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80세 벽을 넘어서

김의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3-07 16:27

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필자는 젊은 시절에 캐나다에 유학 와서 반세기하고도 4년 이상을 살고 있다. 어느덧 갑진년
연말에 만 80이 되어 우리 나이 또래 사이에 많이 알려진 “80세의 벽”을 넘은 셈이다. 을사년을
맞으며 제일 먼저 마음에 떠 오른 것은 중고등 시절 역사 시간에 귀가 닳도록 들어온 대한제국
말기의 을사오적에 대한 기억이다. 아마도 요사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현상으로 현대판
을사오적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리가 자주 들려오기 때문이리라. 실로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은 온 세계가 인정하는 놀라운 발전을 했고, 그 발전의 기반에는 우리 민족의 우수한

자질과 지식을 소중히 여기는 민족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필자는 굳게 믿고 있다. 지난 을사년의
우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지혜와 지식이 있는 젊은 세대가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더욱 융성한 대한민국을 이뤄 나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이제”80세의 벽”을 넘었으니, 앞으로 살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짧은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뒤를 돌아보니 6.25라는
전쟁을 통과하고, 여러 고비를 넘기고, 캐나다에 와서 지금까지 호흡하고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내게 내리신 기적이라고 믿는다. 필자는 70세 중반까지는 일상, 즉 먹고, 자고, 걷는데 별
지장 없이 살아왔다. 젊은 시절 해군에 입대해서 훈련 중에 높은 다이빙대에서 잘못 추락하여
허리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 당시 며칠간 고생했지만, 다시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70 후반에 심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걷기가 불편해지면서 척추 전문의와 신경 전문의를
통해 심한 척추관 협착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척추 전문의는 고통이 심하면 수술을 하거나
주사를 맞으라고 했고, 신경 전문의는 오른쪽 다리 정강이가 감각이 없게 된 것은 척추관 협착으로
신경이 눌려 있기 때문인데 운동을 통해서 고통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하지 않고 일 년 이상 수영장에서 걷기 운동으로 재활에 열중한 결과 쌍지팡이를 짚고 15분
내지 20분까지 걸을 수 있게 되었다.
 
   80세가 되어가니 먼저 청력에 이상이 생겨 2년 반 전에 보청기를 장착했고, 보통 젊은이에게
있다는 급성 맹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1년 전에 수술했다. 최근에는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 안경
없이도 운전하고, 깨알 같은 글자 (보통 약병에 쓰여 있는 글자)도 안경 없이 읽었었다. 눈은 매년
정기검진을 해왔었고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운전하는 중에 몸이 좀 피곤하면 가끔“Double
Vision”이 되어 차와 차선이 이중으로 보여 안과 의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왼쪽 눈 아래 눈썹이
바깥 방향으로 자라야 하는데 안쪽으로 자라서 시야를 방해한다는 결론이 나고, 또한 양쪽 눈
백내장 수술도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백내장 수술을 하려면 눈썹 방향 교정 수술이 선행되고
완치된 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자연히 운전할 수 없어져 집사람이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눈썹
방향 교정 수술은 8주 만에 완치되었다. 백내장 수술은 보통 6주가 지나면 다른 쪽 수술을
시행하는데 왼쪽 눈 수술 후 정부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은 코비드 백신을 맞으라는 통고가
나왔다. 백신 맞은 후 6주가 지나야 다른 눈 수술이 가능하다 하여 모든 눈 수술이 끝난 후 장장
8개월 만에 놓았던 운전대를 최근에 다시 잡게 되었다. 약간 어색하기는 했지만 금방 익숙하게
되었다.
 
   이제 자동차로 치면 내 자신은 재정비가 된 셈이고, 재정비된 몸을 가지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지내나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현재는 우리가 살아온 과거와 너무나
다르게 변하여 마치 시골에서 대도시를 처음 방문했을 때를 연상시킨다. 초 연결 시대가 되어 많은
사회생활이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고, 지식 습득이 거의 무상이 되고, 수명은 길어지고, 우리가
알던 직업들은 사라져 가고 있다. 활동이 불편한 필자로서는 새로운 일 시도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다만 바라는 것은 몸 관리를 온전하게 해서 자녀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이웃과 화목하여
폐를 끼치지 않으며, 자녀 손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사회생활은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변하는 것은 분명하나, 인간의 본성은 동서고금을
통해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본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는 반복되고, 그래서 현세대의
삶도 항상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자라나는 자녀 손에 폐를 끼치지 않고 삶에 도움을
주려면 먼저 서로 자주 만나고 의사소통을 이루는 것이 필수인데, 요사이 핵가족 시대가 되어 한
타운에 사는 것도 드문 시대다. 다행스럽게도 통신 기술의 발달로 거리와 관계없이 음성으로,
영상으로 소통을 할 수 있다.
 
