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늙음은 삶의 축제

심정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12-06 16:33

심정석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영국의 심리학자 브롬디는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며,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며 산다고 했다. 지금 내 나이 87세니 65년을 늙어가며 살아온 셈이다. 그러나 늙는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 드는 것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사람은 직장의 규정에 따라 정해진 나이가 되면 생업인 일터를 떠나야 한다. 이를
정년퇴직이라고 한다. 나는 두 번이나 정년퇴직을 치렀다. 첫 번째는 내 나이 65세가 되던 해, 31년간 몸담았던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두 번째는 만 80세 되던 해 선교지에서 돌아왔을 때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좀 편히 쉬시지요" 라는 말로 퇴직을 했다. 파송 단체의 규정이 80세였다. 감사하면서도 한편 섭섭함이 밀려왔다. 쓸모가 없는지 오라는 곳도 없다. 정말 늙었구나! 서글퍼진다. 계속 이대로 늙어 가며 일하면 될 터인데 “왜 그만 쉬라고 하지? 내 나이가 어때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던데. 혼자 중얼대 본다. 섭섭한 모양이다.

“늙음은 삶의 축제요,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스위스 철학자 칼 융(Carl Jung) 의 말이다. 내 마음에 꽉 와닿는다. 나도 내 인생의 삶을 멋있게 완성하고 싶다. 그때까지 삶의 축제 속에 춤추며 즐겨보고 싶다. 너나없이 우리 모두의 염원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하지? 늙음에도 기술이 필요하겠다. 내가 닮고 싶은 김형석 교수님을 찾아 여쭈어 보고 싶구나. 김형석 교수님의 삶의 일상이야말로 “축제”인 듯싶다. 근래 내가 친하게 지내는 AI ChatGPT에게 부탁을 해본다. 김형석 교수님의 “늙음의 기술”을 찾아오라 지시했다. 즉시 답이 영상에 뜬다. 3가지만 잘 하란다.

 첫째, 열심히 운동을 해서 건강을 챙겨라.
 둘째, 쉬지 말고 배워서 지혜로워지라, 그리고
 셋째, 일을 만들어 늙을 틈이 없도록 하라,

운동할 때, 배울 때 그리고 일할 때가 청춘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멋있단 다. 김형석 교수님은 언제 보아도 멋있다.

몸은 내가 사는 집이다. 몸이 아프거나 무너지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운동을 하란다. 사람은 나이만큼 늙는 것이 아니라 몸과 생각만큼 늙는다. 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아직 늙지 않았다며 꿋꿋하면 아직 젊은이다. 그렇지!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자.

나는 어려서부터 잘하는 운동이 없다. 젊은 학생들 따라 배드민턴이 내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운동 종목이다. 그것도 80이 넘으니 팔목과 어깨가 말을 안 들어 포기했다. 이웃에 사는 자전거 타는 부부가 부러워 나도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거의 매일 열심히 탔다. 집 주변만 조심조심 돌며 즐겼다. 그러다 자전거 전용 길에 익숙해지니 욕심이 생기더라. 장거리 (UBC, Stanley Park ---) 여행도 했다. 그러고 돌아오면 한참은 젊어진 기분이다. 자랑삼아 무용담도 나눈다.

그런데 주변의 여론이 과히 좋지 않다. “아직도 자전거 타세요? 조심하세요, 큰일 나요, 누구는 낙상을 했대요, 병원에 입원했대요.” 등등, 나를 아끼는 사람들의 사랑을 담은 염려다. 왠지 잔소리(?) 같아 서운했다. 그러다 아니나 다를까 사달이 났다. 낙상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자전거 낙상이 아닌 돌부리 낙상이었다. 늙은이들 낙상사고는 절대 금물이다. 필사적으로 피해야 한다. 늙어가는 얼굴에 여섯 바늘이나 더 보태니---더 늙어 보인다. 자전거 타기도 포기했다. 그 후부터 하루 매일 한 시간씩 꼭 ”Power Walk” 하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그래도 “돌부리는 조심, 조심” --- 대뇌이며 매일 걷는다. "나는 아직 운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삶의 활력을 가져온다.

