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영
바람처럼 왔다
바람처럼 가는 게 인생이라 했던가
*가시버시로
엮인 인연의 실마저
흔적없이 풀리고 마는 건가
그가 떠난 자리에
등 굽은 나무 한 그루 서있고
그가 머물던 벤치에
모서리 그을은 재떨이 남아있는데
뉘엿뉘엿 지는 노을 가득
"먼저 밥묵으라. 내 좀 더 있다 갈꾸마"
그의 음성 피어나고
숭숭 뚫린 가슴 속에
어둠자락 밟고 돌아오는
그의 발자국 쿵쿵 울리는데
무심한 채 실어다 주는
바람의 흔적에
가시버시의
붉고푸른 인연의 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수놓는다
*가시버시: 부부의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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