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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05-13 15:03

김석봉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열기구는 혼자 더워져서

하늘에 오른다

속에 담은 불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

높은 산 위에 푸른 가지 사이를 떠 있어야 한다

당신이 돌아오는 날

멀리 지평선 너머로 먼저 보고

다시 땅으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고

언제 돌아왔냐고

봄이 남풍을 실어오면 오신다 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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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다 가세 2025.11.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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