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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눈물 같은 비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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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10-04 09:32

류월숙


당신이 떠난 빈 자리

낯설어 허공 향해

온몸으로 허우적 대 보지만

얼마나 큰지 아직은 가늠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감당했던 그 시간들

돌아보니

우리의 작은 꿈밭이었습니다

당신이 놓아버린 후에야 

당신의 따뜻한 사랑으로 일구어 놓은

오묘한 우주임을 알았습니다

 

함께한 날들 헤집으며

온종일

눈물 같은 비 내리고

가슴 저리는 슬픔이

큰 산 되어 파도로 밀려옵니다

 

등 돌려 당신은 가고

우두커니 앉아

그래도 밥 먹어야 하는 현실은

인간임을 거부하고 싶은 절망이었습니다

 

말없이 일하던 당신 모습은

이젠 내게 미안함이 되어, 자책이 되어

후회가 되어, 고마움이 되어

마침내는 가슴 파고드는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내 밖에서

날마다 눈으로 보이던 당신은

이제 내 안으로 이사 와 마음에 가득합니다

아직 당신 온기 그대로인 

정원 의자에 앉아

당신 향기에 젖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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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쏘았을까독침 날아와심장에 박힌다벌떼는 귓속에까치는 머리에 살아서내 안에 서러운 항아리괜찮다 괜찮다고 말해본다아니다 아직은 아프다불면의 따가운 눈잿빛 거리를 서성인다보라눈보라 치는 날의 쥐똥나무를각 세워 몸통 잘린 채로홀로 푸르르다시렁 위 등불 켜고천 길 아래로 무릎 꿇고옹이진 마음 비워내던 날길모퉁이 키 작은 그 나무나를 보고 말한다산다는 것은 견디는 것이라고꾸욱하얀 그 꽃향기 가슴에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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