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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멈춰 선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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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6-08-06 10:17

제14회 한카문학상 산문(수필)부문 버금상

이동호/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아내와 함께 갔다. 테라스에는 늦은 오후의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고, 준비된 음식과 술은 대화를 느슨하게 풀어놓았다. 우리는 웃음을 나누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오랜만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이다.

 

사람은 가볍게 스쳤고, 공기는 따뜻했다. 위의 술은 천천히 비워졌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평혼 속에서 잠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있다.

 

해가 기울자 공기가 식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응접실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졌고, 따뜻한 커피 향이 공간을 채웠다. 대화는 낮아졌고, 분위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때, 벽에 걸린 사진 장이 눈에 들어왔다.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의 얼굴들. 프레임 안에 담긴 시간은 단단하고도 따듯해 보였다. 나는 앞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가족사진 앞에 순간, 이제는 곁에 계시지 않은 부모님이 문득 떠올랐다. 시선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멈춘 같았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부러움이었다. 단순하고도 분명한 감정이었다. 감정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제는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사진 찍는 일을 번거로워하셨고, 어머니는 카메라 밖에 계셨다. 그래서 인지 함께 남겨진 사진이 거의 없다. 기억은 평소에는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 가도, 이런 순간에 또렷해진다. 마음 한쪽이 비어 있는 듯한 감각이 조용히

번져갔다. 문득, 사진을 찍어드리자고 번도 말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사소한 망설임이 이제는 되돌릴 없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나는 한동안 자리에 있었다. 사진 사람들의 웃음과, 기억 속의 부모님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시간이 지나도 남는 것은 결국 함께했던 순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걸음 물러나 사진을 다시 바라보았다. 안의 웃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바라보는 마음은 조금 달라져 있었고, 나는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사진이 붙잡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이라는 것을.

 

나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부모님의 얼굴을 다시 불러보았다. 사라진 것은 사람이 아니라, 붙잡지 못한 순간들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무엇을 남기지 못했는지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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