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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소망이 생긴다면

박명숙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3-19 15:44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새벽 4시에 전화벨이 울린다. 새벽에 울린 전화는 응급 전화 이거나 캐나다 시각을 잘 모르는 한국에서 온 전화이다 “사모님! 00부대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 했던 H 집사입니다. 저 기억 하시죠? 제 아내는 J 집사이고요. 날마다 목사님 사모님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더니 하나님께서 제 기도를 응답하시고 목사님 연락처를 알게 되어 이렇게 전화합니다." 그렇게 1시간 이상 지나온 삶을 얘기하며 속히 만나 뵙기를 약속하고 전화는 끊어졌다. 전화를 받고 나니 오래전 군목으로 있을 때 함께 신앙생활 했던 기억 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H 집사님은 1990년 00부대 군목으로 있을 때 충성스럽게 교회를 섬기던 집사였다. 육사를 졸업하고 사령관 진급 때마다 쓴잔을 마셔야 하는 아픔을 지닌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었다. 매년, 진급 발표가 있는 철이 되면 새벽기도 하는 군인 가족은 많아지지만, 교회 안의 분위기는 초조해진다. 진급을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발표 때가 되면 우리는 어디론가 숨고 싶다. 진급 대상에 있는 교인들은 모두 다 진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고 새벽마다 눈물 뿌려 기도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면서도 그때가 되면 우리는 또 한결같이 기도 한다. 진급하는 교인들과는 함께 기뻐하며 춤을 출 수 있지만, 진급하지 못한 교인을 보면 우리가 죄인인 것처럼 몸 둘 바를 모른다.

H 집사님 가정도 겉으로는 웃음을 잃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참 많은 아픔을 경험한 가정이다. 그때마다, 세상의 별은 달지 못해도 하늘의 별은 이미 하나님께서 달아 주셨으니 힘내시고 전진하라고 권면 했지만,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까? “목사님, 사모님! 우리는 괜찮아요.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 하심 속에 있음을 믿어요” 라고 말하면서도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을 닦아 내던 두 분 집사님을 지금도 기억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부대 교회까지 새벽 기도 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은혜받고 있다고 말했던 H 집사님이다.

그날은, 간밤에 눈이 많이 쌓여 자동차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새벽기도를 하기 위하여 목사님과 나는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을 헤치며 산 중턱에 있는 교회까지 걸어서 갔다. 아무도 오지 않는 교회 안에서 예배를 드린 후, 부대의 안전을 위하여 눈물로 기도 하고 돌아오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부른다. “목사님! 이렇게 눈이 오는 날에도 저희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부대가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하며 저희들도 모두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모두 목사님의 기도 덕분입니다 H 집사님은 그날 일찍 사령으로 새벽에 부대를 살피던 중 눈길을 헤치고 걸어오셔서 부대의 안전과 사병들을 위하여 기도 하시는 목사님을 보며 큰 힘을 얻었다고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 후, 우리는 제대 하여 일반 목회를 하다 캐나다로 왔다. H 집사님도 1996년 전역을 하여 하나님이 달아 주신 하늘의 별, 안수집사와 권사라는 직분으로 충성을 다 하고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진급은 할 수 없도록 한쪽 문을 닫아 놓으시더니 사업이라는 다른 문을 열어 지금은 물질에 축복을 받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단다. 그동안의 삶 속에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눈길을 헤치고 새벽마다 제단에 엎드려 기도 하던 목사님을 모델로 삼아 열심히 기도드렸더니 지금의 축복을 허락하셨다고 감사 하여 어쩔 줄 모른다. 기도를 목회자의 사명으로 알고 당연히 기도 하는 우리의 뒷모습을 보고 힘을 얻고 복을 받았다니 더 엎드려 기도 할 수밖에…오늘도 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또 누군가가 살 소망을 얻고 복을 받는다면 이 무릎이 다 문드러진다 해도 주님 앞에 꿇어 기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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