몸을 돌보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마음을 살찌우고 정신을 젊게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배움이 필수다. 속담에 “노인의 말을 들으면 자다 가도 떡이 생긴다.” 고 했다. 쉬지 말고 배워 지혜로워야 한다.
“안 코라 임파로! (Ancora imparo!),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 라는 이탈리아 말이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스케치북 한쪽에 적은 글이라고 한다. 그의 나이 87세 때 일이다. 지금 내 나이에도 늦지 않았구나. 그렇지, Ancora imparo! 하자. 배우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배울 때 지식을 쌓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며 성장한다. 두뇌를 끊임없이 괴롭히자. 알츠하이머도 발 못 붙이게 하리라. 배우면 배울수록 정신도 몸도 더 건 강해진다.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배움의 문이 열리고 더 겸손해 지는 것 같아 좋다...

사람은 열정 (Passion)을 다해 하는 일이 있을 때 그 삶이 멋이 있다다. 그 멋을 누릴 때가 바로 청춘이다. 늙고 젊음에 상관이 없다. 일이 늙는 것을 막아 준다. “일이 곧 내 삶이다”. “나는 일이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다”. “일하는 사람은 절대 권태롭지 않고 늙지 않는다”. “일과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늙음을 막는 가장 훌륭한 처방이다.” 104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의 체험담이다. 배울만하다.

일거리는 내가 가진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야 한다. 나는 43년 동안 한 가지 일만 했다.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교수” 일이다. 교수의 임무를 “HYFP” 네 글자에 담아 평생 내 일의 “Key Word”로 지켜왔다. 풀어 쓰면 교육은 젊은이가 타고난 재능을 성취하도록 돕는 (Help Youths Fulfill Potential) 일이다. 교수는 그 결과를 보고 기쁘고 행복해하고 보람으로 사는 천직이다. 그 보람이 쌓이는 만큼 젊어진다. 

내가 80되던 해, 마지막 임지였던 평양과기대(PUST)를 떠나오며 이루지 못한 숙원 하나가 있다. 2012년 내가 맡은 학생 20명 중 한 학생이 있다. 그는 내가 맡은 식품영양학 반에서 수석을 했다. 여러모로 욕심나는 수재 학생이다.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싶어 두어 번 장학금을 마련해 놓고 추천했으나 이루지 못해 무거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일로 고뇌하고 있던 차, 친분있는 영국 교수님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외국 유학생들을 돕는 “EU Fellowship Fund” 가 있다니 탐구해 보라 조언을 한다. 정신이 번쩍 든다. 눈 딱 감고 PUST 제자 두 명을 Oxford 대학 박사과정 장학금 신청을 했다. 캐나다 대학 명예 교수 자격으로 정성을 들여 추천서를 썼다. 될 것 같지 않아 몇 번 주저도 했다. 그래도 혹시나? 그리고 열심히 기도했다. 한 달 반이 지났다. “EU-PUST Fellowship” 과 Oxford 박사과정 Admission 통지서가 날아 왔다.

그 후 3년 반이 지났다. 북한에 옥스퍼드 박사님이 탄생했다. 평양과기대에서 만난 두 학생을 위해 노력했던 순간은 나의 늙음 속에서도 가장 큰 보람을 안겨준 일이었다. 그들이 옥스퍼드 박사가 되어 모교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하니, 내 인생이 새로이 빛나는 느낌이었다. 나는 왜 이리도 기쁠까?! 마음이 뿌듯하다. 내가 박사 학위를 받은 것처럼 기쁘고 행복하다. 바로 이것이 일의 보람이다. 이런 보람의 조각들이 쌓이고 쌓이면 어찌 사람이 늙겠는가!

