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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Cul-De-Sac)

김해영 ch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8-01 16:07

김해영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은밀함이 사라졌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딸네서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녹색 장삼 걸친 삼나무에 둘러싸인 오두막이 그리워 발길을 서둘렀다. 녹색 그늘이 다 지워지고 없다. 삼나무 가지들이 뭉텅 잘려 나가고우둠지에만 이파리 몇 장이 남아있어 주변이 황량하다. 마치 녹색 베레모를 쓴 상이군인이 전장에서 두 팔을 잃고 돌아와 상심에 빠져있는 모습 같다.  

  ”대체 누구 짓이지?” 남편이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분명 묵은 집을 사서 석 달 이상 먼지와 소음을 뿜는 옆집 소행이련만...  옆집사람은 내끼도 없고 다른 이웃들이 콜드섹에 모여들었다. “어제 오후 네 옆집서 자르던데? 너희하고 상의 안 했어?” “소송해. 소송.” 이웃들이 한 마디씩 보태자 남편의 분노가 층층이 쌓여갔다. “왜 제멋대로 울타리를 자르냐고?” 남편의 된소리에 옆집 여자가 나왔다. “나뭇가지 자르고 나니 땅이 이만큼 넓어졌어요. 당신들도 시원하지 않나요?” 여자가 녹색 그늘이 있어야 할, 여자의 말에 의하면 새로 얻은 땅을 보듬듯이 두 팔을 펼치며 말했다. “당신 발코니에서 우리집 현관까지 훤히 보이는데 시원하다구요? 우리 프라이빗을 침범한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요? “ 내가 쏘아붙이자 “ 당신에게 멧시지 남겨 두었다던데? 당신 세입자에게도 얘기를 했고... .” 여자의 말끝이 흐릿했다. 이웃들이 혀를 차며 어이없어 했다. 세입자와 옆집 사람들이 동족이다. 말 통하는 저희끼리 울타리를 두고 서로 양해를 주고 받았다는 데 더 화가 났다. “그런 메시지 받은 적 없고, 세입자는 그걸 결정할 권한이 없어요. 이빨 빠진 것처럼 흉하니 울타리나 빨리 세워요.” “미안해요. 금방 울타리 할 게요.” 여자가 비굴한 웃음을 지었다. 이웃들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떴다. 이땐 분명 이웃들이 나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분별 있는 배심원이었다.

  이민 온 후 10년째, 두 아이의 대학 입학과 시어머니 봉양의 공로를 인정한 남편이 나에게 안식년을 선물했다. 산행도 하고 소망하던 글쓰기도 시작했다. 본의아니게 한인 커뮤니티와 교회 할동에도 발을 딛게 되었다. 슬슬 이름이 알려지자 가시 같은 시선과 구더기 같은 뒷담화가 슬었다. 재미삼아 하는 말과 짓에 상처입는 자신의 못남을 자책하다가 그예 무너지고 말았다. 부질없는 사회활동을 접고 칩거한 지 오 년. 겨우 평온을 찾아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 동안 무명의 고요함과 한적함을 찾게 품어준 산중 오두막집이었다. 그리도 소망하던 은닉의 베일이, 무명의 벽이 옆집의 무분별한 소탐(小貪)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었다.

 울타리가 휑해지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먼저 비밀의 정원에서 차 마시는 운치가 깨졌다. 볕 바르고 바람 치는 날, 빨래를 널어 보송보송 말리는 행복도 날아갔다. 겨울을 나며 영근 마늘도 수확하고, 남편이 서툰 솜씨로 만들어준 나무 화단에 심은 채소에도 매일 물을 줘야 했다. 한데 옆집 노인이 노상 발코니에 앉아 휑한 우리집 옆구리를 너구리처럼 엿보았다. 앞뜰에 나가기 거북했다. 주인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뜨락은 사방으로 뻗은 도장지와 저홀로 피었다 지는 꽃들로 인해 무질서해져 갔다. 대로에서 마주 보이는 골목 끝, 콜드섹 정중앙에 있는 우리집은 녹색 그늘이 사라진 후 행인에게 날것으로 노출되었다. 24시간 익명의 시선이 콜드섹을 돌아 작은 오두막까지 범람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횡포이자 폭력이었다. 명상터를 잃은 내 마음도 사막이 되어갔다. 더이상 우리집은 스윗홈도, 소도(蘇塗)도 아니었다.

