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미네르바의 부엉이

조정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3-07 16:28

조정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부엉이 한 마리가 식탁 위에 놓여 있다. 겨우 한 뼘 키의 부엉이는 눈매가 매섭고 부리가 뭉툭하다. 동그란 눈과 날카로운 부리 대신 치켜뜬 눈매와 잘려 나간 부리, 발톱을 살짝 감춘 모습이 영 예사롭지 않다. 부엉이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만든이의 암묵적 의도를 헤아려보는 아침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믿기지 않는 세상 소식에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힘든 날들이다. 우리 사회가 불확실성의 위기에 놓였던 계엄령이 해제된 후 그 정당성 여부를 가리는 상반된 주장들이 갈수록 여야 정치권과 그 지지 세력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인터넷 신문과 방송, 유튜브와 SNS, 카카오톡 등에서 쏟아내는 진영 간의 일방적 정치 뉴스는 점점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며 불안과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핸드폰을 곁에 두고 밤잠을 설치며 시시각각의 뉴스에 마음 졸이다 또 안도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제 사고의 알고리즘에 의해 자기 나름대로 듣고 본 정보만 옳다는 확신으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억압적인 태도로 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가족과 친구들 모임에서조차 느닷없는 정치 성향의 날 선 말들은 냉소적 불통의 분위기로 이어지고 끝내는 소원한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며칠 전 남편은 하루 종일 나무토막을 깎고 다듬어 낯선 부엉이를 만들었다. 눈을 치켜뜨고 주둥이를 꽉 다문 표정에서 사뭇 진지한 메시지를 읽는다.
 ‘말을 아껴 침묵으로 소통하라’ 
세상의 부조리가 들끓는 뉴스에 시시비비를 가리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제 추스르려는 다짐이기라도 할까. 사회적 정의와 인간의 품격이 사라진 비난과 분노, 증오와 처벌 같은 어둠의 말로 뒤덮인 미디어로부터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인가 보다. 때로 침묵은 상대와 나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생각해 보고 사소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하는 힘이 있음을 안다. 다른 견해를 갖은 누군가에게 말하기가 주저될 때 말을 삼키는 것은 내 생각과 판단이 사실에 근거를 두는지, 내 말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일지 생각할 틈이 필요할 때이다. 
 부엉이는 때로 올빼미로 불리기도 하는데,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눈동자는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미네르바의 깨어있는 지혜를 상징한다. 숲속에 사는 부엉이는 머리가 크고 어두운 곳에서도 눈이 밝으며 방음 기능이 있는 날개로 소리 없이 사냥감을 덮칠 수 있다고 한다. 부엉이의 생김과 행동은 깊이 생각하고 사물을 정확히 분별해 뜻하는 목표물을 얻도록 특화 적응된 것이다.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1821년 그의 저서 <법철학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펼친다.”라고 했는데, 이 말은 일상을 마무리하는 어둠이 내리면 고요한 마음과 지혜의 눈으로 세상과 자신을 성찰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요즘 분노 과잉의 개념이 전도된 말에 대한 나름의 저항은 거리두기다. 왜곡된 정보에 반응하지 않고 냉정을 유지하는 것은 나를 ‘장삼이사’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며 진실에 눈감는 일이 결코 아니다. 소리 높여 주장하는 각 정치권의 말들이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지 아닌지,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비전을 제시하는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올바른 수단을 쓰는지 살피며 이성적 시민의 역할을 다짐하는 중이다.
‘언제쯤 우리의 일상이 분노와 대립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역사는 끊임없는 대립과 극복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메우고 있다. 지금의 시련을 함께 극복하자고 모인 저들은 오늘도 삭풍의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친다. 절망의 끝에서도 희망을 보는 눈부신 그들의 노랫말에 귀 기울이는 겨울밤이다.
 “– 나 태어난 곳 
   사랑이란 아름다운 말을 배운 이곳
   저 무성한 들풀과 같이 
   내가 살아가야 할 이 땅이여–”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시월의 바다 2026.02.09 (월)
친구여 시월의 바다를 보러 가요에메랄드 번지는 바닷물 따라흰 돗이 기울듯 서툰 배는먼 항로를 찾아가고끝없는 햇살에 수평선이 눈부실 때젊은 꿈이 아직 말 못 하고 서 있지만해변의 잔돌들은 세월을 견디고여물어 가요겨울의 바다는 차가웁게 모두를 멀리하겠지요파도 속 산호는 빛을 잃고고기 때는 검은 투망을 피해 몰려다니고남겨진 조개들이 모래밭을 찾아 긴 행렬을 짓고검푸른 바위는 바다를 움켜쥐려고 울부짓을 거에요고동 소리를 담은...
