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코로나 팬데믹에 엄마 찾아 이만리

김현옥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6-28 15:47

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한국 방문하고 2019년 10월 중순에 출국할 때 어머니께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요”라고 경쾌하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전에도 여러 번 방문하고 어머니와 같이 지내다가 헤어졌지만 언제나 눈물을 흘리곤 하였는데, 다시 곧 만난다며 처음으로 씩씩하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캐나다로 귀국하여 2020년 4월 중순에 한국 방문하고자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기다리는데 악몽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것이다. 캐나다 정부에서 해외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항공사에서도 여행을 취소하라는 연락이 왔다. 그 후로 한국과 이곳 캐나다 코로나 상황을 주시하며 살았다. 코로나 팬데믹의 답답하고 지루한 터널을 통과하다가, 2021년 봄에 코로나 백신을 2번 접종받게 되었고, 11월에는 3차로 부스터 백신도 접종 받았다. 그동안 주말에 영상 통화 할 때 96세가 되신 어머니께서 언제나 만나 볼 수 있냐며 눈물을 흘리시곤 하시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이 되려는지, 아니면 더 다른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팬데믹이 계속되려는지 알 수 없어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단연코 어머니를 만나 보겠다고 결심하였다. 한국 방문한 지 만 2년 6개월이 되는 2022년 4월 중순에 한국 방문을 하고자 2021년 11월 중순에 비행기 표 예약을 하였다.

  한국 방문하고자 하니, 전에는 필요치 않았던 수속들이 요구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2020년 4월 중순부터 캐나다 시민권자는 비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비자 발급을 받으려면,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는 제적 등본을 먼저 받아야 했다. 20년 전에 영사관에 가서 한국 국적 상실 신고를 하였는데, 제적 등본이 나와야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2021년 가을부터 다른 나라들에 대하여는 한국 정부가 비자 요구를 철폐하였기에 캐나다에도 철폐되기를 2021년 말까지 학수고대하다가, 2022년이 되어 하는 수 없이 제적 등본 신청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코로나 관계로 되도록 한국에 있는 친척에게 부탁하여 서류를 발급 받으라는 안내에 따라서, 필요 서류들을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보내며 부탁하였다. 동생이 한국 동사무소에서 알아보니, 동일인 증명서를 해외 영사관에서 발급 받아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영사관에 문의하니 동일인 증명서는 영사관에서 발급하지 않는다고 하며, 제적 등본을 직접 영사관에서 신청하라고 하였다.

