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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5-09-09 10:33

권은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여름 하늘을 수놓을 거라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찾아 나서며 영혼의 울림과 안식을 품은 태고의 빛을 보게 되기를 바랐다. 도시의 불빛을 거부한 채 달빛조차 없는 깊은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날개를 단 듯 가벼웠다. 낮처럼 밝은 밤에 익숙한 도시인은 다수의 유성이 비처럼 보인다는 별똥비는커녕 별 하나의 작은 빛조차 오롯이 가슴이 품지 못하고 살아간다. 시간을 멈춰 세우고, 과거와 현재, 미래로 향한 마음을 한곳으로 모을 때 우리는 별 밤을 껴안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빛의 조각들을 품을 수 있다. 어릴 적 별똥별을 보며 빌었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그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별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도시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내 안의 작고 흐릿한 빛이 처연하게 살아났다. 그 빛줄기를 따라가다 보니 고통과 환희가 뒤엉켜 소리 없이 치열했던 삶의 궤적들이 현연히 드러나는 듯했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고, 아팠던 순간들이 반짝하다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이방인의 삶을 선택하면서 겪게 된 낯선 환경에서의 고단함과 외로움 때문에 아픈 건 아니었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실패와 상실, 좌절과 역경을 통해 나는 깊어지고 단단해지고 싶었다. 그러나 거센 폭풍을 겪고 나서도 여전히 평온함 속에 머물지 못하고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휘청이는 존재의 가벼움이 나를 괴롭혔다. 발코니로 나와 긴 탁자 위에 등을 붙이고 누워 보니 별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선명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을 만큼 극심한 혼란과 고뇌 속에서 삶이 가진 비극성을 예술로 승화시킨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떠올랐다. 어둠이 있어야만 빛나는 별처럼 인간의 갈등과 고독이 깊을 때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빛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닐까? 어둠 저변에 깔린 묵직한 울림과 외침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을 의미로 채우고자 하는 소망이고 내면에 깃든 힘과 빛일지도 모른다.
 
  별이 떨어질 때, 절대자는 은밀하게 찾아와 혼란과 불안으로 요동치는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별 하나의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 동경, 시와 어머니... 별을 헤는 시인이 되어 눈에 담기도 벅찬 밤하늘을 속 깊이 새기려 했다. 조용히 별을 헤며 그리운 나라와 부모님, 동생 그리고 평생의 동반자인 남편과 두 아이들을 떠올렸다. 길을 잃었던 순간마다 나를 이끌어준 것은 북극성처럼 한결같은 존재들이 내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었다. 별들은 높이 있어서 어디에 있든지 나를 비추는 안내자가 되어주었고, 따뜻한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단지 어둠에 잠식되어 삶이 암흑 속에 갇히게 될까 두려워서 별빛을 더욱 빛나게 하는 어둠의 실체를 온전히 마주하지 못했다. 그래서 때로는 내 삶의 빛이 되어준 수많은 별 같은 존재들이 있다는 것도 잊고, 어둡고 고독한 시간을 홀로 견뎌야 했던 것이다.
 
  수많은 별똥별이 떨어져 내리는 밤, 삶의 아픔과 기쁨, 실패와 성취, 상실과 회복 모두 나를 빛나게 하는 빛의 일부였음을 알았다. 별이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 나는 기도했다. 내가 사랑하는 나라, 가족, 친구와 이웃을 위해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별 같은 존재들이 더 아름답게 빛나고 세상을 밝히기를 그리고 그 빛 가운데 모두 평안하기를, 나도 그 속에서 잔잔하게 물처럼 흐를 수 있기를... 밤이 깊어 갈수록 별빛은 더욱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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