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다 하나님의 은혜 였소

심정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7-29 10:49

심정석 /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나태주 선생의 “행복” 이란 시에 “외로울 때 홀로 부를 노래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했다. 나도 외로울 때 홀로 부를 노래 한 곡을 찾아 불러 보기로 했다. 손경민 목사님의 자작, 작곡해 부른 “은혜”라는 노래다.

●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부지런히 따라 불러 연습하다 보니 익숙해진다. 외로울 때 혼자 흥얼거려 본다. 내가 걸어왔던 과거 시간으로 되 돌아가 본다. 기억들을 하나하나 더듬어 본다. 가장 어려웠던 때가 생각나면 한 소절이 끝 “다 은혜였소” 한 옥타브 올려 부른다. 행복을 느낀다. 행복이 은혜다. 나태주 시인이 옳았다.

나는 UBC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박사과정 학생으로 밴쿠버에서 4년을 살았다(1970-1974). 다섯 살 난 딸, 두 살 된 아들, 그리고 아내, 이렇게 네 식구 가정을 이끄는 학생 가장이었다. 대학에서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연구보조 장학금(Research Assistantship)과 대학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아내의 수입으로 네 식구는 넉넉히 살만했다. 그러다가, 공부를 마치니, 고향 같은 밴쿠버를 떠나야만 했다. 미국 북가주 대학(UC Berkeley) 로 옮겨야 했다. 1974년 박사후(PDF) 연구생으로 2년 계약으로 질병영양학 연구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콩코드(Concord)라는 작은 도시에 아파트를 얻어 정착했다. 아파트 건너편에 한 삼사십 명 쯤 모이는 작은 교회가 있다. “Park Heaven 남침례교회” 간판이 우리가 사는 아파트창으로 크게 보인다. 1975년 8월말 어느 날이다. 한 이 십대 후반 쫌으로 보이는 전도사님이 집집마다 문을 뚜드리며 부흥집회에 꼭 나오라고 권한다. 그날 저녁 나와 아내는 이상하게도 아무 저항 없이 참석을 했다. 부흥집회 3 일째 되든 날 저녁 집회때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성령님의 강권 적 역사가 우리 부부에게 임하셨다. 그 날 우리 부부는 한 날 한 시 같은 장소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됐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했다. 내가 구원받아야 할 죄인이었음을 처음 알았다. 이제 예수님이 십자가 상에서 흘린 그 보혈로 씻겨 용서 받았음을 믿게 됐다. 그리고, 내가 어디서 와서 이생에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 지 확실히 알게 됐다.

박사 학위를 소유했다고 다 교수가 되는 것이 아니더라. 교수직을 구하느라 보낸 이력서만해도 100통이 훨씬 넘게 보내 봤다. 무던히도 애를 썼다. 하나 같이 안 된다는 답장만 받아 보기를 역시 100통이 넘었다. '이제 3개월 후면 PDF 연구생 자리도 끝이 나는데 어쩐 담.' 걱정이 태산 같다. 홀로 초조함과 염려 속에 살아오다가, 예수님께 한 번 매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시행하리라.”(요한복음 14장 14절 말씀)하신 말씀이 떠 오른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에게 “교수직을 주세요.” “제게 알맞는 직장을 주세요.” “하나님께 영광 드릴 수 있는 직장을 주세요.” 참으로 철없는 어린애 같은 기도다. 매일 열심히 기도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하나님께서 꼭 응답해 주실 것만 같은 생각이 짙어 간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렇게 예수님께 직장을 위해 기도를 시작한지도 6개월이 지났다. 이젠 더 기다릴 곳도 없다. 

1976년 7월 말쯤 어느 날 오후였다. 캐나다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내가 도서실에 있는 사이라 받지 못했다. 오후 4 시 다시 걸테니 기다리란 메시지를 남겼다. 전화벨이 울린다. 내가 학생으로 있던 UBC 농학부의 학과장님의 전화다. 안면만 있을 뿐 잘 모르는 분이다.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지도 모른다. 전화의 요지는 9 월부터 교수 자리가 났으니 캐나다로 9월 학기부터 올 수 있겠냐고 묻는다. 현기증이 나도록 어리둥절했다. 내 홀로 100통을 넘게 쓴 신청서류는 모두 허사였건만 무릎 꿇고 그것도 어린애 떼같이 향방 없이 올린 우리 부부 함께 무릎 꿇은 기도가 응답되다니 놀라왔다. 기도가 하나님 보좌를 움직여 응답을 받아낼 수 있다는 귀한 진리를 체험했다. 

