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손녀들과 책 읽기 행복

김의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2-21 08:59

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우리 부부는 아들 하나를 키웠고 손주가 3명 있다. 손주로는 쌍둥이 손녀에게 3년 아래로 손자가 하나 있다. 쌍둥이 손녀는 올해 14살이 되었고 손자는 6월이 되면 11살이 된다. 손녀들은 7학년까지는 학교 공부를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르게 지내더니 8학년에 올라가니 심각해진 모습이 보인다. 손자 녀석은 여전히 학교 공부하는 눈치가 전혀 안 보인다. 주간 동안 하루는 방과 후에 아이들을 픽업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픽업하면서 손자에게 “오늘 새로 배운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Nothing.” 한다. 그러면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잘 이해하느냐”고 물으면 “Sure, no problem!”이라고 선뜻 대답하니 더 할 말이 없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손주들은 인생의 비타민이라고 한다는 데 동감이 가는 말이다. 그냥 같이 지내기만 해도 마음이 즐거워진다.

  아들네와 같은 도시에 사는 것은 참으로 복 된 삶이다. 쌍둥이 손녀들이 태어났을 때는 낮 동안 근무하는 보모가 있었고 혼자서 두 아이를 다루는 것이 힘들어서 우리가 한 주에 3번 씩 아이들과 지냈고, 손자 때는 재택 보모가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과 지냈다. 아이들과 같이 노래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쇼핑 센터도 가고, 놀이터에도 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신경을 써서 책을 많이 사서 틈이 나는 대로 읽어 주는 것을 항상 잊지 않았다. 아들을 키울 때도 책을 많이 사줬고, 자기 전에 반드시 책을 읽어주고 아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아들의 읽기 수준이 7학년 수준이라고 해서 은근히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며느리와 아들에게 반드시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기도하는 것을 지키도록 당부했다. 놀랍게도 쌍둥이 손녀들도 3학년 때 11학년 수준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때 손자네 유치원에서 아침 수업 전에 부모나 조 부모가 책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손자만이 자기가 책을 선택해서 우리에게 읽어 주어서 마음이 뿌듯했다.

  은퇴하고 보니 반드시 해야 할 일도 없고 특별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어서 매일 다람쥐 쳇 바퀴 돌리는 것 같은 생활이었다. 그래서 독서, 운동, 학습, 교제, 자녀 교육 등으로 나 자신과 주위에 가치를 부가 할 수 있는 일을 규모 있게 실행하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실행 사항 중 하나로 손주들과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거의 매주 갖는다. 읽은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있으면 같이 관람한다. 손녀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고, 평가하고, 좋은 문구를 발췌 해서 “Google Chat”를 통해 서로 나눈다. 매일 아침 “Google Chat”를 통해 동서고금의 금언들을 하나씩 골라 손주들의 자라는 모습을 찍은 사진 4장과 함께 띄워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손녀들은 가끔 금언에 대한 소감을 표하기도 한다. 손주들이 자기들의 어릴 적의 사진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참으로 기쁘다.

  손녀들은 독서를 즐기는 많은 동호인들이 쓰는 “Goodreads”라는 앱(App)을 통해 읽은 책에 대한 소감 (Review)와 평가(Rating)를 발표한다. 쌍둥이 손녀들의 활동 상황을 보며 내 자신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각 개인의 역사를 보면 언니 손녀는 2023년에 391책(총 118,435 페이지)를 읽었고 친구가 260명, 동생 손녀는 441책(총 137,699 페이지)를 읽었고 친구가 282명이다. 2022년에는 언니 손녀는 402책 (총 124,366 페이지), 동생 손녀는 294책 (총 101,618페이지)이다. 손녀들은 어디를 가나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닌다. 읽는 속도가 대단하다. 애들이 추천한 책을 작년 말 현재로 32권을 읽었다. 아무래도 청소년을 위한 내용이어서 낯선 단어가 많아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읽을 수 있다. 올해 들어 4권을 더 읽어서 전부 36권 읽었다.

  이번 생일에 손주들로부터 스스로 만든 생일 카드를 받았다. 손자와 언니 손녀는 컴퓨터를 이용해 만들었고, 동생 손녀는 자기 손으로 만든 카드였다. 특히 언니 손녀는 내가 읽은 32권의 책 표지의 사진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렬하여 한 페이지에 올렸다. 그 솜씨에 우리는 감탄했다. 손녀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읽으며 마음이 뭉클했다. 언니 손녀가 보낸 축하 메시지를 읽으며 우리 부부의 마음에 커다란 감동이 왔다. 손녀의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할아버지 생일을 축하해요. 저는 할아버지와 같이 읽은 모든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를 사랑해요. 할아버지가 보내시는 매일 아침 메시지는 우리
가족에게 항상 기쁨과 지혜를 제공하고 있어요. 우리 학교 영어 시간에
우리는 한 질문에 대답해야 하지요. 그 질문은 “Who is someone who you
look up to / guide you in life?”. 저는 할아버지가 제 삶에서 바로 그 사람이라고
대답하지요. 할아버지가 저에게 늘 용서하며 지내라고 상기시켜 주시는 말씀이
정말로 제 삶에 변화를 불러왔어요. 제가 존경하는 할아버지 이시고, 나도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게 해줘서 고마워요.”

