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페터 한트케

이명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5-17 11:12

이명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서론-‘이별’이라는 메타포를 갖고 가출한 아내를 추적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이별 여행을 통해 과거의 아성은 거두어 내고 새로이 자각하는 것이 전체 내용이다. 독자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작가의 시점으로 서술했다. 나는 화자가 직면한 상황을 어떻게 고뇌하고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가 궁금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주관적 성장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줄거리- “나는 지금 뉴욕에 있어요. 더 이상 나를 찾지 마요. 만나봐야 그다지 좋은 일이 있을 성싶지 않으니까.” 아내 유디트가 짧은 편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오스트리아 출생인 화자는 황당한 심정으로 아내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다. 자신도 편한 남자는 아니지만, 유디트의 예측 불허의 행동에 분노를 느끼며 뒤를 쫓는다. 아내를 추적한다는 게 자연스레 여행 아닌 여행이 되고 만다. 화자는 유럽에서 느껴보지 못한 미국 문화를 맛보며 이런저런 분위기에 취한다.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몽땅 인출해 간 아내를 생각하면 화가 치밀지만, 기왕에 돈에 구애 없이 여유를 부려 본다. 전에 미국 왔을 때 알게 된 클레어라는 여자에게 연락해 그녀의 두 살 된 딸과 함께한다. 유디티를 찾는 건지 자유여행인지 알 수 없이 그들과 가족이 되어 미국의 곳곳을 누빈다. 보수적인 유럽과 다르게 자유분방한 곳에서 개성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과 성향이 달랐던 유디트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클레어가 엄마로서 아이를 책임지는 행동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도와야 할 부분을 감수하고 유디트를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를 떠올린다. 여행 중 클레어의 친구인 ‘한 쌍의 연인’이라는 집에 머물면서 그들 부부가 취미나 성향은 다르지만, 서로를 인정하면서 조율하고 살아가는 것을 보고 생각에 젖는다. 유디트와 극적으로 만난 화자는 은퇴한 영화감독 존 포드의 집에서 함께 조언을 듣게 되는데 인생에서 ‘나’가 아닌 ‘우리’라는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된다. 서로 죽이고 싶도록 증오한 부부였지만 걱정과 달리 유디트의 폭력 없이 평화로운 이별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본론-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데 부부의 문제를 자아의 문제로 풀어나가는 어렵고도 지루한 소설이다. 페터 헌트케는 ‘관객 모독’의 작가로 유명한데 그의 작품세계는 ‘자기 긍정과 자기 부정, 가까움과 멂, 친근감과 이질감 등 과거의 체험과 현재의 삶이 충돌하는 내적공간이자 자아의 억압된 욕망을 환기시키는 중심 기호이다’ 이와 같은 갈등 스토리에는 남녀의 다름을 피력한 재밌고도 쉬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있는데 남녀의 갈등은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계속된다. 화자는 ‘위대한 개츠비’의 소설 속 주인공과 자신을 비교해 본다. 개츠비는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은 했으나 사랑했던 여자를 쟁취하지 못한 욕망을 재력으로 근사하게 접근한다. 개츠비의 나이스한 행동과는 달리 화자는 다혈질로 유디트에게 인내심을 발휘한 적이 없었다. 유디트의 제멋대로인 성격과 살림이나 모든 면이 엉망인 게 거슬리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내와 다툴 때면 고함을 치며 대응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부부가 얼굴을 마주하기 싫다면 남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부부의 유형에는 애정으로 스킨십이 가능한 부부, 애정과 우정을 넘나드는 부부, 한 지붕 아래 동거 수준인 부부, 여건상 헤어지지 못하고 원수인 부부 등이 있다. 막장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은 건 부부의 욕구를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스트레스도 풀기 때문이다.

내 안의 타자와 화해하는 법- 바람직한 부부의 길은 인생 선배들이 후회하며 제시해 준 길을 따르면 된다. 부부 상담학에서 말하는 부부의 갈등은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열등감, 상처로 비롯되는데 문제를 자신에게 찾지 않고 상대방에게 찾기 때문에 골이 깊어지는 것이라 한다. 현대 사회는 성격은 물론 경제적 사유로 이혼율이 높다. 옛날 같으면 백년해로할 부부가 없겠다. 사랑이 가난을 덮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한국 TV 예능에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가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갖은 사람들이 다양한 고민으로 상담받는데 심리적인 문제점을 찾아내어 해결해 주는 유익한 프로다. 비상담자가 안고 있는 바윗덩어리를 상담자가 뽑아내어 억눌림에서 회복되는 좋은 프로그램이라 전 연령층 남녀를 막론하고 시청하길 권한다.
경제력은 있어도 아내와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던 화자는 돈에 인색하고 완벽주의자에 포용력도 없다. 이는 젊을 때 금전적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거나 아니면 자기중심적 사고형으로 순수한 사랑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혼의 사유는 경제력보다 성격의 차이라고 한다. 부부는 상부상조하는 관계다. 아내는 수동적 대상이 아니다. 문제를 너의 탓이 아닌 각자의 탓으로 여기면 갈등 해소가 빠르다. 부부의 대화에는‘소귀의 경 읽기’,‘동문서답’,‘일방적’,‘원만한 피드백’ 등이 있다. 나의 경우 소통을 포기하지 않고 설명화법과 이해화법으로 일관했는데 처음엔 남편이 가부장적이라 가르치려 든다며 불쾌해했으나 가난과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싸워도 마음을 닫지 않고 문제점을 풀어나가려는 나의 진심을 알고 소통에 동조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정치, 경제, 건강 등을 나누는 찐한 친구가 되었다.

