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평생 현역

김진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1-02 16:14

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둘 내 곁을 떠난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라앉는 기분이지만 천운을 어찌하겠는가! 친하게 연락을 주고받던 대학 선배님이 최근에 갑자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한 달여 전에도 카톡 통신을 주고받았는데, 그때 코비드 감염으로 몸이 몹시 아프다고 했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실 줄은 생각 못 했다. 사인은 코비드 보다 갑작스러운 췌장암 진단에 의한 충격에 혈전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하니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현실이다.
  팔 년 전에 그 선배님의 초청으로 내외분의 별장이 있는 탬파, 플로리다로 휴가를 다녀왔다. 멀리 떨어져 살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우리를 늘 가깝게 이어주었기 때문이다. 방문 기념으로 함께 첫 우쿨렐레를 하나씩 구입해서 그동안 각자 열심히 배우고 서로 악보와 영상을 주고받기도 헸다. 코비드 유행이 시작되기 바로 전 해에 동창회 재상봉 행사로 카리브해 크루즈 배를 탔을때에 틈틈이 객실에서 만나 연습하기도 하고… 여생을 교회음악으로 헌신하며 더 오래 보람 있게 사실 분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가을에는 내 신부 들러리였던 친구가 앞장서 하늘나라에 갔다. 결혼 예식을 위하여 교회 채플에 먼저 들어가서 신부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같은 세월을 살면서 자녀들 성가 시키고, 사회봉사도 누구보다 앞장서고 직장인으로의 역할도 충실히 했건만, 원인모르는 질병으로 한동안 고생하더니 하늘나라에도 먼저 들어가서 신부 입장을 기다리려고 했는지! 안타까운 소식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러나 80대에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80세부터 89세까지를 일컬어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이라 한다. 왕성한 80대를 일컬어서 하는 말이며 1815년부터 씌어 왔다고 한다. 현재 보더라도 나와 동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고, 99세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팔십 대 중반에 국제정치에 참여해 해결사 역할을 했다. 81세의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가 올해도 출연했고, 기업에서나 언론, 방송, 학계에 팔십 넘은 나이임에도 끊임없이 활동하며 사회가 인정하는 상을 받을 뿐 아니라 절대 쉬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에서도 80대 근로자가 증가하고, 집계에 의하면 5명 중에 1명이 일을 하고 있다 한다. 배우이자 성우인 85세의 김영옥씨는 수상도 많이 했고 요즈음 랩도 하면서 달리고 있는 현역이다. 수능 시험을 보고 대학입시를 꿈꾸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폐지 줍기로 한 푼 한 푼 모아 백만 원을 손주 대학 등록금에 보태 주었다는 정겨운 이야기도 듣는다.
  나도 옥토제너리언의 한 사람인데 허송 세월 보내기엔 시간이 아깝다. 간호사라는 천직에서 물러난 지 이십 년 넘었다. 아내라는 자리는 오십 년 넘게 지키고 있는 은퇴 없는 자리다. 가사를 제쳐두고 말동무로, 기사로, 간호사, 운동 및 웃음치료사 등, 할 일이 셀 수 없다. 많은 시간과 정력을 동반자와 나누어야 하므로 내 영육의 건강을 더 열심히 챙겨야겠다. 남은 생이 얼마일지 오직 하나님만 아시므로 오늘 건강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도전을 멈추지 말고 활발하게 살자. 전에 선배님과 함께 구입한 우쿨렐레로 그동안 꾸준히 훈련 받으며, 몇 년 동안 유투브에 합주 영상을 여럿 남겨 언제든지 보고 들을 수 있어서 뿌듯하다. 언제까지 현역으로 달릴 수 있을지.
