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산속의 암자인가 - 늘산에게 암이 왔다 <3> 수술을 했다

박병준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8-11 15:23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
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고이는 피를 받아 낸다. 그런데 수시로 혈압을 재고 당을 체크하며 피를 빼 가고 밤낮으로 온몸을 찔러대도 참으며 견뎌야 한다. 그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 고통을 견디며 삶을 유지해야 하는지 죽음의 그림자가 일렁거리기도 했다.
죽는다고 하자.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 우주와 이별이며 가족과 산벗과 꽃들과 새소리와도 작별해야 한다.
성경에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 그대로다.
고통도 고통이자만 시간은 왜 그리 더디 가는지 모른다.
다시 수술을 받고 이 고통을 당해야 한다면 그대로 죽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고통 속에서도 힘을 얻는 것은 산벗들이 보내주는 카톡 메시지다. 그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도 이 고통을 참고 이겨야 했다.카톡을 받을 때마다 보내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운 얼굴들이다.
연한 고사리 순도 뿌리로 영양을 받으면서 자라고 새로운 삶을 이루어 간다. 긴 여름날 폭풍우를 이기면서 가을을 만나고 포자를 남긴 채 한해살이를 마치고 대지로 돌아가 겨울잠에 든다.
인간도 그런 게 아닐는지?
연한 고사리 같은 육체다. 절대로 무리하지 말자.
그렇다고 편히 쉬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이 또한 아니다.

우리가 몸을 편하게만 하면 모든 장기가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아도 되니 느슨해진다. 따라서 기능을 잃게 되고 면역력이 떨어지니 병과 싸우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내 몸에 맞게 기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게 운동이다. 그 운동 중에 제일 좋은 것이 산행이 아닐까 한다.
산행도 내 체력에 맞게 하자.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예수를 믿어왔다. 우리가 이생을 떠나면 아름다운 내세가 있다고 수없이 들어왔다. 황금 길을 걸으며 늘 새 노래를 부르고 아픔이나 고통이 없는 새로운 천국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죽음이 두려운가?
죽은 사자보다 살아있는 지렁이가 더 행복한 존재인가. 삶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 절대적인 게 생이다.

평소 나는 90까지 건강하게 사냥도 하고 산행도 하면 좋겠다고 희망해 왔다. 37년 12월 24일생이니 일주일 사이에 햇수로 한 살을 더한 85세다. 한세상 건강하게 잘 살아왔다. 지금 그 꿈을 접는다 해도 억울할 것은 없다. 목표에서 5년을 감하는 것이 되니 괜찮다고 생각해 본다. 기력을 회복하여 정상으로 돌아 갈 수 있으면 더 바랄게 무엇이겠는가.
이 글은 현재 스스로 경험하고 있는 나의 생생한 기록이다.
우리가 우리의 몸을 혹사해서는 안 되고 또 느슨하게 방치해서도 안 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만약에 독자들이 이 투병기를 읽고 건강을 지키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었다면 지금 나의 이 고생이 헛된 것만이 아니라고 위로를 받고 싶다. <끝>

