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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조선사회의 모순과 역동성

정봉석 phnx604@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5-01 14:49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6)
조선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 혹은 '은둔의 왕국'(The Hermit Kingdom)이라는 말로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전성기의 지식인 이사벨 버나드 비숍(Isabel,Bernard Bishop)이라는 영국 여성이  1890년대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조선을 여행한 소감을 쓴 '한국과 그 이웃들'(Korea & Its Neighbors)이라는 책이 나올 무렵이다.

이 표현은 좋아할 것 하나도 없는 허울좋고 빛 좋은 '개살구'다. 한마디로  서구우월주의에서 나온 무시하고 깔보는  표현이니 그렇다. 이걸 모르고 아직도 우리나라를 외국인이 예찬한 시적 표현쯤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쓴 웃음을 지어야 마땅한 오만한 외교적 수사라고 말한다면 분노가 치미는 사람도 있어야 마땅하다.

아마도 배를 타고 인천으로 들어오는  아침 그녀의 눈에 비친 해안가, 올망졸망한 토담 초갓집에서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꾀죄죄하게 땟국물이 흐르는  잠뱅이 차림의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강아지를 좇아 놀고, 아낙들이 물동이 이고 가는 풍경이 어쩌면 저렇게 원시적이냐를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데 서 나온 경멸적인 "수사법(修辭法)"에 다름 아니다.

하기사 그 당시 영국 런던은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도시화로  전차를 이용하는  대중 교통 수단에 사람들이 붐비고, 식민지를 착취한 돈으로 흥청망청 풍요를 누리는 대영제국 수도의  길거리 풍경에 비해 조선은 생판 처음 보는 인디언 원주민 촌락쯤으로 보였을 것이니 그렇게 표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녀는 일개 외국인 신분으로  명성황후 민비를 위시한 고관대작들도 직접 만나고 친분도 맺으며,  초가집이 즐비한 서울 도성 거리의 풍물도 보고 ...그리고 때마침 지금의 시청부근 군기시 앞 길거리에 효시된 동학란의 주모자 전봉준, 김개남등의 잘라진 목을 까치발에 걸어놓은  얼굴표정에서 '근엄한 인간 존엄성'을 읽었다는  소감도 피력했던 구절이 기억난다.
 
과연 조선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을까? 당시 이웃 청나라 대국도 신식 군함의 무차별 포격으로 무릎을 꿇고, 세계열강의 동네북이 되어 버려 마지막 최후의 숨을 몰아 쉬기는 조선과 피장파장이긴 했지만...

적어도 18세기 이전까지는 동양이 선진국이고 서유럽이 후진국이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중국의 그 강력한 치세의 풍요와 영화를 자랑한  강희제 건륭제 시기는 동시대에 해당하는 조선의 숙종 영조연간인데, 당시  동양 대 서양의 문화를 비교하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동양이 우월했다.

다만 동양은 그 후 서양이  지식을 과학에 접목하는 대량 생산방식인  산업혁명으로 추월 당하여 잠시 역전 당했던  19세기 100년이라면  틀림없는데... 그리하여 그 후 1세기 반이 다시 흘러간 지금 중국과 대한민국이  경제 문화대국으로 세계 열강과  어깨를 겨루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역사의 반전이 아니랴!

나는 특히 우리나라의 이 괄목할만한 성장 동력이 바로'문화적 역동성'(Cultural dynamism)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하고 많은 풍속화들을 보라! 씨름하는 장면, 엿파는 소년, 탈춤 추는 장면, 시끌 벅적한 시장, 기생들이 장옷 쓰고 서울 장안을 누비는  봄 나들이,.. 갓 쓴 양반들이 활을 쏘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리기이원론, 리기일원론이다 하며 체용(體用)이  어쩌구, 저쩌구, 거창한 철학적 담론에 인의예지, 사단에 희.노.애.락.애.오.욕의 상관된 칠정론을 들먹거리며  국왕과 머리를 맞대고  왕도 치세의 정치 철학을 논하며, 네가 그르니  내가 옳으니, 침튀기기고 피튀기는, 정치논쟁으로 고민하는 그 파란, 그 갈등, 그 분노,그 곡절은 조선사람들을 용광로 같은 불덩이로 담금질하는 연단(煉鍛)이며  우리 문화의 창조적 성장 동력인 "민족의 역동성"이다! 그 말이다.