김석봉
아버지를 찾아서 2026.02.09 (월)
  내 얼굴에도 인생의 흔적을 품은 고랑이 패기 시작하고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되었다. 너 같은 딸을 낳아보라 하시던 엄마의 울분도 어느덧 내 것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50살이 넘어서야 집어 들었던 책이 있는데, 제목이 [아버지를 찾아서]이다. 아버지 없이 어린시절을 살아온 나였다. 그랬던 내가 저자를 따라 아버지를 찾아 나선 여정에 동행하였다. 나의 아버지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일곱 살 때 우리 엄마와 아빠는...
김보배아이
말은 입체다 2026.02.09 (월)
  어느 환자를 두고,"암입니다. 6개월 생존율이 5%이고 현재로선 치료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의사 A와,"어려운 상황이긴 하나 현대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치료 약이 나올 겁니다. 그때까지 저와 함께 버텨봅시다."라고 말하는 의사 B가 있을 때, 환자는 어느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고 싶을까.남편 중에도 A타입과 B타입이 있다. 아내가 저녁밥을 먹은 뒤 배가 살살 아프다고 할 때, TV 화면에 눈을 고정시킨 채 "많이 먹을 때...
정성화
     세 갈래 길     삼거리 이정표를 만나거든     세상살이의 이치여,     지나온 길 뒤 돌아 보게 하고     잠겨서 보이지 않는 길,     찾아야 할 희망을 가늠하며     마음 걸터 앉아 숨 고르는     쉼터 인 것을 알려 주구려.      삶이 한번이라도     등골이 휘는 세상살이를 일러     우연이라고 위로 해 주지 않듯   ...
조규남
“아빠, 뭐 보고 있어?”이른 아침, 아빠가 텃밭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한 무더기 풀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잠이 덜 깬 눈으로 쪼르르 달려가 아빠 등에 기대며 물었어요.“아고, 우리 호야 깼구나. 더 자지 않고?”“어? 텃밭 풀이 다 어디 갔어요?”내 키보다 훌쩍 자란 풀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우와! 텃밭에 풀이 다 없어져 보기 좋아요. 어젯밤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봐?”“우렁각시? 하하 맞네. 착한 우렁각시.”아빠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정순
바람 2026.01.30 (금)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만나서 마음속으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진다. 바람을 쐬러 산책길에 나선다. 머리카락, 피부에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가슴을 열고 하늘을 본다.바람은 보이지 않으나 감촉을 느끼게 한다. 하루에 한 번씩 바깥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어야 생기가 날 듯하여, 오후가 되면 산책길에 나선다. ‘바람을 쐬는 일’은 무슨 일인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스스로 물어보기도 한다.운동장을 몇 바퀴 걸으면 마음속으로...
정목일
이민 삼십 년 2026.01.30 (금)
이민자 낯선 땅에 뿌리내리려 할 때마다사람들은 내게 보이지 않는 눈금을 들이민다고향이라는 눈금, 학교라는 치수그들은 나의 과거를 재는 것이 아니라자신들이 밟고 올라설 사다리의 높이를 가늠하는 중이다골목마다 교회 숲을 이루는 도시절 향기는 댓돌처럼 차고 문지방처럼 높다교회의 찬송은 매끄러운 비단처럼 반짝인다사람들은 나를 그 화려한 그물 속으로 초대한다거절의 벽을 허물고 들어가 앉은 식탁 위에서나는 비로소 이방인의 허기를...
전재민
산에는산길에는해 오르고 달 오르는 길이 새롭다 산은철따라 외로움이 피고 지는꽃들의 터전 그리움이 울어넘는산새들의 고향이다 미움도 사랑으로 옷을 갈아 입는아라리 산길 산에 오르면제 마음 봄이되어발걸음이 가볍다 산은오를수록 제 안의 저를 알아가게 하는무언의 스승 그 산길에 오르며 배움이 깊다
유병옥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