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락준 /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고양이는 그늘에서 잠자고
아저씨는 점심 준비로 분주하다
태양은 하늘 위에 걸려있고
바람은 머릿결을 살랑살랑
딸랑거리는 자전거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하얀 파도 소리
할머니는 집 앞에 나와
담벼락에 스치는 나뭇가지에
얘기를 걸고
오랜만에 놀러 온 손녀는 살금살금
고양이 쪽으로
까만 고양이 눈 초승달처럼 커지고
아이는 아닌 척 시치미를 땐다
밥 먹어 하는 소리에
고양이가 쪼르르 달려오고
하늘의 갈매기는 끼룩끼룩
아저씨는 평상에 걸 터 앉아
무청을 다듬으니
저녁에는 무엇이 나올까
구름이 점점이 하늘 위에 그림을 그려내고
할머니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신다
하얀 포말 부서지는 작은 파도 소리에
마음이 안쓰러워 슬쩍 내다보니
고양이가 한 마리가 아니었네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가
냐옹 냐옹 냐옹
예뻐서 미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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