  다운타운에 있는 영사관에 가서 신청해야 하는데, 1월, 2월 겨울 아침 출근길 자동차들이 오가는 건물 밖 길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가 오전 8시에 영사관 건물로 들어가 16층에서 번호표를 받아야 그날 9시부터 시작되는 업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하루에 한 건만 처리되는 제약이 있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영사관 밖 길에 7시 40분에 도착하여 번호표를 받고 제적등본 신청은 하였다. 그러나 그 후 비자 신청을 위하여 7시 40분까지 도착하여 기다렸으나, 번호표를 못 받아 그대로 오고, 다른 날에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7시까지 도착하여 줄 서서 1시간 기다려도 번호표를 못 받았다. 어떤 한국인들이 우리보다 늦게 도착하고서 새치기하는 바람에 우리 차례가 왔는데 번호표를 못 받게 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실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네 번째 날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영사관 밖에 6시 20분에 도착하여 추운 겨울 무려 길에서 1시간 40분을 서서 기다리고서야 간신히 번호표를 받을 수 있어서 비자를 신청할 수 있었다. 이번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고국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 만나야겠다는 각오로 이 기막히고도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 나갔다. 드디어 3월 초에 대망의 비자를 받았다. 4월 1일부터 캐나다인들에게도 비자 요구가 철폐되고 대신 전자 여행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는 받은 비자를 사용하여 입국할 수 있었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출발 48시간 전에 PCR 검사를 하고 음성이 나와야 탑승할 수 있어서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PCR 검사도 비싼 돈을 내서 하고 기다렸다. 마치 대학 입시 시험 보고 결과 기다리듯 긴장이 되었다. 남편과 둘 중의 한 사람이라도 양성이 나오면 비행기를 탈 수 없고, 그러면 이른 시일 내에 언제 한국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는 형편이었다. 4월이 되면서 비자도 철폐되고, 자가 격리도 면제되어, 한국 방문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어 비행기 좌석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탑승 전에 Q- code로 검역 정보를 미리 온라인으로 입력하였는데도, 한국 입국 시 세 번이나 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보이는 과정이 있었다. 도착 후 1일 이내에 다시 PCR 검사를 하고, 일주일 후에 신속 항원 검사를 해야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거쳐야 했던 이 모든 힘들고 어려운 과정은 내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입국하기 전 한국의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2022년 3월 중순에 60만명이 넘었고, 우리가 한국으로 입국하던 2022년 4월 중순에는 일일 확진자가 20만명 정도이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는 2022년 4월 중순 경에는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많이 감소하여 150명에서 200명 정도였다. 따라서 이곳 밴쿠버에서 한국으로 가려니 마치 코로나 정글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도 들었다. 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 비행기 내 좌석이 빈틈없이 꽉 차 있었고, 입국 검사 받는 데마다 많은 사람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를 만나서 같이 지내려 하였기에 더 조심스러웠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어렵고 위험한 모험이었지만, 담대하고 용감하게 추진하여 드디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던 그리운 어머니를 만났다. “이만리 떨어져 사시는 엄마 찾아 만난 일”은 코로나 팬데믹의 어두운 터널에서 빛과 같이 기적 같은 일이었다. 우리 부부가 어머니와 같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행복하고 은혜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봄밤 2024.04.22 (월)
언제 와 닿았을까벚꽃잎 살랑이는 듯한 손짓어리여린 초록빛 말 한마디깡깡 얼었던 맘을 동그랗게 녹여내고눈 녹아 흐르는 개울물처럼속살대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마음이 간질거린다사랑이 왔구나
이인숙
곁에서 2024.04.22 (월)
첫 인터뷰를 했다. 캐나다로 돌아와서 쓸 수 있는 글과 써야 하는 글 사이에서 고민했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한인 이민자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을 기록하고 싶었다. 평범한 이민자인 부모님의 낡은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의 반경을 넓히는 작업이다. 이민자는 모국에서 만큼 인정받을 기회가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이야기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알아주는 이 없는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휘발되기 전에 쓰고...
김한나
  머리가 허연 사내 하나가 털이 하얀 강아지 한 마리와 동네 골목을 산책 중이다.산책하고 싶어 한 게 개였는지 사내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강아지가 앞장서고 사내가 뒤를 따른다. 강아지가 길모퉁이에 멈춰 서 있다. 아랫도리를 낮추고 볼일을 보는 개를 사내가 조용히 기다려준다. 꽁초 한 개비 마음 놓고 못 버리는 인간의 거리에 천연덕스럽게 응가를? 무슨 상관이냐고, 갈 길이나 가시라고, 녀석이 흘끔 위 아래로 훑는다. 녀석이 일어선다....
최민자
시와 종교 2024.04.22 (월)
고통과 시련으로 가슴에 든 멍을 씻어주는시는 훌륭한 마음의 의사무언가 될 듯 안 될 듯할 때의 괴로움이無 자의 깊은 화두가 되어참회의 순간으로 깨달음을 구하네꽃잎이 지고 말라도 봄 날봄바람은 다시 찾아와꽃을 다시 피우고나비로 다가와 시의 향기를 풍기네때론, 울긋 불긋 가을 바람에귀뚜리 소리가 눈물 짓게 하고하얀 눈 발이 날리는 겨울에는외로움에 시를 쓴다네보고 읽고 듣는 시마다시구는 생겨났다 사라져도생의 길잡이로깨달음이...
강애나
풍경 속 평온 2024.04.15 (월)
햇빛 가리개 구름은머리에 하이얀 솜털을뒤집어 쓴 산봉우리를살포시 허공을 헤엄친다하늘의 풍경을 그대로 담은바다의 모습은 그지없이 평온하다바다와 산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그냥 묵묵부답으로 본연의 자태를 취할뿐아무런 댓가를바라지 않는다하늘과 산과 바다를멀리서 지켜보는저 학동은 그지없이유유자적한데저 멀리서 뜬금없이먹구름 하나가비를 몰고오네 
구대호
영원한 이민 2024.04.15 (월)
  “권장로님, 아버지께서 오늘 아침 천국으로 아민을 떠나셨기에 환송 예배를 드립니다.” 친구 딸아이의 멧시지 였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주권 가운데 나의 사랑하는 친구 문장로가 지난주 4월 1일 새벽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주님이 계시는 천국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했다. 그와 나는 오랫동안 신앙의 친구요 교회의 동료로 함께 해 왔다. 그는 과묵하면서도 유머가 많아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말이 별로...
권순욱
밟아라 2024.04.15 (월)
 서울에 사는 영적 동반자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영화 <사일런스>를 꼭 보라며 청주 상영관까지 알려줍니다. 그때부터 제 머릿속은 영화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전에 그 영화의 원전인 『침묵』이라는 소설을 감명 깊게 읽고 가끔씩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충북 내 영화관이 똑같이 종영하는 날, 가까스로 진천에 가서 영화를 보았습니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엔도 슈사쿠의 소설...
반숙자
셀카 증명 시대 2024.04.15 (월)
세상은 변했어기우뚱 거리다 기울어 지다 엎어졌어마음을 나타내려 해도 이제는환적의 경유지를 밝혀야 하고무게의 중량을 홀수선에 남겨야 하는"마음 속으로" 는 사라지고"보시다시피"로 증명 해야 하는 세상마음을 찍을 수 없는 셀카에 의존하는증명사진 유행의 시대, 증명사진 요구의 시대여보시게나자네들과 나 사이에는이심전심의 토양에서우정 이라는 길을 돋우고 다지며믿음을 넓히고 오해를 메우는, 마침내무엇이든 실어 나르는 큰 길모여...
조규남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