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인생의 황혼을 맞이한 사람들끼리 늦가을 단풍구경 하러 시애틀로 기차여행을 간다.
우리는 30년전 빅토리아에서 만나 밴쿠버로 이사 나온 가족이다. 이른 새벽부터 부산하다. 보통때 아침의 하는 일을 초스피드로 줄여 로히드 스카이트레인 역을 향해 달린다. 만약에 새벽부터 첫차로 일하러 나가면 발걸음이 무겁지만, 이렇게 여행하려고 나온 새벽은 날아갈듯이 가볍고 즐거운 마음이다. 마치 어렸을 때 소풍 떠나는 전날 밤의 마음같이… 일행을 만나 옹기종기 빈자리에 앉아 아침 집에서 나온 부산한 이야기를 나눈다. 첫 열차인데 사람들이 꽉 찼다. 우리는 센트럴역에서 미국 통관을 위해 6시에 대기하다가 7시 15분에 암트랙(Amtrack) 기차를 탔다. 첫 번째 정거장은 벨링햄역에서 멈추었다. 그사이 우리들은 싸가지고 온 유부초밥, 삶은 고구마, 계란 등을 먹었다. 가면서 차창 밖으로 태평양 바다와 해변풍경, 단풍진 가로수를 보며 여러가지 상념에 잠긴다. 이 기차의 종착역은 오레건주 포틀랜드이다. 씨애틀까지 네정거장을 지난 후, 타코마를 지나 다섯 정거장을 더 지나면 포틀랜드이다.
나는 갑자기 교회 설교 제목인 “어디를 향해 가십니까?”가 생각이 났다. ‘나는 이 역들이 수평이 아니고, 수직으로 놓인다면 종착역은 천국이리라. 만약 수문장이 있다면 틀림없이 표를 조사하리라. 그리고 그의 행적에 따라 천국의 문을 통과시킬런지 아니면 지옥행 열차로 갈아탈지 모르는 일이다.’ 라고 생각해 본다.
시애틀 역에서 나오자마자 1일 교통카드를 만들었다. 근처 사무실에 가서 시니어라고 하니 하루종일 타는 비용이 미국달러로 2불이었다. 코팅된 카드에 이름이 인쇄된 볼품있는 카드였다. 하루 2불카드가 캐나다 1년치 45불 카드보다 기쁨이 컸고, 기분이 매우 좋았다.
몇 군데 관광지를 지하철 타고 움직였다. 우선 파이크(Pike) 수산시장에 들려, 그곳의 맛집인 클램차우더 스프를 사먹고 나서, 버스타고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타워에 갔다. 예전에도 한번 탔기에 근처만 배회하다 다시 모노레일(2불 티켓으로 통용됨)을 타고 다운타운에 와서 맥도날드에 들렀다. 그곳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켜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주문만 받고 실내는 들어갈 수 없었다. 넓은 홀은 출입금지였다. 아마도 주변 행려자와 마약중독자때문인 것 같다. 시내인데도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백화점 안도 정말 한산하였다. 날씨탓인가 시애틀이 20여년 전보다 많이 을씨년스럽다.
다시 밴쿠버로 돌아오기 위해 역으로 돌아와 오후 6시에 시애틀을 출발했다. 도착은 밤 10시였다. 짧은 하루여행이었지만 큰 돈 안 들이고 즐거운 빅토리이 지인들과의 기차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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