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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꿈/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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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05-31 09:16

이명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자유인......

그건 오해야,


땅끝에서 바다를, 바다의 끝에서 하늘을

그렇게 도화지를 다 지워버렸다고,

처음인 양 푸른 파도, 흰 구름, 갈매기를 바라보고 있다고


그건 오해야,

홀로 가는 구름은, 새는, 파도는 자유를 어쩌지 못해


자유는 그런 데서 오지 않더라,

죄의 깡통을 들고 피를 빌어먹더라,


장터에서 지는 싸움을 다 싸우고

시선으로 포위된 땡볕, 장마당 한복판에

피 흘리는 심장을 내려놓았을 때

징 소리가 울리고

막이 내리고

그런 패배를 견뎌야 자유인이 되더라


소금을 뚫고

꿈,

미친년의 머리에 꽂은 꽃 같은 거더라



1연 ‘자유인, 그건 오해야,’ 시인은 광주사태를 몸소 겪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정권이 바뀐 지금은 자유 한가? 자유 주창은 민주주의가 존립하는 한 끝나지 않는다. 국민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에 관한 사건은 끝끝내 역사에서 회자한다. 자유에는 가정의 자유도 있다. 가정의 자유는 선택권이 있으나 사회의 자유는 선택권 밖이다. 소시민은 정치, 사회, 경제, 기타 문화의 발언권이 없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책의 불만을 떠들어 봤자 메아리다. 그렇다고 사회라는 체제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여자는 사회와 가정의 관습에 구속된 약자다. 그래서 공정해야 한다고 글로 읊조린다. 이 시 ‘자유인의 꿈’은 민주화의 요구다. 2연 ‘땅끝에서 바다를, 바다의 끝에서 하늘을 그렇게 도화지를 다 지워버렸다고, 처음인 양 푸른 파도, 흰 구름, 갈매기를 바라보고 있다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옛 것은 지우고 새것을 고집하는 체제, 한 번에 다 갈아엎겠다는 이념은 위험한 일이다. 3연 ‘그건 오해야, 홀로 가는 구름은, 새는, 파도는 자유를 어쩌지 못해’ 구름, 새, 파도는 순수하다. 정치는 자연과 인과 관계가 될 수 없다. 인간들이 싸우고 적을 만든 거지 자연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군부 정권은 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운동권은 나라의 경제를 초토화했다. 4연 ‘자유는 그런 데서 오지 않더라, 죄의 깡통을 들고 피를 빌어먹더라.’ 죄는 정치인의 대명사며 특허다. 기득권의 위선적 삶은 약자들이 치른 희생에서 얻어진 것이다. 시민들은 정의를 위한 총알받이일 뿐이다. 말이 장터 싸움이지, 안방에서 물고 뜯는 것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의 자유는 특별한 자들의 소유물이었다. 특권층만의 에너지였다. 소시민에게는 그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다. 5연 ‘장터에서 지는 싸움을 다 싸우고/시선으로 포위된 땡볕 장마당 한복판에/피 흘리는 심장을 내려놓았을 때/ 징 소리가 울리고/ 막이 내리고 그런 패배를 견뎌야 자유인이 되더라’ 실제로 광주사태 때 피바람을 겪고 미쳐버린 사람이 있다고 한다. 직계가 눈앞에서 총칼에 맞아 시체로 변했을 때 그의 혼도 같이 죽었다고, 당시 주먹밥을 나르며 살벌했던 상황을 목격한 분이 들려주었다. 가정에서의 살벌한 상황도 있다. 맞벌이 부부의 삶도 만만치 않다. ‘자유인.... 그건 오해야’ ‘사면초가’에 처하고 평생을 조선 시대의 여인처럼 살 수 없어 험난한 담을 오르지 않으려고 이민을 왔다. ‘불나방’ 같다고 했지만, 한국에서 전문직 여성들은 꿈은 커녕 6연 ‘소금을 뚫고 꿈, 미친년의 머리에 꽂은 꽃 같은 거더라’ 처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희생해도 견고한 사회적, 가정적 관습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이 고발하는 내용은 광주사태지만 양상이 다를 뿐이지, 피를 부르는 자유는 정권이나 가정이나 비슷한 구석이 있다.


정치는 한을 풀기 위한 도구여서는 된다. 법보다 주먹으로 밀어붙이거나 선동하여 선심 쓰는 정치도 아니다. 동포의 출입을 제한하고 국민의 감성을 당략으로 쓰는 것도 아니다. 재외 교포를 포용할 있는 국가, 사회나 가정에서 남녀노소. 약자들이 안전하고 공평하게 살아갈 있는 국가일 자유인의 이루었다고 말할 있다. 이러한 거시적 자유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정권에 기대할 있으나 개인의 자유는 본인이 처한 굴레에서 벗어났을 비로소 얻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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