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자라는 손주들과 할머니

김현옥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11-07 09:30

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최근 대학 동창 카톡방에 손주들을 돌보는 할머니들의 어려움과 애로 경험담들이 올려져서 동감하기도 하며 웃음이 나기도 한 일이 있다. 한 동창의 작은 딸네 손자가 너무 버릇없는 말을 해서 분노한 동창은 다시는 딸네 집에 안 간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다른 동창네 손자는 한글을 깨치자마자 자기 방문에 “노인 출입 금지”라는 글을 써 붙였다고도 한다. 이래저래 할머니의 손자 사랑이 아이들과 주파수가 맞지 않아 섭섭증이 생긴다고 한탄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재롱을 떨어 할머니를 기쁘게 해 주었던 것을 상기하면서 서운한 마음을 스스로 달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또 다른 동창네 손자는 일곱 살인데 요리에 관심이 커져서 주말에 할머니 집에 올 때마다 유튜브에서 공부한 요리를 한 가지 씩 한다고 한다. 반죽하고 만드는 것만 자기가 하고, 썰고 기름에 튀기는 것과 뒷설거지는 할머니에게 시킨단다. 시식 시켜주는 손자가 귀엽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단다. 캐나다로 딸네 집을 도와주러 방문한 동창은 딸네 집 이사와 쌍둥이 손자들을 돌보는 일로 너무 힘이 들어 탈진 상태가 되었고, 고막이 터져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우리 부부는 손주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옆에서 돌보아 주며 살아왔다. 출퇴근하는 내니가 있었어도 쌍둥이 손녀들을 일주일에 삼일 정도는 온종일 돌보아 주었다. 손자는 집에 아예 들어와서 거주하는 내니가 있게 되어 일주일에 두 번 오후에 만나 돌볼 수 있었다. 동화책 읽어 주고, 장난감 가지고 같이 놀아 주고, 밥 먹여 주며, 동네의 놀이터에서 놀며 돌보아 주었다. 감기에 걸려 프리 스쿨이나 학교에 못 가고 집에 있어야 하는 날 들에는 우리 부부가 손주들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린 아기 때부터 돌보고 같이 지내는 시간을 많이 보내어 정이 많이 들은 손주들이다.

 요즈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학교에서 픽업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고 있다.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손주들은 각자 자신의 랩톱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을 보며 바쁘게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 학교에서 숙제도 컴퓨터를 사용하여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큰 손녀는 책을 많이 읽어 도서관 사이트에 읽은 책에 관한 평론을 타이프 치며 올리기도 한다. 한번은 초등학교 4학년인 손자도 열심히 컴퓨터 화면에만 몰두하여,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짐작하고, 귀가한 부모에게 이른 적이 있었다. 손자는 매우 마음이 상하여 숙제하고 있었다며 할머니에게 대단히 화가 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손주들이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손자는 가끔 할아버지와 오목이나 바둑을 두기도 한다. 전에는 손자와 같이 기타 연습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손자의 기타 연주 실력이 할아버지를 훨씬 능가한다. 필자는 차이니즈 체커를 손녀들과 하기도 했는데, 손녀들이 흥미를 잃어서 별로 하지 못하고 있다. 손녀들은 책을 읽는 데에 더 열심이다. 그저 간식으로 과일을 깎아서 주며 할머니의 역할을 하는 처지다. 그래도 Google Chat으로 소통하며 지내니 다행이다. 어린 손주들을 돌볼 때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더 이상 우리의 돌봄이 필요치 않게 되어가니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다.