늘산 박병준 


* 투병기 연재는 계속됩니다.
www.beautifulcanada.ca '늘산의 소리'  수필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무채색의 여인 2026.05.29 (금)
옷장 문을 열자, 색색의 스카프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한 꽃무늬부터 원색이 섞인 대담한 무늬가 대부분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색상이다. 스카프는 물론 옷조차도 무늬 없는 단색이나 어두운 계열만 즐겨 입었다. 매일 옷을 바꿔 입어도 남들은 알아채지 못할 만큼 늘 비슷한 색과 스타일이었다. 그런 모습을 일부러 연출하거나 의식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미술 동아리에서 한 동료가 “오늘도 무채색의...
민정희
국수 먹는 날 2026.05.29 (금)
마을 사람들 모여 대 솥 걸고 삶아내는 국수 기뻐서 슬퍼서 지쳐서 맺은 깐부를 평생을 찾아다닌다 이 손 다음 손들이 밀어낸 칼국수 가마솥에 풍덩 담가 빨간 고추가 어른거리는 가을 하늘에 양념장을 한다 구름에 세월 가도 낯설은 이름 칼국수를 시장 골목 끝에서 찾는다 양철 대문에 쓴 이름 ‘칼국숫 집’ 큰 소리로 고향 친구를 부른다 식당 아주머니 항아리 앞치마에 하얀...
반현향
가야금 2026.05.28 (목)
불러야 할 곡이 있어그대 태어났는가 쪽 찐 머리 빗질하듯 줄 고르고떨쳐 앉은 무릎에 기대어현침에 오르내리는 바빠진 손길 들려줄 울음 있어그대 태어났는가 어깨 타고 줄 위에 흐르는 애달픔꺾이는 가락마다 뛰노는 가슴마지막 떨림마저 어느덧 잦아들고  울어야 할 슬픔이 남아 그대 태어났나속 울음 속 울음에 껍데기만 남아버린저어할 노래가 있어 몸으로 울 가얏고
김민관
죽음을 통한 회복 2026.05.28 (목)
                                                                         이명희/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서론-한동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죽음에 눌려 있다가 이유리의 연작소설을 읽고 나니 뭉쳤던 근육이 풀렸다. 죽음은 산 사람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긍해야 하나라는 책임이 따른다. 죽음의 의미는 경건이지만...
이명희
구피 클럽 2026.05.22 (금)
구피는 물이 담긴 투명한 비닐봉지 안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비닐봉지를 건네받아 구피들을 조심스레 어항 속으로 쏟아 부었다. 구피의 형형색색을 따라 빛을 내던 비닐봉지가 이내 쪼그라들었다. 손에 묻은 물을 추리닝 바지에 대충 닦고 있는데 아버지가 먹이통을 들고 와 나를 옆으로 밀쳤다. 아버지가 먹이를 뿌리자 구피들은 작은 입으로 먹이를 받아먹었다. 구피가 입을 벌렸다 오므릴 때마다 물방울이 피어올랐다. 이 순간,...
고현진
꽃은 아직 2026.05.21 (목)
함박꽃이 피면 바람결에낯익은 그림자 올 것만 같아아침마다 마당을 서성인다 밤새 비라도 내리면꽃봉오리 빗물에 무거워질까창문을 열었다 닫는다 햇살 깊은 날이면오늘은 끝내 환한 속살 보일까그림자 길어질 때까지골목 끝에 걸린 눈길 하나 꽃은 아직꽃잎을 여미고 있다  함박꽃 봉오리 앞에서심장 소리 먼저 봄을 건너고 마른 입술 사이 침을 삼키듯아껴둔 이름 베어 문다 마중 나간 발소리는 더뎌서몇 번의 봄비를 더...
강은소
불효자의 곡(哭) 2026.05.21 (목)
생명체인 인간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굴레 속에서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당연한이치이겠지만 태어남은 죽음을 약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세월이흐르면 생명체의 세포는 노화(老化)되고 유한(有限)한 것이기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 진리(眞理)는 불변(不變)인가 하는 것도 요즈음 세상에서는 장담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이세상에 불변이란 것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해보기도 한다. 보름 전 어머니의 부고를 접하고는...
노동근
낡은 이불 2026.05.15 (금)
열 살 남짓한여름 이불을 꺼낸다 몸이 오가던 길이손금처럼 갈라져 있고보라 꽃잎마다누에가 실을 잣는다  몸이 찌푸리면길도 따라 구부러졌고설레어 잠 못 들 때신작로가 등 뒤로 뻗어갔다 밤마다오랜 일기장을 뒤적이듯갈라진 길을 더듬으면 그날들이 올올이 손을 흔든다 어머니가구멍 난 스웨터를버리지 못했던 까닭이 해진 꽃잎에서줄줄 풀려나온다.
임현숙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