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잘 잤느냐고 /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 내년에도 또 꽃을 피울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 신경림 ‘눈 온 아침’
시절이 하 수상하다. 세상 참 어지럽고 징그럽고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생각과, 12월들어 연속되는 예측불가능한 일들과 사건사고들의 전개로 마음이 한없이 무겁고 어두운 세밑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가끔 시(詩)에서나 찾을 수 있을 뿐, 세상은 생각한 것 그 이상으로 나빠져만 가고 이 천박(?)하고 또 안타까운 격변의 소용돌이속에서 새해의 희망을 꿈꾸고 노래함이 그저 사치로까지 느껴질 뿐이다.
둘
생일이 지나며 오타와에 아들이 하나 더 생겼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한다고 보통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들 하지만, 해야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일치되지 않을 때, 우선은 해야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밖에는 없는 것이 우리 삶이다. 그러나 65라는 숫자를 받아 들며 이제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살아도 괜찮다는 어찌보면 ‘사회적 깍두기’로서 임명과, 시간당 생산성으로부터 자유로운 면죄부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읽은 ‘내 평생 쉴 곳을 찾아 다녔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작은 구석방”이라는 구절을 떠올려본다. 물질적 호사를 누리며 사는 삶이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고 늙지않는 것도 아니고 또 죽음이 유보되는 것도 아니리라. 결국 삶은 얼마만큼의 소유를 두고 다투는 랜덤게임이 아니라, 얼마나 그 순간순간이 즐겁고, 집중된 삶을 사느냐의 게임은 아닐까… 그리고 이왕이면 일회성 그 게임의 승자쪽에 자리하기위해서 늘 염두에 두어야할 일은 걱정과 불안과 염려를 떨쳐낸 몰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셋
열정이 식은 뒤에도 / 사랑해야 하는 날들이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 부둥켜안고 가야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 도종환 ‘저녁 무렵’
지난 한 해를 함께 걸어준 글친구들에게 감사를 보내며, 그 분들과 그리고 무엇보다는 나 자신에게 짧은 연하장을 한 장 써서 띄워 보낸다.
“작은 일상의 행복이 쌓여 특별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2025, 웃음꽃이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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