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스물 다섯 새내기 교사 시절
고운 미소로 맞는 마흔 살 선배를 보며
저 나이에도 여성일까 의아로워
마흔 되기 전 사라져 늘 푸른 모습으로 기억되리라 결심했었다
그 선배가
여든 셋의 훈장을 달고 불볕더위 섶을 진 채
밴쿠버에 왔다
뻔뻔하게 세상에 남아 여성인 양 매일 단장하는
예순 일곱 후배를 보러
선배와 밤샘 나누다 문득 풀려버린 추억의 매듭,
꽁꽁 동여매둔 세월의 두루마리 속에서
온갖 상(象)과 감상(感傷)들이 튀어나와 춤을 춘다
초등학교 교정에서 서로 타려 당기던 그네,
맞춤법 군데군데 틀린 첫사랑 연애편지,
길 가던 중 미늘에 걸린 은빛 갈치처럼 퍼덕거리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
연탄 갈다 눈물 질끔거리던 신혼 셋집 골목,
해묵은 지기와 만나던 국숫집 유리창에 서린 훈김,
동료들과의 마지막 산행에서 후려치던 월악산의 눈보라...
비릿한 서글픔과 사무치는 그리움,
벼린 아픔과 묵직한 회한,
하, 어찌 할 것인가
스물 여섯 해만에 고삐 풀려 날뛰는 도깨비들
추억 여행길에서 내려서
도깨비탈 태우고 소지하리라 맘 먹고
흠씬
회억(回憶) 바다에 뛰어들어
얼쑤
어깨춤을 춘다, 겹사위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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