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매우 그립습니다

박명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4-20 10:15

박명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사순절 이맘때가 되면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천국은 백합화 꽃이 많아 황금길도 있고" 하시며 천국을 소망하시던 반병섭 목사님!
소천 하시기 며칠 전 " 나 천국 보고 왔어. 생명수 강이 흐르고 황금 길도 걸었지. 예수님도 뵙고 특히 백합화 꽃이 많아" 하시며 환한 얼굴로 말씀하시더니 결국 백합화로 장식된 사순절 2017년 3월25일에 주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반 목사님을 처음 뵌 것은 1995년 1월 17일 유학 왔을 때 입니다. 남편 신학 대학교 대선배이신 반 목사님께 밴쿠버에 도착해 전화를 드렸더니  저희가 있는 임시 숙소로 찾아 오셨습니다. 빨간 코트를 입으신 아름다운 사모님과 청바지에 바바리코트를 입으신 목사님은 영화속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송목사님 사모님 6개월만 참아요 좋은일이 있을거예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유학 생활로 힘들 때마다 목사님 의 말씀을 생각하며 조금만 참자 꼭 좋은 일이 있을 거야"하며 참아 왔는데 6년 만에 정말 좋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도하는 목사와 사모로 만들어 주셨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

22년을 넘게 곁에서 뵌 목사님은 항상 웃으시며 인자하시고 언제나 온유하셨습니다. 늘 칭찬과 용기를 주셨으며 사랑이 많으셨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저희가 사역하는 기도원에 자주 오셔서 열심히 살아가는 제 가족에게 손뼉쳐 주시길 좋아 하시며 특히 나물을 좋아하신 사모님과 함께 식사하는것을 즐거워하셨습니다.
80주년 생신을 맞아 목사님이 쓰신 시로 찬송을 만들어 발표 하실때 축하 카드를 써 드렸더니 "사모님 글 쓰는 재주가 있어요. 꼭 글을 써요. 문학은 우리삶에 큰 활력소가 되지"하시며 친히 우리집까지 오셔서 글 쓰기를 지도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2008년도 신춘문예 당선이 되어 글 쓰는 사람이 되었으니 어찌 저 혼자에게뿐이겠습니까?
시를 쓰고 문학을 사랑하여 후배양성에 앞장서신 목사님의 그 수고와 열정으로 밴쿠버 크리스천 문인 협회가 창설되었고
지금은 한국 문인 협회 밴쿠버 지부로 발전되어 많은 문학인을 배출시키셨습니다.

심장 수술을 하시고 건강이 악화하여 거동이 불편하시면서도 열심히 글을 쓰며 앞으로  책 세 권은 더 써야 하신다는 열정은 큰 도전을 남겨 주셨습니다. 소천 하시기 3시간 전 병상에서  "목사님 빨리 일어나셔서 저희에게 손뼉 쳐주셔야죠?"라고 말씀드렸더니 산소마스크 속 입가에 미소를 지어주셨던 모습은 " 이제 천국에서 만나요. 더 많이 손뼉 쳐 줄께"라고 말씀 하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목사님의 시, "그대 배달의후예 이거든"을 읽어드리고 평소 좋아하시던 "가슴마다 파도친다."와 " 내영혼이 은총입어" 그리고 "하늘가는 밝은 길이"등 여러 찬송을 불러드렸더니 평안하셨습니다. 목사님! 예수님 손 꼭 붙들고 계시지요? 라고 말씀 드렸더니 힘이 없으시면서도 애써 눈을 한 번 더 떠주시며 화답해 주셨습니다.

반 목사님의 인자한 모습을 이 땅에서 더는 뵐 수없지만 목사님의 흔적은 우리 집 정원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반 목사님 사시던 집을 자녀들이  정리하면서 유언처럼 말씀하셨던 무궁화, 은행나무,  감나무 그리고  연산홍은 기도원 정원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감나무는 새로운 자리로 이사 온 것이 버거웠던지 뿌리를 내리지 못해 지금까지 앙상한 가지로 있지만 그대로 두고 바라봅니다.
그러나 다른 나무와 꽃들은 잘 자라주어 해마다 그 자리에서 예쁜 꽃을 피워 기도원 정원을 환하게 밝혀 줍니다