  새로 맞이하는 갑진년에 더 값진 삶을 다짐하는 마음으로 이 해를 접는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빠, 뭐 보고 있어?”이른 아침, 아빠가 텃밭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한 무더기 풀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잠이 덜 깬 눈으로 쪼르르 달려가 아빠 등에 기대며 물었어요.“아고, 우리 호야 깼구나. 더 자지 않고?”“어? 텃밭 풀이 다 어디 갔어요?”내 키보다 훌쩍 자란 풀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우와! 텃밭에 풀이 다 없어져 보기 좋아요. 어젯밤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봐?”“우렁각시? 하하 맞네. 착한 우렁각시.”아빠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정순
바람 2026.01.30 (금)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만나서 마음속으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진다. 바람을 쐬러 산책길에 나선다. 머리카락, 피부에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가슴을 열고 하늘을 본다.바람은 보이지 않으나 감촉을 느끼게 한다. 하루에 한 번씩 바깥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어야 생기가 날 듯하여, 오후가 되면 산책길에 나선다. ‘바람을 쐬는 일’은 무슨 일인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스스로 물어보기도 한다.운동장을 몇 바퀴 걸으면 마음속으로...
정목일
이민 삼십 년 2026.01.30 (금)
이민자 낯선 땅에 뿌리내리려 할 때마다사람들은 내게 보이지 않는 눈금을 들이민다고향이라는 눈금, 학교라는 치수그들은 나의 과거를 재는 것이 아니라자신들이 밟고 올라설 사다리의 높이를 가늠하는 중이다골목마다 교회 숲을 이루는 도시절 향기는 댓돌처럼 차고 문지방처럼 높다교회의 찬송은 매끄러운 비단처럼 반짝인다사람들은 나를 그 화려한 그물 속으로 초대한다거절의 벽을 허물고 들어가 앉은 식탁 위에서나는 비로소 이방인의 허기를...
전재민
산에는산길에는해 오르고 달 오르는 길이 새롭다 산은철따라 외로움이 피고 지는꽃들의 터전 그리움이 울어넘는산새들의 고향이다 미움도 사랑으로 옷을 갈아 입는아라리 산길 산에 오르면제 마음 봄이되어발걸음이 가볍다 산은오를수록 제 안의 저를 알아가게 하는무언의 스승 그 산길에 오르며 배움이 깊다
유병옥
동쪽의 거리 2026.01.23 (금)
독도가 앞서 밝아올 때울릉도의 등줄기인왕산의 오래된 벽봉황산의 그림자남한산성의 돌땅끝마을의 끝내 닿지 않는 손성산일출봉새천년 해안 샛바람길의 비린 새벽정동진. 호미곶사람들은산과 바다도시의 모서리마다각자의 동쪽을 세운다나는이름 하나 들고서 있었다간절곶아주 오래전간절함이 먼저 와우리 사이에 서 있었고말은해보다 늦었다빛이 오기 전 오빠는부르지 않아도 이미동쪽에 있었다가장 얇은 그 새벽나에게 동쪽은한 사람...
김회자
한글은 계시였다 2026.01.23 (금)
세계가 한국을 바라본다. Kpop의 박동, 드라마의 서사, 영화의 감정, 음식의 향기까지. 그러나 그 모든 ‘K’의 중심에는 조용히 빛나는 한글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오래 살고 나서야 비로소 깊이 깨닫는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도, 기술적 발명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된 정신이 글자의 옷을 입고 세상에 다시 나타난 계시였다.우리 민족의 역사는 단군의 건국 이념에서 시작된다. 홍익인간—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라. 이 네 글자는 한 나라의 뿌리가...
심정석
 제목은 거창하게 대화의 기술이라고 했지만, 필자는 언어학자도 아니고 대화 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과 대화하며 느낀 점들을 개인적으로 피력해 보고자 한다.  사람이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는 뜻이다.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개인적인 고민도 털어놓고 싶고 이런저런 상담도 하고 싶지만, 잘 들어주지 않는 사람과는 말을 섞기도 꺼려진다. 남의 말을...
이현재
태풍 2026.01.23 (금)
난 바다 어디쯤외눈박이 눈을 하고달려오는 바람 하나거침없는 생이 부럽다 나 그렇게뜨겁게 산 적이 있었던가그렇게 겁 없이사랑한 적 있었던가 젖은 머리 풀고 질주하는구름기둥 끝에 매달려짧고 굵게 살다 죽는비결 한 수배워야 할까 보다
정금자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