 이때부터 동네에도 수상한 일들이 터졌다. 낯선 차들이 들어와 질주를 하고 아무 드라이브 웨이나 들어가 차를 돌리기도 했다. 어느 집 쓰레기통에는 음식찌꺼기 붙은 테이크아웃 컨테이너가 쌓여 악취가 진동하기도 했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큰 트렁크를 끌고 온 이방인 무리가 이방의 언어로 떠들며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다니는 것, 심지어 그들이 떠난 자리엔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있기도 했다. 

 옆집여자는 위선적인 친절함과 싸구려 와인으로 골목의 인기인이 되어갔다. 나는 여자가 뿌려놓은 악성 루머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두려워 누에고치처럼 집안에 틀어 박혔다. 여자만 나타나면 사람들이 콜드섹에 몰려들어 수다를 떨었다. 콜드섹은 가십을 생산하는 동네 살롱이 되고, 동네의 온갖 비밀과 소문이 부글부글 끓는 비커가 되었다. 그들이 내뿜는 독가스와 소음이 드라이브웨이 건너, 창문 너머 침실까지 습격을 했다. 늦은 저녁까지 멈추지 않는 소동을 견디다 못해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다. “저 사람들 왜 한밤중까지 남의 집 앞에서 떠든대요? 나가서 좀 쫓아보내요.”  “아니야, 바람 소리야. 어서 자.” 하던 남편이 급기야 “당신이 환청을 듣는 거라고. 당신 피해망상증 환자야?” 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웃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으로 모자라 남편에게 정신병자 취급까지 당했다.  

 숲을 건너와 감성을 깨우던 미풍에 살갗이 에이고, 전화 벨소리가 울려도 공습경보처럼 후두둑 놀랐다. 귀를 닫고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았다. 참게처럼 몸을 말고 바위틈에 숨었다. 외부의 자극을 최소화하고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어느날, 띵똥 초인종이 울렸다.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쭈뼛거리며 현관으로 나갔다. 스테인드 글라스 너머 낸시가 서있었다. 그나마 말수가 적고 가끔 산책도 같이 하는 이웃을 외면할 수 없어 문을 빼꼼 열었다. “수잔, 잘 지냈어요? 다음 주 토요일 콜드섹에서 블록 바베큐 파티가 열려요. 새로 이사온 당신 옆집 쉐린이 얼마나 적극적인지 코디네이터를 맡았어요. 코비드 때문에 멈췄던 블록 파티를 다시 여는 거니 프랭키랑 함께 꼭 참여해요. 오랜만에 우리 수다 떨어요.”

  ‘콜드섹’,‘쉐린’,’수다’ 라는 단어들이 살갗을 파고 들었다. 맹독이 되어 혈관을 타고 온 몸을 돌았다. 현기증이 나고 숨이 가빠졌다. 하얗게 질린 모습에 낸시가 현관문을 넘어섰다. 괜찮다며 문을 닫았다. 낸시가 콜드섹에 서서 우리집을 한참 올려다보는 모습을 보곤 커튼을 쳤다. 빛도 들지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은 동굴에 들어와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곧 심한 절망에 빠졌다. 낸시마저 적으로 돌렸구나. 가십더미에 또 하나의 불씨를 던졌구나. 옆집여자에게 완벽하게 패했다는 열패감과 자조, 후회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심리적 공황이 파놓은 우물은 깊고 어두웠다.  

