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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인의 뜨락 2024.02.12 (월)
김해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허퉁할 때 들여다보는 비밀의 뜨락이 있다몸집 가녀린 진달래가 머리숱 돋은 반송을 두르고실팍한 일본단풍 뒤 키만 껑충한 설악산 단풍나무 새강아지풀 같은 입술 내민 양버들까지다들 고꾸라질 듯 앞으로 몸을 내밀고 있다볕이 그리운 게다서녘볕이나마 온몸에...
[기고] 꿈의 서막 2023.08.14 (월)
김해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새벽엔 꿈을 꾼다꿈이 사라진이 나이에 찾아오는 꿈이 아심찮아은빛 포대기로 얼싸안고 어른다짜릿한 비상도 없고현란한 색채 마술쇼도 멈추어 버린밋밋한 흑백의 영상이지만감내못할 욕망의 질주가 아니어서 좋다사구(沙丘)처럼 허물어지지...
김해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진실로신은 존재하시는가땅이 꺼지고하늘이 무너질 제,아무 죄 없는 생명이 묻히고평생 쌓아온 생존의 기물이 무너질 제진실로,신은 어디에 계셨단 말인가건물 잔해에 묻혀 있다간신히 살아난 어린 소년,검은 가방 속 저금통을 찾아달라 한다저금통 찾아 그...
[기고] 어느 여름날의, 특별한 손님 2022.08.16 (화)
김해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스물 다섯 새내기 교사 시절고운 미소로 맞는 마흔 살 선배를 보며저 나이에도 여성일까 의아로워마흔 되기 전 사라져  늘 푸른 모습으로 기억되리라 결심했었다그 선배가여든 셋의 훈장을 달고 불볕더위 섶을 진 채밴쿠버에 왔다뻔뻔하게 세상에 남아 여성인...
[기고] 오늘, 한 포기를 심으며 2022.01.04 (화)
(사)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  김 해 영
수많은 나날이 지나갔으나오늘, 한 포기의 희망을 심으려 합니다노랑총채벌레, 배추순나방, 벼룩잎벌레에게양보하고 빈털터리가 되었지만또 한 포기를 심는 까닭은앞에 시간의 비탈이 놓여있고기다림의 지게가 비어있기 때문입니다제 홀로 초록잎 또아리치는...
[기고] 바람의 흔적 2021.09.27 (월)
김해영 바람처럼 왔다바람처럼 가는 게 인생이라 했던가 *가시버시로엮인 인연의 실마저흔적없이 풀리고 마는 건가 그가 떠난 자리에등 굽은 나무 한 그루 서있고그가 머물던 벤치에모서리 그을은 재떨이 남아있는데 뉘엿뉘엿 지는 노을...
[기고] 설레임과 헤매임으로 2021.04.19 (월)
김해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사월은설레임으로 온다 서툰 걸음으로 다가와울타리 너머 소담히 피어난연지꽃에 눈맞춤하고 사월은헤매이며 온다 낯선 걸음으로 서성이다들녘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따라 꿈 나래짓하고 청춘이...
[기고] 티눈 2020.10.27 (화)
김해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발이 쏙쏙 아려온다지나온 길이 너무 험했던가발가락에오통도톨 티눈이 달렸다분수에 넘치는 탐심을 부렸던가깃든 지도 모르고커진 줄도 모르고이 발가락 저 발가락포도송이처럼 번진 옴덩이굳은살 물렁이고깊이 박힌 근 뽑으려면가랑잎 같은 성미 눅이고돌성...
[기고] 에돌아 가는 강 2020.05.18 (월)
김해영 /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한밤내 강이 흐느낀다 어쩌다 고요와 평정을 잃었을까   무참히 유리파편처럼 일상이 깨어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이기와 불신의 응벽이 단단했던 거야 문명과 재물에 너무 집착했던 게지 정의 물길이 막혀 사람들이 스스로 섬이...
[기고] 겨울나무 2019.12.23 (월)
김해영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하이얀소복 입은백양목 한 그루뾰초롬눈소름 돋은겨울내를 건넌다티끌인 듯업보인 듯흩날리는 눈보라애틋한 기억도오롯한 소망도미사포에 감싸안고하이얀 눈꽃 뿌리며이내천을 건넌다.
