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불법 약물 소지 비범죄화’ 촉구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밴쿠버 경찰서장이 불법 약물 소지에 대한 비범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경찰서장 협회(Canada Association of Chiefs of Police, CACP) 회장직을 맡고 있는 아담 팔머(Palmer) 밴쿠버 경찰서장은 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단지 불법 약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고,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데도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며 “CACP는 약물 복용을 공중보건 문제이며, 약물에 중독된다는 것은 범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CACP는 1200여 명의 전·현직 고위 경찰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효율적인 법 집행을 지원 및 촉진하며 캐나다 국민의 보호를 위해 헌신한다는 이념으로 설립된 비영리 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팔머 서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캐나다 경찰의 생각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는 지난 수년간에 걸쳐 불법 약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불법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캐나다 사망자는 지난 2016년부터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고 있는데, 약물 관련 사망자가 늘어난 이유는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의 존재가 크게 작용한다.

캐나다 보건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오피오이드 관련 캐나다 사망자는 총 1만5393명으로, 매년 3000여 명이 사망하는 추세다. 그 중 BC주는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자 비율이 가장 많은 곳으로, 지난 4년간 매달 평균 100명이 넘는 BC 주민이 불법 약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BC주의 불법 약물 관련 사망자는 총 1542명이었던 지난 2018년 정점을 찍은 후, 2019년을 지나 2020년 2월까지만 해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락다운이 시작되자, 약물은 더욱 음침한 곳으로 숨어 들어갔고, 안전하지 않은 길거리 약물이 다시 활개를 치게 됐다. 그 결과, 약물 오남용 사망자는 3월 이후 다시 증가하더니, 지난 5월 BC주 약물 관련 사망자는 역대 최고치를 찍는데 이르렀다.

약물 오남용이 캐나다 내에서 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BC 보건당국 보니 헨리 보건관을 비롯한 많은 국내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불법 약물을 비범죄화 함으로써, 약물 중독자들이 음침한 곳으로 숨어 들어가기보다는 하루 빨리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해오고 있다. 그러나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약물 비범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팔머 서장 역시 “약물 비범죄화를 통해 약물 복용자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범죄와 약물에 대한 수요까지 개선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불법 약물에 대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경찰, 의료진을 포함한 모든 차원의 정부 기관이 협력해야 한다”며 연방 및 주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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