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오랜만에 찾은 고향집
문을 열기도 전에 당신의 목소리가 귀에 박힌다
"언제 왔어, 밥은 먹었니?”
낯익은 풍경, 익숙한 냄새
그러나 당신은 더 작아지셨다 한 줌도 안 될 듯한 두 손
작은 손등 위로 흐르는 혈관이 마치 오래된 시냇물 같다
한 올 한 올 흰빛으로 피어난 머리카락이
이젠 검은 머리가 한 올씩 돋아나고
당신의 시간이, 당신의 세월이
그렇게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밥상머리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은
아직도 어린아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그것이다
숟가락을 들기도 전에 이것저것 반찬을 짚어 주신다
당신 앞에서는 늘 작아지는 나
고향집을 나서려 할 때
당신은 문설주에 기대어 묻는다
“언제 다시 올래?”
대답을 삼킨 채 돌아서면
뒷모습에 꽂히는 그 말
문턱 너머로 당신이 서 있다
작은 어깨, 구부러진 허리
그래도 여전히 나를 향한 눈빛은
반짝이는 별빛처럼 선명하다
어머니는 그 문턱에서
언제나 기다리는 사람이다
계절이 바뀌고, 세상이 변해도
항상 거기에서
시름없는 듯, 그러나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내가 찾아올 날을 기다리고 계신다
그 문턱에 서 있는 당신은
나의 시작이자 끝
내 안에 살아 있는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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