   육체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이 최선이라고 한다. 매일 7,000보를 목표로 세우고 공원에 나가
걷기도 하고, 집안에서 제자리걸음으로 채우고 지낸 지 15년이 되었다. 치매를 예방하는 데는
정신 운동이 필수라 한다. 요사이 독서는 SNS를 통해 충분히 하는 셈이고, 좋다는 영화나
드라마를 섭렵하며 지내고 있다. 자녀들과 소통하기 위해 손주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고 논평하며,

손주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같이 시청하기도 한다. 외국어를 새로 배우는 것이 좋다고
하여 인터넷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었다. 특히 인터넷“챗트”방을 통해
손주들의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성경 구절, 동서양의 고전 인용 구절, 동서양의 속담,
탈무드의 인용 구절을 매일 아침 어렸을 때의 사진 4장씩 같이 보낸 지 2년이 넘었다. 손주들이
읽고 가끔 고맙다는 답신을 보낼 땐 참으로 마음이 기쁘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우리 손주 세대가
전쟁과 분쟁이 없는 환경에서 세계적으로 소통하며 평화스럽게 살게 되는 것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고목의 오후 2025.12.26 (금)
계절은 오면서 가고시절도 오듯이 가고잠깐 꿈속을 다니니고목이 되었네어린나무의여린 꿈은 아직 푸르른데검은 형상의 껍질이언제 온몸을 감싸게 되었나그래도 봄은 푸른 싹으로 다가오고여름에는 먼 철새가 찾아온다검게 남은 세월을 잘 벗겨서망각의 새들에게 주어야지아직 시려운 하얀 몸이 드러나면빛나는 푸른 잎을 입을 수 있을 거야가지에는 지중해 복숭아꽃이 피어나고가슴을 닮은 푸른 하늘을 향해 키도 자라겠지멀어져간 처음 사랑도...
김석봉
미국에서 아들 내외가 오랜만에 다녀갔다. 딸이 며칠 휴가를 받아 우리 네 식구는 모처럼 함께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록키 포인트 공원에 가서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사진도 찍고 일식집에 들러 생선 초밥과 회도 먹었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일상일수도 있는 일들을 우리는 특별한 날이나 된 양 참 어렵게 했다. 그다음 날도 우리는 가족여행을 온 것처럼 가스타운(Gastown), 밴쿠버 다운타운, 스탠리 팍, 그리고 UBC 박물관까지 관광을 다녔다. 오가는 차...
심현숙
열쇠 없는 집 2025.12.26 (금)
  사람이 일생 동안 집을 몇 채나 갖고 사는가를 생각할 때가 있다. 사람에 따라 많고 적을 수도 있고 평생 동안 단 한 채도 가지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죄송하게도 우리는 아파트에 살면서 농장에 딸린 농막 한 채를 덤으로 가지고 산다.아파트에서 승용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농막은 산날망*에 거미집처럼 불어 있어 집이랄 것도 없으나 눈비를 피할 수 있고 소박하게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또한 지대가 높아서 아담한...
반숙자
그런 사람 2025.12.26 (금)
우리는 그런 사람하늘이 지펴 논 그런 사람내일이 없는 세상을 안고오늘을 건너가는 그런 사람가 보지 못한 너른 세상텅 빈 세월의 새벽을 두드리며서툰 걸음을 시작하는 사람우리는 사는 동안누군가의 빛누군가의 가슴누군가의 눈물누군가의 사랑으로여기까지 온 그런 사람이 땅에 선물처럼 내려와그리움에 떠돌다 외로움에 내려가슴을 나눠 먹고아침을 나눠 먹는서로의 사람으로 젖고 젖어가는 그런 사람
백혜순
한 해 한 해 쌓이는 시간 속에작은 웃음과 눈물이 모여행복이라는 완성을 빚어내네.마지막 달의 고요한 빛 속에서나는 걸어온 길을 되새기고오늘을 감사로 묶어두네.그리고 다가오는 새해,새로운 희망의 문을 열며나는 다시 시작을 노래하네.바람은 속삭인다------"너의 걸음은 충분히 아름답다."별빛은 응답한다------"내일은 더 환하게 빛날 것이다".*독자에게 전하는 말*시간은 우리에게 끝과 시작을 동시에 선물합니다한 해의 마지막은 또 다른...
이봉란
“그래서 수어를 배웠나요?” 이 질문의 뜻을 바로 이해했다. 한두 장 읽고 말 줄 알았는데 다 읽게 되었다며, 내가 쓴 문장대로 살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책에는 청각 장애인 부부를 만나 썼던 <손의 언어>라는 글이 있다. 그가 장애인 지원기관 수장이라 그 글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배우고 싶은 언어로 수어를 소개했으니 내가 정말 수어를 배웠는지 묻는 것이다.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 이성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김한나
 햇살이 따사롭게 쏟아지는 봄날의 아침이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내 피부를 건드리자, 무언가를 참을 수 없어 무작정 집을 나섰다. 동네라도 한 바퀴 돌면서 바람이나 쐬자면서. 빨강, 분홍, 다홍, 노랑 색색의 로드덴드론과 봄 꽃들이 한창 피어나는 골목길을 걷는 것은 늘 내게 즐거움을 준다. 내가 보태준 것도 없는데, 저들은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와서 그 화사한 자태로 내 마음을 마구 흔든다.  동네...
지연옥
채식주의자 2025.12.23 (화)
영어 수업을 마치고 점심으로 갈비탕을 먹는데 일행 중 한 명이 고기는 싫다며 된장국을 시킨다  갈비탕 한 점씩 한 점씩 떼어먹다가 문득 세상을 뒤흔들었던 한강의 ' 채식주의자' 가 떠오른다  ''담백한 제목인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내용은 참으로 충격이었어'' "맞아, 그러니까 노벨문학상을 받았겠지" 붉은빛 당근, 초록색 채소를 씹으며조금씩 순화되는 세상살이를...
유우영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