이게 어찌 식민주의 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주장하는 망국론으로만 해석되어야 하느냐는 말이다. 역사를 뒤집어 읽는 역발상이 더 긍정적 사고방식이니 하는 말이고 ....이것이 바로 이웃 일본 사람들이 침체되고 정체적인 그들보다 항상 지지고 볶고 싸우며 잘사는 한국 사람들의 역동성을 부러워하는 이유라며 방점을 찍는  시사평론가들도 많지 않은가? 아무런 시련도, 갈등도, 투쟁도 없는 무사안일주의가 과연 인류 문화 발전에 득이 될까 독이 될까 한번은 생각해 봄직한 문제이다.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도 맞는  말이지만, "나는 투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도 할 수 있지않나. 왜냐하면 투쟁은 시련이요 곧 내공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희량 얘기를 풀어나가면서 그 무신란에서 일관된 사실을 발견한다.  숙종을 거쳐 영조연간으로 내려오면서 조선이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비리가 첨예하게 불거지는 "비리 종합 백화점"으로 변질되어 끓어오르다 못해  처음으로  파열음을 일으킨 것이  무신란이다라는 것이  나의 진단이다. 이것은 무신란이 단지 양반 사대부 지들끼리 정권을 잡기 위해 치고 받고 싸우는  패싸움 정변이 아니라는 점이다.

종기가 곪으면 터져야 하고  짜내야 건강한 몸이 되는 것처럼, 요는 조선의 일부 양반사대부들이 주도는 했지만, 여기에  양민, 농민 천민, 상인, 아전 서리들까지 적극 호응하고 가담하는 양상은 어떻게 달리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도달한 나만의 해석이다.사실 무신란 이후 이조가 망할 때까지 정치 경제의 각종 모순으로 인한 일반 백성의 정치사회적 개혁 요구인 , 홍경래의 난, 진주민란, 동학혁명들이 줄이어 일어난 것도 무신란이 그 효시를 이루었다는 시각도 없잖아 있다. 최근에 와서도 학계에서 무신란을 재평가 해야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우리는 다시 조선왕조 실록 4월 24일자 이인좌가 죽산에서 체포되는 그 현장으로 타임머쉰을 타고 들어가 본다.


<▲거창 위천의 수승대의 거북바위 구연암 거북은 자고로 신령한 영물로 대접받아 바위표면엔 지금도 이조의 내노라하는 문사,묵객 학자들의 시나 이름이 덕지 덕지 새겨져 있다. 정희량 반란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

 
... 오명항이 군중에 명령하여 각기 점심을 싸가지고 안성에서 죽산을 향하니 좌우가 모두 첩첩산중의 긴 골짜기였다. 먼저 안성 지방군을 보내 의심지역을 수색하며 30리를 가니 당보군이 경보를 보내왔다. 오명항이 지형을 보니 앞에 한 재가 있어 "장항령"이라 하는데 매우 험준하였다. 적이 먼저 점령할까 두려워 급히 기(旗)를 점호하고 마보군을 재촉하여 몇 길로 나눠 병진하여 일제히 고개로 오르게 했다.

그랬더니 적의 마군 200명 가량이 이미 고개아래 수십보도 안되는 곳에 포진하고 있다가 졸지에 관군의 형세가 대단한 것을 보고 크게 놀라 무너졌다. 관군은 안성에서 승리하면서 사기나 예기가 하늘을 찌를듯 했고 서풍이 고개위에서 불어와 깃발이 나부끼니 펄럭거리는 소리가 엄청나게 났다.

적의 주력인 대부대가  들판 가운데다 진을 치고 있었는데 장막이 성대하였으며, 기와 북을 벌려놓고는 소를 잡고 술을 걸러 장차 군사를 먹이려는 중이였다.  관군이 출현하자 적장이 포를 쏘며 깃발을 흔들어도 휘하 군졸들이 응하지 않는데 진의 한귀퉁이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관군이 바람을 타고 가파른 언덕으로 돌진하여 내려가니 그 형세는 산이 무너져 내리는 듯 하였다. 선봉대가 즉시 죽산부 관아로 들이닥치니 앞의 적들이 크게 무너져 내리는데 적장은 속수무책이라, 어쩔수 없이 코너로 몰리자, 숨어서 도망하였다. 관군이 사면에서 엄습하여 죽이니 적의 머리를 베어 얻음이 엄청나게 많았다.이때 적장 정세윤(鄭世胤)은   행민(行旻)이라는 딴 이름도 있는 , 자칭 부원수라는 자로 이만빈, 이우석에게 쫓기어 결국 체포되고 말았다.

군중에서는 그의 역적질한 죄질이 나쁘다하여 먼저 팔다리를 자른후 참수했는데, 이미 팔다리를 잘랐어도 꿈틀거려 그 흉악함이 이러하였다. 정세윤의 동생 정계윤은 자칭 죽산부사란 자였다. 바야흐로 객사에 앉아 있다가 자기들 군사가 패주하는 것을 보고 읍내에 숨어있다가 관군에게 붙잡혀 참살되니 거의 적이 평정되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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