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오라버니의 외로움은
혼자 견디기 힘들었을까
급기야 혈전이 되어
뇌졸중으로 폭발해 버렸다
물 설고 낯선
상주 어느 산골짜기 폐 농가 흙벽에
검불 같은 육신 의지한 채
병마와 싸우며 경험도 없이 시작한 농사
차가운 별빛과
맑은 햇살로 키운 무공해 채소
고맙게도 김장 거리로 쓸 만큼 커 주었다
행복하거라 간절한 소망 함께 담아
형제들에게 보낼 무, 배추 자루를
꽁꽁 묶는다
뇌세포들 하나씩 하나씩
시래기처럼 시들 시들 말라가고
찬 이슬 맞으며 거꾸로 매달린
고독한 영혼 배들 배들 마른다
회한의 눈물과 한숨 푸슬 푸슬 마른다
위로받을 곳 없는 쓸쓸함이
말라 비틀어지는데
깊은 산골의 느린 해거름은
독하게 보내 버린 그리움을 고문한다
바삭 마르려무나
손놀림은 어눌해도
아직도 펄펄 끓는 그 가슴이
얼마나 섧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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