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배/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한여름
등 뒤로 그늘이 짧게 접힌다
서원의 뒤뜰
낡은 마루를 스친 바람 끝에
붉은 것이 서 있다
절 집 마당에도 같은 빛
낮은 독경이 공중에 얇게 걸리고
말 몇 줄이
입술 안에서 마른다
그 사이에서
너는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바람이 와도 흔들릴 뿐
떨어지지 않는 것은
아직 남은 것들 때문일까
붉음은
숨기지 않는 방식으로 타오르고
표면은 지나치게 매끄러워
손을 대면 곧 부서질 것만 같다
한 장
또 한 장 허공에 닿자마자
가벼워지는 것들
소리 없이 흩어지는 동안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남겨진 열기
버리지 못한 이름들이
안쪽에서 천천히 식어갈 때까지
너는 그 자리에 서서
끝내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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