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25-06-06 16:17

조규남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복은 빌 수 있어도
     몸이 견뎌야 하는 일은
     심산 절간에 간다 한들
     빌어서 될 일이 아니더군
     하늘 문 두드려
     그 꽃밭 언저리에 앉았어도
     몸이 해 할 몫은
     몸으로 견뎌 헤쳐가는 것
 
     생멸의 시간을 함께 숨쉬는
     몸과 마음의 인연은
     멀고도 길고도 무거운
     2인3각 억겁의 동고동락
 
     저녁 무거운 어스름 타고
     하루가 마무리되는 점호의 시간
     한자리에 마주한 몸과 마음
     흩어져 널려 있는
     써보지 못한 쉼표들을 보며
     쓸쓸한 “혼술 한잔" 이 됩니다
 
     날카롭게 벼려서 날을 세워
     내일과 다시 뒤 엉켜야 할 
     마음이 몸에 건네는 다독거림은
     몸이 몸으로 써가는 선혈의 낱말들에
     밑줄 그어가며 토 달아주는
     들켜도 부끄럽지 않은
     젖은 눈시울 그 마음… 위로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은사시나무 2025.06.13 (금)
유월의 숲나풀거리던 녹두 빛은  어느새 농록한 푸름으로 가득하다해질녘 노을 꽃피면붉은 비로도 옷 두른 나무들 사이늙은 은사시나무흰 버짐 가득 핀 맨살 드러낸 체 고단한 시간의 허물을 벗겨내고 있다영겁의 세월 지나는 동안이웃한 바람, 꽃, 새들에게힘껏 다정하였다고 정성다해 사랑하였다고구름으로 하늘편지를 띄운다고요한 유월의 숲겹겹이 까만 커튼이 드리우면슴벅거리는 황혼의 노을 데리고은사시나무 레테의 강가*에...
김계옥
  어느덧 캐나다에 정착한 지 33년.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어느새 젊은 목사의 꿈을 품고 시작했던 유학 생활과 목회, 사업, 그리고 지금의 트럭커로 이어진 삶 속에서, 검은 머리는 75세의 백발로 변해 있었다. 마치 푸르른 나뭇잎을 지닌 채, 캐나다로 이식한 나무가 지금은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잎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 날을 돌아보니 내 인생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온 여정이었다. 마치 훈련소에서 철조망을 기어 통과하며 화생방 훈련에...
김유훈
어머니 방문 2025.06.13 (금)
  그동안 거의 매년 한국에 혼자 살고 계시던 어머니를 방문하여 어머니께서 사시는 아파트에서 같이 지내다가 왔다. 작년 우리 부부가 어머니와 8주간 같이 지내고 헤어지기 전 어머니께서는 우리가 언제 다시 방문할 것인지를 물어보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내년 봄에는 꼭 다시 어머니를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 드렸다. 올해 8월 중순에 만 99세가 되시는 어머니는 다니시던 교회에서 최고령자이셨고, 지금 계시는 너싱홈(요양원)에서도...
김현옥
길 위에 서서 2025.06.13 (금)
첫발을 내딛는 소리에발자국은 흔적을 남기고꾸불꾸불한 산길을 따라 아련한 그리움만 쌓여간다 저무는 노을의 외로움은그저 멈춰서 있을 뿐별빛 쏟아지는 어둠을 걸으며여명이 밝아 오리라는 기대로다시 걷는다 힘을 내서지나온 길과 교차하며새 길을 갈망하며 보이지 않는 길을 찾으려잡히지 않는 내 안의 빛을 따라나아가는 길의 마지막은하나의 길이었네
손정규
캐나다 동부 작은 시골 병원에서 한 아기가 태어났어요. 간호사가 강보에 싸인 아기를 부모 품에 안겨주었어요. 부모는 아기를 품에 안으며 감동했어요. 아기는 강보에 싸여 얼굴만 볼 수 있었어요.“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 건강한 아기야!”부모는 아기 볼을 비비며 기뻐했어요. 그때 의사 선생님이 곁에 와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잠시 아기 기저귀를 갈아 주시겠어요?”“네네, 그래야지요. 축축한 기저귀는 우리 아기가 불쾌해질...
이정순
   커피를 주문할 때 우유를 넣어 부드럽게 마시려면 약간의 공간을 남겨야 한다. 김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통에 담을 때도 여유가 필요하다. 꽉꽉 눌러 담은 김치는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가스 때문에 국물이 흘러 넘쳐 냉장고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간단한 사실을 채득 하는 데도 여러 번의 실수와 후회를 반복했다.  인생의 기나긴 항로 속에서 갈 곳을 잃고 헤맬 때가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숨 막히는...
권은경
위로 2025.06.06 (금)
     복은 빌 수 있어도     몸이 견뎌야 하는 일은     심산 절간에 간다 한들     빌어서 될 일이 아니더군     하늘 문 두드려     그 꽃밭 언저리에 앉았어도     몸이 해 할 몫은     몸으로 견뎌 헤쳐가는 것      생멸의 시간을 함께 숨쉬는     몸과 마음의 인연은     멀고도 길고도 무거운     2인3각 억겁의...
조규남
모래성 2025.05.30 (금)
아무도 없는 바닷가홀로 선 모래성바람이 지우고파도가 무너뜨려다시 해변의 모래가 되겠지 쉼 없이 움직이는 개미가한 톨 한 톨 쌓아 올린 모래성그 긴 시간과 땀방울들은그들의 삶의 기억으로 남겠지 흔적도 없이흙이 되어 버린바벨의 탑처럼우주로 심해로 뻗어가는 야망도모래성이 되겠지 그래도 지금을 사는개미들은 부지런히모래성을 지어야지그들의 삶을 위해
송무석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