[기고] 나무의 길 2019.07.31 (수)
김해영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햇살이 따갑다빈속 감추느라 돌돌 감아입은허영의 옷을 벗는다정념,팀욕,아집이헐렁한 대지에차곡차곡 쌓인다바람이 깊다빈속 채우느라 겹겹이 쟁여둔이기의 결을 털어낸다한 줌의 소망,한 삼태기 사랑과한 알의 생명이 빛 사윈 숲을흐북이...
[기고] 나무의 길 2018.11.02 (금)
김해영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햇살이 따갑다빈속 감추느라 돌돌 감아입은허영의 옷을 벗는다정념,탐욕,아집이헐렁한 대지에차곡차곡 쌓인다바람이 깊다빈속 채우느라 겹겹이 쟁여둔이기의 결을 털어낸다한줌의 소망,한삼태기 사랑과 한알의 생명이빛 사윈 숲을 흐북이 채운다이...
[기고] 유월이 2018.06.18 (월)
그네 앞치마는 늘 눈물에 젖어있다 낮에 화사한 웃음을 짓다가도 밤이면 끝내 울음을 놓고 마는 그네 무엇이 그네를 통곡의 벽에 가두는 걸까 예순여덟 해면 상처도 아물고 아픔도 흐릿해지련만 그네의 슬픔은 해가 갈수록 더욱 또렷해진다, 문신처럼 유월...
[기고] 희망과 절망 사이 2018.02.13 (화)
김해영 / 한인문인협회밴쿠버지부 회원
아무리 거친 바람도 바람결  틈새가 있다아무리 드높은 파도라 해도 물결 새 쉴 참이 있다아무리 척박한  삶이라 할지라도  설마 웃음 방긋 지을 일 없으랴 거친 바람 부는 사이 고요드높은 파도 몰아치는 틈새  평온척박한 삶의 궤적에서...
[기고] 가을을위한시 2017.10.03 (화)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시
비바람몰아친후 가을이내려왔습니다 초록잎새를누비던볕살도사위고 배반의장미도이울었지만 정적깃든뜨락이 출가하는비구니같아 그야윈몸을어루만집니다 욕(慾)의머릿채를잘라내고 색(色)의청녹을닦으며 들끓던여름골을벗어나...
[기고] 블랙 레인보우 2017.06.03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불멸의 무지개를 찾아열사의 사막에 간다 별빛마저붉은 사막의 여명 번민의 향불을 피운사막이명상에 잠긴다고행 나선 수도승처럼태고의 숨결을 찾는 고고학자처럼 한 방울 참회의 눈물을 얻으러열사의 사막에 간다. 달빛 포르스름한사막의...
[기고] 봄은 오고야 만다 2017.02.04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봄은 눈으로 온다흰 솜이불 아래 연두색 풀빛으로언 땅 뚫고 나온 크로커스의 여린 입술로 봄은 귀로 온다얼음꽝 아래 졸랑거리는 도랑물로봄 빨아들이는 나무의 힘찬 박동으로 우리의 봄은 아직 멀었을까눈에 귀에 봄빛 선연한데살갗 파고드는 한기...
[기고] 꽃등을 켜고 2016.10.08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나이탓이아닌게다마음의등불이까막까막한게설레임이잦아들고분별의날도너무벼려이젠사랑못하리라그리여겼었다버려둔묵정밭에성근볕물고수줍게매달린꽈리한줄기,불현듯소녀를불러와마음에환한꽃등피어난다나이탓이아닌게다꿈이여윈탓이지
[기고] 1 %의 기적 2016.06.17 (금)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한 사내를 만났다머리 속에 좀이 슬어한 달밖에 살 수 없었던 사내,불가마 속에서 얼마나 담금질을 당했을까까맣게 타버린 사내의 사마귀 손에들린 책 두 권,숯불 그을은 내가 났다아니...
[기고] 백련차 한 잔을 들고 2016.03.12 (토)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창 밖에 어둠의 자식들이 서성인다백련차 한 잔이 생각 나는 건떨고 있는 짐승의 그림자 얼핏 본 탓마구 빚은 황토빛 찻잔에팔팔 끓다 문득 멈춘 찻물을 붓고찻잎 호르르 날리니어둠의 비늘이 뒤따라 곤두박질친다바람을 머금고 속 비워내는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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