 요즈음에는 손주들과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와 animated 시리즈, Andor 시리즈, 아마존 프라임에서 The Rings of Power 시리즈, 마블 영화사에서 만든 Captain America, Thor, The Avengers, Iron Man, Spider Man, Doctor Strange 등의 영화 시리즈들을 같이 본다. 시청 후 plot, 인물 등에 관하여 소감을 나누고 있다. 최근에 아들네 집에서 음악을 들었는데, 큰 손녀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곡들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알아듣기도 어렵고, 공감할 수 없는 곡들의 노래였다. 우리 노부부와 손주들과의 간격이 커짐을 새삼 느끼고 있는 나날이다. 그동안 손주들에게 사다 주는 기쁨이 있었는데, 이제는 책들, 옷들도 본인들이 선택하여 구입하는 일이 많아졌다. 남편은 손녀들이 읽고 추천해 주는 영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소통의 간격을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머리카락 빠지니 그만 스트레스받으라고 충고해도 듣지 않는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 귀여운 손주들은 소녀로, 소년으로 자라고, 우리는 나이 들며 연로해지고 있다. 오랜 세월 쌓인 경험과 지혜로 손주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기를 다짐한다. 자라고 있는 손주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며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손주들이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기를 기도 드린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봄밤 2024.04.22 (월)
언제 와 닿았을까벚꽃잎 살랑이는 듯한 손짓어리여린 초록빛 말 한마디깡깡 얼었던 맘을 동그랗게 녹여내고눈 녹아 흐르는 개울물처럼속살대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마음이 간질거린다사랑이 왔구나
이인숙
곁에서 2024.04.22 (월)
첫 인터뷰를 했다. 캐나다로 돌아와서 쓸 수 있는 글과 써야 하는 글 사이에서 고민했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한인 이민자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을 기록하고 싶었다. 평범한 이민자인 부모님의 낡은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의 반경을 넓히는 작업이다. 이민자는 모국에서 만큼 인정받을 기회가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이야기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알아주는 이 없는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휘발되기 전에 쓰고...
김한나
  머리가 허연 사내 하나가 털이 하얀 강아지 한 마리와 동네 골목을 산책 중이다.산책하고 싶어 한 게 개였는지 사내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강아지가 앞장서고 사내가 뒤를 따른다. 강아지가 길모퉁이에 멈춰 서 있다. 아랫도리를 낮추고 볼일을 보는 개를 사내가 조용히 기다려준다. 꽁초 한 개비 마음 놓고 못 버리는 인간의 거리에 천연덕스럽게 응가를? 무슨 상관이냐고, 갈 길이나 가시라고, 녀석이 흘끔 위 아래로 훑는다. 녀석이 일어선다....
최민자
시와 종교 2024.04.22 (월)
고통과 시련으로 가슴에 든 멍을 씻어주는시는 훌륭한 마음의 의사무언가 될 듯 안 될 듯할 때의 괴로움이無 자의 깊은 화두가 되어참회의 순간으로 깨달음을 구하네꽃잎이 지고 말라도 봄 날봄바람은 다시 찾아와꽃을 다시 피우고나비로 다가와 시의 향기를 풍기네때론, 울긋 불긋 가을 바람에귀뚜리 소리가 눈물 짓게 하고하얀 눈 발이 날리는 겨울에는외로움에 시를 쓴다네보고 읽고 듣는 시마다시구는 생겨났다 사라져도생의 길잡이로깨달음이...
강애나
풍경 속 평온 2024.04.15 (월)
햇빛 가리개 구름은머리에 하이얀 솜털을뒤집어 쓴 산봉우리를살포시 허공을 헤엄친다하늘의 풍경을 그대로 담은바다의 모습은 그지없이 평온하다바다와 산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그냥 묵묵부답으로 본연의 자태를 취할뿐아무런 댓가를바라지 않는다하늘과 산과 바다를멀리서 지켜보는저 학동은 그지없이유유자적한데저 멀리서 뜬금없이먹구름 하나가비를 몰고오네 
구대호
영원한 이민 2024.04.15 (월)
  “권장로님, 아버지께서 오늘 아침 천국으로 아민을 떠나셨기에 환송 예배를 드립니다.” 친구 딸아이의 멧시지 였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주권 가운데 나의 사랑하는 친구 문장로가 지난주 4월 1일 새벽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주님이 계시는 천국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했다. 그와 나는 오랫동안 신앙의 친구요 교회의 동료로 함께 해 왔다. 그는 과묵하면서도 유머가 많아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말이 별로...
권순욱
밟아라 2024.04.15 (월)
 서울에 사는 영적 동반자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영화 <사일런스>를 꼭 보라며 청주 상영관까지 알려줍니다. 그때부터 제 머릿속은 영화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전에 그 영화의 원전인 『침묵』이라는 소설을 감명 깊게 읽고 가끔씩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충북 내 영화관이 똑같이 종영하는 날, 가까스로 진천에 가서 영화를 보았습니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엔도 슈사쿠의 소설...
반숙자
셀카 증명 시대 2024.04.15 (월)
세상은 변했어기우뚱 거리다 기울어 지다 엎어졌어마음을 나타내려 해도 이제는환적의 경유지를 밝혀야 하고무게의 중량을 홀수선에 남겨야 하는"마음 속으로" 는 사라지고"보시다시피"로 증명 해야 하는 세상마음을 찍을 수 없는 셀카에 의존하는증명사진 유행의 시대, 증명사진 요구의 시대여보시게나자네들과 나 사이에는이심전심의 토양에서우정 이라는 길을 돋우고 다지며믿음을 넓히고 오해를 메우는, 마침내무엇이든 실어 나르는 큰 길모여...
조규남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