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자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할머니가
채 팔지 못한 야채보따리를 이고
시골길을 간다
땀이 목 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흙먼지를 날리며
용달차 한 대 휙 지나가자
목구멍이 칼칼하다
쓰 ~발 쓰 ~발
자지러지게 울던 매미소리 멈췄다
아직 고개 하나는 더 넘어야 되는데
한바탕 소낙비 퍼붓자
할머니 나무 밑으로 비를 피한다
나뭇잎에 떨어진 소낙비
도토리 알만큼 제 몸을 키웠고
할머니 그 비를 맞는다
소낙비가 그친다
쓰 ~발 쓰 ~발
할머니 흙탕물 홀랑 뒤집어씌운 채
승용차 한 대 살쾡이처럼 지나갔다
쓰 ~발 쓰 ~발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고
하늘에 쌍무지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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