늙음은 삶의 축제다.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배우며, 일을 통해 삶의 보람을 쌓아가다 보면, 늙음이 주는 모든 선물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축제의 마지막 날, 나의 삶을 보람으로 완성하고 웃으며 떠나고 싶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침묵 2026.10.15 (목)
그가 침묵하면  통속적 영화 대사에 익숙한 나로써는  어색해진다  왜 이리 조용하지  이럴 때는 어떤 말을 해야 하지  어찌 됐든  그의 침묵에 젓어들면  미미한 수증기가 안개가 되듯 아무것도 아닌 작은 공백이 큰 의미를 띤다  내가 할 말이 없어지고 그도 할 말이 없어지면  그런 랑데뷰가 일어날 때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재촉할 것이다  말좀해 하면서  아무 말이나...
박락준
열한 살이던 그해 6월 25일 전쟁이 터졌다는 끔찍한 소식과 함께 어머니는 밤새 미숫가루를 만들었다. 다음 날 새벽 우리는 피난 길에 올랐다. 전연 준비가 없었던 전쟁이라 우리는 허둥지둥 한강을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을지로 6가 집에서 장충단 공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쌀자루를 들고 어머니는 미숫가루와 몇 가지 실용품만 챙겨 올망졸망한 우리 5형제들을 이끌고 걸었다. 북한군이 내려오고 있는데 걸어서 한강 쪽으로 가서...
김춘희
손 편지를 쓰면서 정보를 전하고 마음을 전하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에는 편지를 쓰는 일이 하나의 정보 전달을 위한 통신 수단이기도 했으며, 편지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의식에 가까웠다. 책상 앞에 앉아 편지지를 고르고, 펜을 선택하고, 첫 문장을 몇 번이고 썼다가 다시 지웠다. 펜을 쥐고 편지지를 마주하던 시간에는 속도가 없었다. 생각은 천천히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은 손의 리듬에 따라 종이에 스며들었다. 잉크를 이용한...
이봉희
엄마가 가시고슬픔이 정박한 마음에 세상 문은 닫히고 청력마저 녹은 듯 칠흑 지도 위 암흑기가 펼치는가 했는데                      말도 안 돼 엄마가 없는데도 배는 왜 고파지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우적우적 돌을 씹고                 엄마가 없어도 바람은 불어오고 강물은 흘러가고                     지금도 가끔 로키 너머 저쪽...
한부연
홍익인간의 개념 2026.10.09 (금)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마음둘 곳이 없을 때는부모님을 생각하세요.  헤어짐과 만남이 서로 갈등을 쌓아 놓을 때는설렜던 기억만 생각하세요.  기분이 우울하거나 감정이 내려앉을 때는깊은 계곡 맑은 물을 찾아보세요.  우리가 지금 세계의 어느 곳에서터를 잡고 생활하고 있다면  또 그곳의 생활에 충실해하루의 일상이 바쁘게 회전하다가언뜻 어린 시절의 고귀하게 남아있는추억을 생각하고  더할 나위 없이...
송요상
에버그린 하우스는 내가 근무하는 병원의 오래된 요양 병동이다.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은 노란 벽돌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오십 년이 넘은 낡은 건물은 새로 들어선 병동 맞은 편에 낮게 웅크리고 있다.    요양원이나 장기 요양시설에는 에버그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 많다. 상록수는 사철 내내 잎이 푸른 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맑은 공기와 생명력이 가득한 상록수 숲의 인상과 달리 요양 병동은 잿빛 하늘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이주령
아파트 9층인 우리 집 거실에서 베란다 쪽 소파에 앉으면 사거리가 보인다. 건너편 아파트와 시내로 나가는 길이 교차되는 길이다. 그 사거리를 바라보며 가끔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 신호에 따라 밀려왔다 밀려가고 달리다 멈추고 하는, 하등 신기할 것 없는 차량의 행렬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저렇게 많은 차들은 대관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새벽부터 밤중까지 끊임없이 굴러가는 지친 바퀴들은 언제 어디쯤에서 쉬게 될 것인가. '나는 바퀴를...
최민자
호모 사피엔스 2026.10.08 (목)
우쭐대는 글 들과 퍼즐처럼 늘어놓은 낱말들로 인간이 지성이라 쌓아놓은 성벽 위에서 인간은 다른 생명을 뒤적이며 짐작으로 떠들고 떠들며 이름 부쳐놓고 이름 부쳐놓고 킬킬대는 호모 사피엔스  먼 길 돌고 돌아 여기 인공지능의 지성을 빌어 태초에 생명이 탄생하고 태초의 생명이 헤어진 길 그 헤어진 출발 선에서 다시 만나 모인다면 모든 생명들 한 동아리로 돌아가 그 최초의 언어로 말문의 장벽은 허물리고 그때 굶주린...
조규남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