결론-한국은 황혼 이혼율이 높다. 그것은 소통의 부재로 서로의 가슴에 무엇이 똬리를 틀고 있었는지 헤아리지 않아 곪아 터진 결과다. 부부는 대화가 단절되지 않아야 한다. 이해만 바라지 말고 ‘나 전달법’으로 앙금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황혼기에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산다면 감사한 일이고 축복받을 일이다. 페터 한트케가 ‘자아의 문제, 실존의 주제를 드러내어 충돌하는 자아의 억압된 욕망을 환기 시켜’ 독자들을 깨우친다고 해도 완벽하고 까칠한 남편보다, 넉넉하고 따뜻한 남편이 아내와 행복한 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정리해 보았고 새삼 깨닫는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위잉잉!“뭐야! 기분 나쁘게.”나는 이어폰 볼륨을 좀 더 높였다.‘바보야, 그래가지고 들려? 더 높여야지!’뒤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이상하네? 녹음할 때 잡음이 들어갔나? 내 귀가 잘못됐나?’나는 이어폰을 뽑고 면봉을 찾아 귀를 후볐다.‘아악! 하지 마! 아파!’“엄마야!”나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집안은 고요했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음악을 더 크게 틀었다.‘히히, 볼륨을 더, 더 크게 올려야지!”“누, 누구야?”소름이 오소소...
이정순
절친 2024.04.30 (화)
   자연 속에는 서로 반겨주는 친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울긋 불긋 물든 단풍과 그와 잘 어울리는 단짝 낙엽, 따스한 봄 볕과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개나리, 흐르는 강 줄기와 강물에 치덕 치덕 내리는 빗줄기. 며칠 전 강변에서 비 님과 호젓한 시간을 보내었어요. 우산에 떨어지는 사근 사근 빗방울 소리 들으니 공연히 실룩 거리는 입에서 맥없는 웃음이 나왔어요.저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꼭꼭 숨겨둔 절친이 있어요....
박혜경
송금 전표 2024.04.30 (화)
낡은 지갑 속에서낡은 쪽지 한 장을 발견 한다아버지 이름으로 입금된 송금 전표싸늘한 시체처럼 싸느랗게 떠오르는 이름 석 자이제 그 이름으로 입금 시킬 아버지가 없다적은 금액 속에 묻어 나는 까만 눈물풍수지탄風樹之嘆, 풍수지탄風樹之嘆내 얄팍했던 지갑이 원망스럽다아니다, 아니다 얇은 지갑이 죄가 아니다지갑 속에 숨어 있던 내 양심이 죄다아버지께 송금된 마지막 교신이 세상 큰 바다를 건너가신 마지막 흔적이제는 입금 시킬 곳 없는...
이영춘
봄밤 2024.04.22 (월)
언제 와 닿았을까벚꽃잎 살랑이는 듯한 손짓어리여린 초록빛 말 한마디깡깡 얼었던 맘을 동그랗게 녹여내고눈 녹아 흐르는 개울물처럼속살대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마음이 간질거린다사랑이 왔구나
이인숙
곁에서 2024.04.22 (월)
첫 인터뷰를 했다. 캐나다로 돌아와서 쓸 수 있는 글과 써야 하는 글 사이에서 고민했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한인 이민자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을 기록하고 싶었다. 평범한 이민자인 부모님의 낡은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의 반경을 넓히는 작업이다. 이민자는 모국에서 만큼 인정받을 기회가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이야기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알아주는 이 없는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휘발되기 전에 쓰고...
김한나
  머리가 허연 사내 하나가 털이 하얀 강아지 한 마리와 동네 골목을 산책 중이다.산책하고 싶어 한 게 개였는지 사내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강아지가 앞장서고 사내가 뒤를 따른다. 강아지가 길모퉁이에 멈춰 서 있다. 아랫도리를 낮추고 볼일을 보는 개를 사내가 조용히 기다려준다. 꽁초 한 개비 마음 놓고 못 버리는 인간의 거리에 천연덕스럽게 응가를? 무슨 상관이냐고, 갈 길이나 가시라고, 녀석이 흘끔 위 아래로 훑는다. 녀석이 일어선다....
최민자
시와 종교 2024.04.22 (월)
고통과 시련으로 가슴에 든 멍을 씻어주는시는 훌륭한 마음의 의사무언가 될 듯 안 될 듯할 때의 괴로움이無 자의 깊은 화두가 되어참회의 순간으로 깨달음을 구하네꽃잎이 지고 말라도 봄 날봄바람은 다시 찾아와꽃을 다시 피우고나비로 다가와 시의 향기를 풍기네때론, 울긋 불긋 가을 바람에귀뚜리 소리가 눈물 짓게 하고하얀 눈 발이 날리는 겨울에는외로움에 시를 쓴다네보고 읽고 듣는 시마다시구는 생겨났다 사라져도생의 길잡이로깨달음이...
강애나
풍경 속 평온 2024.04.15 (월)
햇빛 가리개 구름은머리에 하이얀 솜털을뒤집어 쓴 산봉우리를살포시 허공을 헤엄친다하늘의 풍경을 그대로 담은바다의 모습은 그지없이 평온하다바다와 산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그냥 묵묵부답으로 본연의 자태를 취할뿐아무런 댓가를바라지 않는다하늘과 산과 바다를멀리서 지켜보는저 학동은 그지없이유유자적한데저 멀리서 뜬금없이먹구름 하나가비를 몰고오네 
구대호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