그해 9월 학기부터 나를 키워준 모교 UBC 교수가 됐다. 이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恩惠)다. 그 후로는 다른 직장을 구하는 신청서를 써 본 일이 없다. 하나님이 필요한 곳에 보낼 때 순종만 하면 됐다. UBC 교수로 재직한 지 10년이 되든 해, 알버타 대학으로 부터 석좌교수로 초빙되어 21년간 근무했다. 2006년 정년을 채우고 31년 긴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연이어 연변 과학기술대학에서 6년, 그리고 평양과기대에서 6년, 도합 12년을 더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내 나이 80이 되던 해 2018년에야 총 43년의 예수님이 정해 주신 교수라는 천직에서 물러났다. 할렐루야. “이것이 다 은혜, 은혜요, 하나님의 은혜였소”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침묵 2026.10.15 (목)
그가 침묵하면  통속적 영화 대사에 익숙한 나로써는  어색해진다  왜 이리 조용하지  이럴 때는 어떤 말을 해야 하지  어찌 됐든  그의 침묵에 젓어들면  미미한 수증기가 안개가 되듯 아무것도 아닌 작은 공백이 큰 의미를 띤다  내가 할 말이 없어지고 그도 할 말이 없어지면  그런 랑데뷰가 일어날 때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재촉할 것이다  말좀해 하면서  아무 말이나...
박락준
열한 살이던 그해 6월 25일 전쟁이 터졌다는 끔찍한 소식과 함께 어머니는 밤새 미숫가루를 만들었다. 다음 날 새벽 우리는 피난 길에 올랐다. 전연 준비가 없었던 전쟁이라 우리는 허둥지둥 한강을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을지로 6가 집에서 장충단 공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쌀자루를 들고 어머니는 미숫가루와 몇 가지 실용품만 챙겨 올망졸망한 우리 5형제들을 이끌고 걸었다. 북한군이 내려오고 있는데 걸어서 한강 쪽으로 가서...
김춘희
손 편지를 쓰면서 정보를 전하고 마음을 전하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에는 편지를 쓰는 일이 하나의 정보 전달을 위한 통신 수단이기도 했으며, 편지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의식에 가까웠다. 책상 앞에 앉아 편지지를 고르고, 펜을 선택하고, 첫 문장을 몇 번이고 썼다가 다시 지웠다. 펜을 쥐고 편지지를 마주하던 시간에는 속도가 없었다. 생각은 천천히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은 손의 리듬에 따라 종이에 스며들었다. 잉크를 이용한...
이봉희
엄마가 가시고슬픔이 정박한 마음에 세상 문은 닫히고 청력마저 녹은 듯 칠흑 지도 위 암흑기가 펼치는가 했는데                      말도 안 돼 엄마가 없는데도 배는 왜 고파지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우적우적 돌을 씹고                 엄마가 없어도 바람은 불어오고 강물은 흘러가고                     지금도 가끔 로키 너머 저쪽...
한부연
홍익인간의 개념 2026.10.09 (금)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마음둘 곳이 없을 때는부모님을 생각하세요.  헤어짐과 만남이 서로 갈등을 쌓아 놓을 때는설렜던 기억만 생각하세요.  기분이 우울하거나 감정이 내려앉을 때는깊은 계곡 맑은 물을 찾아보세요.  우리가 지금 세계의 어느 곳에서터를 잡고 생활하고 있다면  또 그곳의 생활에 충실해하루의 일상이 바쁘게 회전하다가언뜻 어린 시절의 고귀하게 남아있는추억을 생각하고  더할 나위 없이...
송요상
에버그린 하우스는 내가 근무하는 병원의 오래된 요양 병동이다.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은 노란 벽돌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오십 년이 넘은 낡은 건물은 새로 들어선 병동 맞은 편에 낮게 웅크리고 있다.    요양원이나 장기 요양시설에는 에버그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 많다. 상록수는 사철 내내 잎이 푸른 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맑은 공기와 생명력이 가득한 상록수 숲의 인상과 달리 요양 병동은 잿빛 하늘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이주령
아파트 9층인 우리 집 거실에서 베란다 쪽 소파에 앉으면 사거리가 보인다. 건너편 아파트와 시내로 나가는 길이 교차되는 길이다. 그 사거리를 바라보며 가끔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 신호에 따라 밀려왔다 밀려가고 달리다 멈추고 하는, 하등 신기할 것 없는 차량의 행렬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저렇게 많은 차들은 대관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새벽부터 밤중까지 끊임없이 굴러가는 지친 바퀴들은 언제 어디쯤에서 쉬게 될 것인가. '나는 바퀴를...
최민자
호모 사피엔스 2026.10.08 (목)
우쭐대는 글 들과 퍼즐처럼 늘어놓은 낱말들로 인간이 지성이라 쌓아놓은 성벽 위에서 인간은 다른 생명을 뒤적이며 짐작으로 떠들고 떠들며 이름 부쳐놓고 이름 부쳐놓고 킬킬대는 호모 사피엔스  먼 길 돌고 돌아 여기 인공지능의 지성을 빌어 태초에 생명이 탄생하고 태초의 생명이 헤어진 길 그 헤어진 출발 선에서 다시 만나 모인다면 모든 생명들 한 동아리로 돌아가 그 최초의 언어로 말문의 장벽은 허물리고 그때 굶주린...
조규남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