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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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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3-04-29 00:00

새벽을 여는 사람들

"꽃과 함께하는 아침은 늘 새로운 희망이다"
"꽃이란 꽃은 여기 다 모였네!" 꽃 경매시장 '유나이티드 플라워'

▲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26번 재배자의 장미

봄이라고는 하지만 밴쿠버의 4월은 여전히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 기운이 남아있다. '고양이 솜털 같은 봄 날씨'라는 표현만큼 절묘한 것도 없겠다 싶으면서도 동이 트려면 아직 먼 시각에 일어나 보니 그 또한 부질없는 말의 수사(修辭)라는 생각이 새삼스럽다.

평소보다 더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시계를 완력으로 누르고 찾아 나선 곳은 버나비에 있는 'United Flower Growers Co-operative Association'. 미명의 새벽에 마린 드라이브를 따라 가다 보니 커다란 꽃 조명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초행길이지만 다행히 약속시간에는 늦지 않았다'고 안도하며 경매장에 들어서자 짙은 국화꽃 향기가 반기듯 달려든다.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화훼재배농가연합회'라고 해야 할 이곳은 4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BC주 최대의 꽃 경매시장 이다.

1963년 6명의 꽃 재배농가가 모여 설립했다는 이 연합회는 현재 200여 재배농가와 1천명의 주거래 고객이 등록돼 있다. 꽃의 거래규모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거래 액이 수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매는 보통 월, 화, 목요일에 진행되고 수요가 많이 몰리는 시기에는 따로 특별경매도 이루어 진다. 경매시각은 보통 오전 6시부터 시작하지만 꽃의 상태와 가격(경매 시초가)등을 파악하기 위해 30분전부터 미리 둘러 보아야 한다.

편의점에서 꽃을 함께 취급하고 있는 BC실업인협회 이호준 회장은 "경매에 나온 꽃은 크기와 봉우리 수, 재배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 만별 인데 현재는 시즌이 시즌인 만큼 백합(lily)이 많이 팔린다"고 했다. 경매를 위해 도열한 꽃 터널을 잰 걸음으로 지나면서 마치 꽃장병(?)들의 사열을 받고 있는 것 같아 혼자 웃었다. 걸음을 빨리 하던 이회장이 멈춰 선 곳은 장미 꽃밭. "이것이 26번 재배자(Grower)의 장미인데요.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품질은 최고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가 붉은 장미꽃 앞에서 더욱 질펀하게 느껴졌다.

대충 거래할 꽃을 둘러보고 가격과 종류를 메모한 뒤 새벽 경매시장에서 함께 만난 한인 동포들은 자연스럽게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7년째 노스 밴쿠버에서 론스데일 꽃집을 경영하는 이세재씨는 "미국에서도 꽃을 구매하러 올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계절마다 출시되고 있는데 사업자등록증(retail floral merchant)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정의 교육(1회)을 마친 뒤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매는 100% 전자경매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대형 전광판에는 경매가격과 재배자, 수량 등이 3곳에서 동시에 표시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약간의 시비가 덧붙지만 정겨운 흥정이 오가는 한국식 거래가 더 제 맛나는 방식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는 순간 '우우' 하는 탄성이 장내를 울렸다.

구매희망 버튼을 잘못 눌러 시장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3곳에서 동시에 거래물건의 경매가 진행되는데다 특이하게 역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호가표시와 시초가격에서부터 점차 내려가는 경매방식(Dutch-style)을 택하고 있어 벌어지는 해프닝이었다.

"경험 많은 사람도 가끔 조작 실수를 범한다"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앉은 자리에서 그냥 손해보고 만다"고 한 교민이 귀 뜸해 주었다. 물론 착오로 인한 주문정정도 가능하지만 평균거래가 보다는 다소 비싸게 구입해야 하는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

"작년보다 경기도 나쁘고 꽃은 생물이기 때문에 수급조절을 잘 해야 한다. 마진이 좋기 때문에 편의점을 운영하는 많은 분들이 (꽃을) 취급한다"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이 땅에 터잡고 사는 많은 한인들의 숨은 힘은 바로 이런 '부지런함' 때문이라는 데 공감했다.

삶이 늘 자갈밭을 갈고 있는 것처럼 힘들고 갑갑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다면 한번쯤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늘 화사하게 웃고 있는 것 같은 꽃도 종자식물에만 있는 하나의 생식 기관이라는 사실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United Flower Growers Co-operative Association
홈페이지 www.ufgca.com
주소 4085 Marine Way, Burnaby BC
전화 604-430-2211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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