” 아내는 힘겹게 수확한 속살이 하얀 알뿌리를 들고 왔다. 모양새로 본다면 조금도 돼지라는 이름이 붙여질 리가 만무했다. 그저 우락부락 생긴 모습대로 알감자 모양일 뿐이었다. 아마도 뚱딴지의 왕성한 성장력에 탄복하여 돼지같이 뭐든지 먹어 치우는 번식력에서 이름이 지어진 것이라고 짐작해 보았다. 농부들은 안다. 어느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아무런 보살핌도 없이 쑥쑥 자라는 식물이라는 것을 안다. 가드너들은 정원 중앙에 절대 식물을 심지 않는다. 다른 화초를 침범하여 망칠 정도로 번식력은 무섭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 이름을 '예루살렘 아티쵸크'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건조하고 황량한 사막의 땅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보이며 자라가는 '아티쵸크'라고 불렀고 특별한 지명도 따라붙은 모양이다. 그것은 마치 어떤 식물이든지 D 선생의 손길만 스쳐 가면 거침없이 키우는 것과도 같았다.

여러 가지로 돼지감자를 요리할 있다. 식감은 아삭하고 고소한 뿌리의 맛이 감돈다. 생채로 살라드를 만들고 감자처럼 조림으로 하거나 장아찌로 간장 식초에 담가 초절임으로 먹을 있다. 갈아서 전을 부치고 얇게 썰어 말려 茶로도 마시기도 한다. 혈당을 억제하는 인슐린같은 이뉼린 성분이 들어있어서 당뇨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여러 가지 가공품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조리법이 있는 만큼 식탁에 자주 오르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돼지감자의 식감이 아삭해 독특한 물김치를 담가 보았다. 나박김치를 담그듯 고춧물을 들이고 노란 배추와 당근, 고추와 무를 곁들였다. 풀을 쑤되 젓갈은 쓰지 않았다. 적절한 간을 맞추고 익어가면서 물김치 맛이 여간 새롭지가 않았다. 일거양득의 즐거움일까. 성인병에 좋다 하니 숟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이런 유익한 뚱딴지와 코스모스를 선사해 주신 이웃집 D선생은 나의 고마우신 친구이며 스승이시다. 눈엔 똑같은 녹색 풀로 보이지만 속에서 여러 가지 식용 가능한 나물들을 쉽게 알려 주신다. 새벽이슬을 바짓가랑이 묻혀가며 수고하시고 저녁 해질녘엔 동네 주위를 밝히려 분수를 쉬지 않고 뿜어 주시는 고마운 이웃이다. 그분이 우리 마을에 있어서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다. 올여름에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는 돼지감자를 생각하면 언제든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볕이 좋은 유월 야외 스케치를 나간다 긴 이젤 위 캔버스 그늘에 세워두고 연못의 수련을 그린다 합장하는 꽃들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 하나 모네는 자신의 정원에서 왜 그리 수많은 수련을 그렸을까* 암갈색 수면 위 빛의 시간들이 데려온 색들의 향연을 그린 걸까 긴 아픔 뒤에 위로 같은 아름다운 연못 충만한 적요(寂寥)를 풀어놓은 걸까 고요한 수련(睡蓮)이 시끄러운 나를 수련(修練)하는 오후 한낮의 햇살은 구름 나무 수련 금붕어로 한 폭의...
김계옥
오죽 못생겨 '뚱딴지'같다고 했을까. 돼지감자라 불리는 식물 이름도 조금 엉뚱스럽기도 하다. 별명조차도 '뚱단지' 라고 하니 어째서 이런 명칭을 얻었는지 알아보게 되었다. 가드닝에 익숙하고 부지런하신 이웃집 D 선생으로부터 이 식물을 처음 분양받았을 땐 별로 관심 없이 보통 자라는 식물로 알고 이름이 '돼지감자'라 하여 감자의 또 다른 식물 정도로만 알았다.  그런데 왜 하필 돼지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엄청 돼지처럼 식성이 좋아...
양한석
사람들은 바다로 고기를 낚으러 간다지만, 나는 바다에 나를 버리러 간다. 세상의 잡다한 말과 생각들을 파도에 던져버리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비움의 공간에서 자신을 마주 보는 것이다. 극지에 사는 이누이트들은 화가 나면 무조건 걸어서 충분히 왔다 생각되면 막대 하나를 꽂아 두고 돌아온다고 한다. 미움, 원망, 서러움, 얽히고설킨 감정들을 그곳에 남겨두고 온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 전날 밤에 가슴 설렘으로 잠 못...
손정규
김포 생태공원 가는 길흔들 다리를 건너며물 안개 피어오르는 강을 본다 전망대 오르는 길,소나무 몇 그루와 물 찬 제비꽃이애기봉 전설을 불러낸다  병자호란 때사랑하던 평양감사가 북으로 향하자기생 애기는 밤하늘에 수를 놓듯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다병이 깊어 세상을 떠났다  임진강과 한강은 지금도 서로를 바라보지만한번도 만나지 못한다 전망대에 서서희끗한 나이도 잊은 채,북녘 하늘을 무심히...
윤우영
밥상 2026.06.04 (목)
접시와 접시 사이숲과 들과 물이 겹쳐 있다짐승의 흔적을 쫓던 발자국,갈라진 손바닥이 물을 더듬던 자리—그 숨결이 아직 식지 않는다접시 위에 놓인 것마다멀고 거친 길을 건너왔다이빨에 물리던 순간들,살아남기 위해 삼켜야 했던 밤들이얇은 김처럼 다시 오른다서로 마주 앉아웃음과 음식을 섞을 수 있기까지불가에 모여 앉던 목소리들이입 안에서 천천히 풀린다수저를 들어 올리면길을 잃을 듯 펼쳐진 이 자리—오랜 시간을 건너온 손끝이오늘의...
송무석
이사 온 아파트 1층에 요가 센터가 들어섰다. 유리문이 열릴 때마다 습한 열기와 함께 땀에 젖은 사람들이 요가 매트를 어깨에 메고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낯설었으나, 불그스레 달아오른 얼굴들이 거리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문안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그들의 표정에는 몸속의 묵은 것을 털어내고 나온 사람들만의 가벼움이 있었다. 땀방울은 단순히 운동의 흔적이라기보다 무엇인가를 비워낸 정화의 표식처럼 보였다. 호기심은...
허정희
유월 아침 2026.06.04 (목)
강을 따라도심으로 온갈매기날개 펄럭일 때마다뚝뚝바다가 떨어지고성급히 일어나는파도 소리에꿈틀거리는 배냇짓굽은 척추 사이로푸른 물살 채우면서들어서는 여름
김귀희
요즈음 너무 많은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난다. 건강, 기술, 문화, 설교, 말씀, 유머, 생활, 음악 등에 관한 정보를 이메일이나 카톡으로 거의 매일 전달받고 산다. 한 페이지에 쓰인 내용을 메시지로 받아 읽고 보는 것은 그리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영상으로 된 것들은 보기 전에 다운로드해야 하고, 또 보는 데도 시간이 들어가게 된다. 아름다운 풍경, 음악, 좋은 말씀, 유익한 정보가 들어 있는 동영상들도 많이 있다. 하루의 일상을 기분 좋고...
김현옥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