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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룹스를 오가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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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04-12 09:01

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최근에 호프 인근 코퀴할라 하이웨이(Coquihalla Highway)서 차량 20여 대가 연쇄적으로 추돌하는 사고가 있었다는 신문 기사(밴쿠버 조선일보, 2 11일 자, 2021)를 보았다. 픽업 트럭이 미끄러운 커브 길에서 멈춰 서면서 사고가 시작되어 30여 명이 부상하였다고 한다. 남편이 2007년도에 1년간 캠룹스(Kamloops)에 있는 Thompson Rivers University에서 전자통신과 전임강사로 근무하였을 때에, 코퀴할라 하이웨이를 여러번 오가던 도로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남편은 주중에는 캠룹스에서 거주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주말에는 자동차로 금요일 저녁에 운전하여 밴쿠버로 왔다가 주일 예배 참석하고 저녁에 캠룹스로 갔다. 보통 자동차로 다녔지만, 추운 겨울에는 주로 비행기로 다녀가기도 하였다. 그 당시 아들은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통근하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 새벽에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주중에 일하고 목요일 밤에 밴쿠버로 귀가하였다. 남편이 비행기로 캠룹스에서 다니러 오게 되는 주에는, 아들을 위하여 월요일 새벽과 목요일 밤, 남편을 위하여 금요일 저녁과 주일 저녁에 라이드 및 픽업으로 밴쿠버 공항으로 출퇴근하다시피 운전 하며 바쁘게 지냈다.

강의가 없었던 여름 방학 때에는 남편과 같이 캠룹스로 자동차로 가서 같이 지내다가 주말이 되면 같이 밴쿠버로 돌아와서 교회 예배에 참석하였다. 석 달 정도 캠룹스에서 남편과 같이 지냈는데, 그때 코퀴할라 하이웨이를 매번 지나다녔다. 밴쿠버에서 캠룹스까지 3시간 반 걸리는데, 가는 도중 주로 칠리왁에서 내려 커피집에 들르곤 하였다. 밴쿠버 시내에서만 주로 살다가, 교외로 벗어 나는 고요함, 여유로움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BC 내륙의 시골길을 자동차로 달리며 주위의 초원, 나무들, 농가, 산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며 달리던 시절이 새롭게 느껴진다. 다시 밴쿠버로 귀가할 때에는 호프에서 커피집에 들르곤 하였다. 캠룹스에서 금요일 오후 3시경에 떠나곤 하였는데, 랭리에 들어서면서 교통 체증이 증가하여, 집까지 4시간 반이 걸리기도 하였다. 밤이 되어 포트만 다리를 건널 때에 많은 주택에서 비추어 나오는 불빛들이 휘황찬란하여, 야광에 보이는 밴쿠버는 역시 크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였다.

코퀴할라 하이웨이는 높은 산 위로 도로가 만들어져 있고, 정상은 해발 1,244m 위에 있어서 기상 변화가 심하여 여름에도 눈이 내리고 얼음이 생기는 곳이다. 눈이 내리고 추운 겨울에는 사고도 잦아 북미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속도로 달려야 하는데, 커브가 있고 경사가 있어서 지나다닐 때마다 여름철에도 위험을 느끼곤 하였었다. 눈이 날리는 추운 겨울 주일날, 오후 교회 예배를 드리고 저녁에 남편이 혼자 자동차를 몰고 캠룹스로 갔던 때가 몇 번 있었다. 위험한 코퀴할라 하이웨이로 인하여 걱정이 되었다. 컴퓨터로 코퀴할라 하이웨이 길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어서, 남편이 운전하여 지나는 시간에 상황을 주시하며 살펴보곤 하였다. 일찍 어두워진 겨울 밤에 눈발이 날리고 차 유리창에 붙는 눈을 거두며 달리는 자동차들을 보면서 마음 졸이며 안전한 운전 길이 되기를 기도하였다. 남편이 캠룹스 아파트에 잘 도착하였다는 전화를 받으면 그제야 안도하며 감사 기도를 드렸다.

한번은 겨울 주일 날 저녁 비행기로 9시 출발하는 남편을 밴쿠버 공항으로 바래다주고,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비행기 이륙 1시간 후면 캠룹스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었는데, 3시간이 지나도 남편에게서 전화가 없었다. 애타게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밤 11시가 지나서야 전화가 왔다. 지금 밴쿠버 공항에 다시 와 있으니 픽업해 달라고 하였다. 저녁 9시에 출발한 비행기가 캠룹스까지 갔으나, 안개가 너무 짙고, 눈이 많이 와서 착륙할 수 없어서 다시 밴쿠버로 되돌아와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공항으로 가서 밤 12시경에 남편을 픽업하고, 그 다음 날 아침 7시 비행기로 남편이 캠룹스로 떠났던 일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하고 아찔한 상황들이었는데, 하나님의 보호하셨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요즈음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하여, 여행도 하지 못하고 지내고 있으니, 벌써 14년이나 되어 가는 캠룹스를 오가던 시절이 그려지며, 자동차로 신나게 달려가던 시골길, 풍경과 위험했던 코퀴할라 하이웨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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