소천하신 후 큰 나무 그늘이 없어진 허전함으로 한참 동안 힘들었는데 봄이 되면 어김없이 움이 트고 잎이 나며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목사님과 사모님의 환한 웃음도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반병섭목사님과  김정자 사모님이 매우 그립습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엄마의 빨랫줄 2024.05.27 (월)
그 시절 엄마는아침 설거지 마치고이불 홑청 빨래를 하곤 했다커다란 솥단지에 폭폭 삶아돌판 위에 얹어 놓고탕탕 방망이질을 해댔다고된 시집살이에마음의 얼룩 지워지라고부아난 심정 풀어보려고눈물 대신 그렇게 두드렸을까구정물 맑아진 빨래를마당 이편에서 저편으로말뚝 박은 빨랫줄에 널어놓으면철부지는 그 사이로 신나서 나풀댔다부끄러운 옷까지 대롱대롱 매달린울 엄마 늘어진 빨랫줄은 마음의 쉼터옹이 지고 구겨진 마음이훈풍에...
임현숙
천국의 삶 2024.05.27 (월)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6시경이다. 일어나자마자 수영가방을 챙겨 들고 가까운 스포츠센터인 짐(Gym)으로 운동과 수영을 하러 간다.   봄이 무르익어 어느덧 가로수들이 짙은 연녹색이며 꽃나무들이 한창이다. 1시간 30분 정도 체력운동과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데, 주차장 한켠에 인도인으로 보이는 가족들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그중 한 명이 30~40대로 보이는데 자그마한 체구에 얼굴은 좀 예리하게...
이종구
  오월 화창한 봄날에 충남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 있는 추사고택秋史古宅을 찾아갔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주택일 뿐 아니라, 조선 말의 문신으로 실학자, 서화가였던 추사 김정희를 마음으로 만나고 싶었다. 옛 주택은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앞으로 펼쳐진 넓은 평야에 낮게 솟은 740m의 용산이 배산背山이 되고, 삼교천을 임수臨水로 삼은 추사 고택은 충남유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돼 있다. 이 집은 추사의 증조부...
정목일
풍경 소리도 기도 2024.05.27 (월)
절 집 처마 끝물고기 한 마리느릿느릿 헤엄치고대웅전에 든 나의 벗엎드려 드리는 기도그 염원 깊고 깊은데앞 산 푸른 허공에걸렸다흩어지고흔적도 없다다시 밀려오는 구름에자맥질하는 물고기허공이 물속인 듯물속이 허공인 듯달강달강 기도하는달강달강 풍경소리
정금자
보리누름 2024.05.22 (수)
감꽃 피는 긴 해에새털구름 깔리고봄 가뭄 길어지니냇물허리 잘록한데찔레꽃향기 퍼지는하얀 봄날 어신 때아지랑이 현기증을풋보리로 넘은 고개풀칠 힘든 살림에해는 어찌 더디던고애틋한 배고픈 설움서로 기대 씻은 봄
문현주
어느날 갑자기 2024.05.22 (수)
2024년은 나에게 특별한 해이다. 캐나다 생활 32년만에 정말 꿈같은 일이 이루어졌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이 한국 생활 9년만에 캐나다로 돌아와서 당분간 지내보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 후 나와 아내는 그분들에게 “금방 거주할 곳이 없으면 호텔 대신 우리집으로 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였더니 서로 좋겠다고 하여 우리 두 가정은 7개월 동안 서로 집을 바꾸어 살기로 하였다.  이렇게 이야기가 된 지 보름만에 그들 부부는...
김유훈
주문 2024.05.22 (수)
토요일 오후 퇴근 길에 스타벅스 커피점을 지나면서 음료를 주문하려고 들렀다. 집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서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보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각자 원하는 음료를 시켰는데, 아내와 큰 아들의 간단한 메뉴 선정과는 달리 딸아이의 기다란 메시지 답장이 왔다.‘그란데 사이즈로 차가운 차이 라떼 한 잔.추가 선택 사항으로는 얼음은 약간, 차이 펌프는 2번만, 블론드샷으로 에스프레소 추가, 그리고, 귀리 우유’메시지를 다 읽고도 한...
정재욱
할머니의 우산 2024.05.22 (수)
얼룩진 우산 만큼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무거운 짐도 마음의 짐도 잠시 내려 놓는다낯선 할머니 한 분버스를 타려는 한 아주머니 우산을 챙겨주고비 옷 입고 서 있는 내게도 자꾸만 기우려 주신다하나 둘 씩 버스는 떠나가고할머니는 누군 가를 기다리는지내리는 사람들 눈치를 살핀다부슬 부슬 내리던 비는 그치고저녁 햇살이 정류장을 비추자불그레진 할머니는 갑자기 환하게 웃으신다구부정한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우산을...
유우영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