 바베큐 날이 삐질삐질 다가왔다. 장소가 집앞 콜드섹인지라 안 갈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다. 할수없이 남편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동반외출을 제안했다. 그간 우울에 빠져 남편 섬기기를 등한시했던 사과를 덧붙여. 그러나 “훗. 누가 당신 뒷담화를 한다고 그래. 피해망상이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집대표로 바베큐 파티에 참여 해. 난 골프 약속 있어.” 남편은 긴 숙고 끝에 내놓은 묘안을 코웃음 한 방으로 쳐냈다. 공감해주지 않은 남편과 남의 속사정 모르고 소문 굴뚝에 군불 때는 사람들이 다를 바 없다. 믿고 의지할 인간 하나 없는 세상에 ‘무소의 뿔처럼 홀로 나아가리라’ 마음 먹었다. 

 참게도 숨어있던 바위가 들리면 두 집게발을 치켜들고 덤벼든다. 절체절명의 순간, 하찮은 갑각류 마물이 짧은 털까지 세우며 대드는 결기를 본 적이 있는가. 그 결연함과 비장함을 장착하고 동굴을 박차고 나왔다.  파티장소인 콜드섹 주변 조경을 시작했다. 꽃바구니를 사다 처마 밑에 걸고, 엇자란 가지들을 전지하고, 땅에 곤두박질치고 있는 작약의 무거운 머리도 받춰주었다. 김에 아들더러 드라이브 웨이 물청소도 부탁했다. 백 년 잠에 빠져있던 공주가 깨어나 기지개를 켠 듯 집 주변이 산뜻해졌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 기세로 D-데이까지 씩씩하게 달리면 된다.  

 드디어 당일, 이른 아침에 일어나 단장을 시작했다. 특히 눈화장에 힘을 주었다. 최후의 결전에 나선 원주민 전사처럼. 여느 때보다 더 공을 들이는 날 보며 남편이 “우크라이나 파견 나가? 웬 밀리터리 룩.” 빈정댔다. 그러나 더이상 남편의 조롱과 사람들의 시선 따위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당일, 골목 입구에 ‘바이올렛 가 바베큐 파티’ 배너가 걸렸다. 마켓 텐트 아래 테이블과 야외의자들을 놓고 아이들 놀이기구를 설치하느라 왁자지껄했다. 파티장이 마련되었으나 뭔가 부족해 보였다. 집에서 크리스마스 전구를 가져와 텐트에 걸었다. 오색 꼬마전구의 요망함이 한결 분위기를 돋우었다. 낸시가 엄지를 세우며 윙크를 했다. 그걸로 지난 번 방문의 어색함과 자처한 소외가 만회되는 듯싶었다. 이제 음료와 바베큐 재료만 나오면 완성이다. 한데 옆집여자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처음엔 좀 늦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11시가 되도록 여자가 나타나지 않자 다들 의아해 했다. 전화를 해도 응답이 없자 여자의 무책임을 성토했다. 파티를 취소하자는 의견과 바베큐 재료를 얼른 준비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각자 집에서 음식 한 접시와 바베큐 재료를 챙겨와 넉넉히 나누어 먹었다. 디저트 후 남자들은 맥주 한 캔, 여자들은 음료수 한 잔씩을 들고 모여 수다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피하고 싶었지만 뒷설거지 걱정에 자리를 뜰 수 없어 낸시 옆에 앉았다.  

 “우리 동네 모든 소란의 근원지가 새로 이사온 집이라는 거 알아?” 빅마우스라 알려진 수영장집 부인 말에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그동안 에어 비앤비를 했대.” “노스밴에선 불법이잖아요?” “그럼,. 누군가의 제보로 시청에서 실사가 나왔는데 딱 걸렸대.” “그럼 트렁크 부대랑 골목에서 씽 달리다 애들 칠 뻔한 사건의 원흉이 저 집이었다는 거예요?” “맞아. 전엔 없던 일이잖아.” “그래서 그 여자가 얼굴을 내밀지 못하는구먼. 이웃들을 구워 삶은 이유가 불법 눈 감아달라는 청탁이었나 보네.” 옆집여자의 험담을 시작하는 그들을 두고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등 위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수잔네 아닌가?” 빅 마우스의 음성이 꽂혔다. 다시 등 딱딱한 갑각류로가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콜드섹은 또다시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영원히 가해자이길 바라지만 결국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한 콜드섹은 내일도 독가스와 뜨거운 불꽃을 뿜어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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