  8학년이 되면서 학교 공부에 시간이 많이 빼앗긴다고 하며 요사이는 많이 못 읽는다고 한다. 여기는 학년 초 새로운 반을 형성할 때 자기 소개를 팻말에 이름과 장차 나아 갈 방향을 써서 소개한다. 언니 손녀는” Screenwriter”, 동생 손녀는 “Author”손자는 “Architect”였다. 바라기는 늘 건강하고 지혜와 지식을 겸비한 생애가 되기를 소망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고목의 오후 2025.12.26 (금)
계절은 오면서 가고시절도 오듯이 가고잠깐 꿈속을 다니니고목이 되었네어린나무의여린 꿈은 아직 푸르른데검은 형상의 껍질이언제 온몸을 감싸게 되었나그래도 봄은 푸른 싹으로 다가오고여름에는 먼 철새가 찾아온다검게 남은 세월을 잘 벗겨서망각의 새들에게 주어야지아직 시려운 하얀 몸이 드러나면빛나는 푸른 잎을 입을 수 있을 거야가지에는 지중해 복숭아꽃이 피어나고가슴을 닮은 푸른 하늘을 향해 키도 자라겠지멀어져간 처음 사랑도...
김석봉
미국에서 아들 내외가 오랜만에 다녀갔다. 딸이 며칠 휴가를 받아 우리 네 식구는 모처럼 함께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록키 포인트 공원에 가서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사진도 찍고 일식집에 들러 생선 초밥과 회도 먹었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일상일수도 있는 일들을 우리는 특별한 날이나 된 양 참 어렵게 했다. 그다음 날도 우리는 가족여행을 온 것처럼 가스타운(Gastown), 밴쿠버 다운타운, 스탠리 팍, 그리고 UBC 박물관까지 관광을 다녔다. 오가는 차...
심현숙
열쇠 없는 집 2025.12.26 (금)
  사람이 일생 동안 집을 몇 채나 갖고 사는가를 생각할 때가 있다. 사람에 따라 많고 적을 수도 있고 평생 동안 단 한 채도 가지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죄송하게도 우리는 아파트에 살면서 농장에 딸린 농막 한 채를 덤으로 가지고 산다.아파트에서 승용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농막은 산날망*에 거미집처럼 불어 있어 집이랄 것도 없으나 눈비를 피할 수 있고 소박하게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또한 지대가 높아서 아담한...
반숙자
그런 사람 2025.12.26 (금)
우리는 그런 사람하늘이 지펴 논 그런 사람내일이 없는 세상을 안고오늘을 건너가는 그런 사람가 보지 못한 너른 세상텅 빈 세월의 새벽을 두드리며서툰 걸음을 시작하는 사람우리는 사는 동안누군가의 빛누군가의 가슴누군가의 눈물누군가의 사랑으로여기까지 온 그런 사람이 땅에 선물처럼 내려와그리움에 떠돌다 외로움에 내려가슴을 나눠 먹고아침을 나눠 먹는서로의 사람으로 젖고 젖어가는 그런 사람
백혜순
한 해 한 해 쌓이는 시간 속에작은 웃음과 눈물이 모여행복이라는 완성을 빚어내네.마지막 달의 고요한 빛 속에서나는 걸어온 길을 되새기고오늘을 감사로 묶어두네.그리고 다가오는 새해,새로운 희망의 문을 열며나는 다시 시작을 노래하네.바람은 속삭인다------"너의 걸음은 충분히 아름답다."별빛은 응답한다------"내일은 더 환하게 빛날 것이다".*독자에게 전하는 말*시간은 우리에게 끝과 시작을 동시에 선물합니다한 해의 마지막은 또 다른...
이봉란
“그래서 수어를 배웠나요?” 이 질문의 뜻을 바로 이해했다. 한두 장 읽고 말 줄 알았는데 다 읽게 되었다며, 내가 쓴 문장대로 살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책에는 청각 장애인 부부를 만나 썼던 <손의 언어>라는 글이 있다. 그가 장애인 지원기관 수장이라 그 글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배우고 싶은 언어로 수어를 소개했으니 내가 정말 수어를 배웠는지 묻는 것이다.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 이성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김한나
 햇살이 따사롭게 쏟아지는 봄날의 아침이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내 피부를 건드리자, 무언가를 참을 수 없어 무작정 집을 나섰다. 동네라도 한 바퀴 돌면서 바람이나 쐬자면서. 빨강, 분홍, 다홍, 노랑 색색의 로드덴드론과 봄 꽃들이 한창 피어나는 골목길을 걷는 것은 늘 내게 즐거움을 준다. 내가 보태준 것도 없는데, 저들은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와서 그 화사한 자태로 내 마음을 마구 흔든다.  동네...
지연옥
채식주의자 2025.12.23 (화)
영어 수업을 마치고 점심으로 갈비탕을 먹는데 일행 중 한 명이 고기는 싫다며 된장국을 시킨다  갈비탕 한 점씩 한 점씩 떼어먹다가 문득 세상을 뒤흔들었던 한강의 ' 채식주의자' 가 떠오른다  ''담백한 제목인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내용은 참으로 충격이었어'' "맞아, 그러니까 노벨문학상을 받았겠지" 붉은빛 당근, 초록색 채소를 씹으며조금씩 순화되는 세상살이를...
유우영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