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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수의사로 살기, 블루마운틴파크 동물병원 임동근 원장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2-07 12:59

“힘든 시기 극복하게 해준 나의 비전에 대하여”
전라북도 전주, 그곳에 숨은 작은 마을 “화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말못하는 동물이 그저 좋았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며 소나 닭 등을 키우셨는데, 그런 일들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에 대한 애착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송아지와 누렁이를 벗삼아 지내는 사이, 어느새 대학 갈 나이가 됐고 그에겐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시골 살림…, 5남1녀의 셋째였던 그는 되로록 빨리 공부를 마치고 동생들 뒷바라지에 힘을 쓸 생각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수의대학교 입학. 수의사는 그의 하나 뿐인 그리고 오래된 꿈이기도 했다.

“그런데 부모님 반대가 너무 심하셨어요.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만 해도, 수의대 문턱이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았거든요.”

부모와 담임 교사는 “똑똑한 이 아이”가 수의학을 공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에게 주어진 선택은 인기 학과로 분류되던 전자공학이었다.

“결국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평범한 회사원이 됐지만, 어린 시절 꿈은 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먼 길을 돌고 돌았고 마침내 자신의 꿈과 조우했다. 블루마운틴파크 동물병원 임동근 원장의 이야기다.





블루마운틴파크 동물병원은 2월 13일 첫 문을 연다.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모두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것이 임동근 원장의 생각이다.
 주소 104-1071 Austin Ave. Coquitlam. 전화 604-931-1277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지금은 SK텔레콤으로 이름을 달리한 한국이동통신이었다. 누가 봐도 반듯한 대기업에 그는 어렵지 않게 입사했다. 그리고 7.8년 동안 이 사람 저 사람 할 것 없이 누구나 응답하던 “삐삐”를 접했고, 나중에는 휴대폰까지 만들게 된다.

“바쁘게 지내면서도 이 길은 내게 주어진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내 마음속엔 다른 꿈, 다른 비전이 있었던 거죠.”

그의 마음은 동물병원 앞을 지날 때 더욱 요동쳤다. 이미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있었는데, 그런데도 그는 결국 용기를 내기로 했다. 

“수의대 편입을 위해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어요. 어찌 보면 참 무모한 도전이었지요.”



“전자공학도, 수의대에 도전하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가족이나 지인의 반대가 상당히 심했을 것 같아요. 당시 이통사라면 지금도 그렇지만 근무 조건이 상당히 좋았을텐데 말이죠.
힘든 것은 “잠깐”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꿈, 혹은 비전이란 게 있지 않나요?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란 게 필요하겠지요. 물론 그 시간이 얼마나 긴가, 짧은가는 중요한 문제일 거에요. 하지만 비전이 있다면, 아니 비전 그 자체가 힘든 시간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어려운 선택 앞에서 부담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아내에 대한 미안함 함, 뭐 그런 감정들이 있잖아요.
오히려 아내가 제겐 너무나 큰 힘이 됐습니다. 저를 많이 배려하고 이해해 주었죠. 좀 전에 얘기했던 비전을 아내도 느낀 거고, 그 비전이 가족들을 설득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습니다. 어찌됐건 그 배려 덕택에 수의대에 편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늦깎이 학생이었을텐데, 공부는 어렵지 않았습니까?
공부가 어렵다, 쉽다보다는 웃을 일이 좀 많았지요. 나이가 많아서인지 학교 복도나 로비에서 만난 어린 학생들이 제게 꼬박꼬박 고개를 숙였으니까요. 다들 저를 교수로 알았던 겁니다.

수의사 면허 취득이 쉽지 않았을텐데, 캐나다 이민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또 다시 내렸습니다. 이유가 있었나요?
수의사 공부를 하면서 담당 교수들로부터 캐나다나 미국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교수들 대부분이 북미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친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들로부터 캐나다의 수의학 시스템을 종종 들었는데, 그때마다 어떤 동경심 같은 게 생겼어요.

그래서 이민을 결심하게 된 거군요. 캐나다에 처음 온 것이 언제였나요?
2002년 2월이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몇 달밖에 버티지 못했지요. 한국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다 와서 취직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어요. 동물병원 수십 군데에 이력서를 냈지만, 수의사 보조 자리도 구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가족들만 밴쿠버에 남기고 저만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 거죠.

“작전상 일보후퇴”, 이런 거였군요.
그런 셈이었지요. 그러다가 2004년 11월 가족과 합류했어요. 결과적으로 봐도, 아니 그 과정만 생각해도 저는 이민 오기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정착이 순탄했던 모앙입니다
아니요, 웬걸요. 어려움이 많았지요. 일단 벌이가 신통치 않았으니까요. 현지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취직은커녕 자원봉사자로도 일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수의사 자격증을 이곳에서는 인정해 주지 않습니까?
나름의 자격 검증 과정을 통과하면, 밴쿠버에서도 수의사로 일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총 5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일단 수의사협회에 영어 성적(아이엘츠나 토플)을 제출해야 해요. 그 다음 기초과학시험을 보게 되고, 합격하게 되면 수의사국가고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깁니다. 

국가고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필기와 실기 시험을 봐야 하는데, 둘 중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어찌됐건 그 두 과정 모두 합격하고, 관련 법률시험까지 통과하게 되면 마침내 수의사로 일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완행열차 탑승하니, 캐나다 사회가 더 많이 보였다”

임동근 원장도 그 과정을 거친 거군요.
맞아요, 그런데 저는 “완행열차”를 탔어요.

그게 무슨 의미죠?
먼저 일을 하며 캐나다 수의학 현황을 피부로 느끼고 싶었어요. 그래서 학교를 선택했고, 그곳에서 수의사 테크니션 과정을 먼저 공부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테크니션이라면 수의사보다는 한 단계 낮은 그런 위치 아닌가요?
그렇지요. 하지만 그 과정이 저에겐 매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수의사로서는 배우지 못했던 것들, 이를테면 동물을 대하고 관리하는 법 등을 알게 됐으니까요. 공부를 하면서 영어도 차츰 익히게 됐는데, 그것도 큰 자산이 됐습니다.

졸업 후에 곧바로 수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셨나요?
일자리부터 잡았어요. 이곳 학교를 졸업해서 그런지 취직이 어렵지 않더군요. 일주일에 4일은 동물병원에서 테크니션으로 일하고, 3일은 아보츠포드나 랭리의 농장에서 자원봉사를 했어요. 그러면서 틈틈이 수의사국가고시를 대비했죠.

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이유가 있었나요?
동물병원에서는 주로 개나 고양이 혹은 새만을 돌보게 됩니다. 그래서 말이나 소 같은 덩치 큰 동물들은 접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수의사로서 동물 전반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챙기고 싶었어요.

자원봉사활동이 지금의 일을 하는데, 혹은 병원을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까?
물론이에요.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현장에서 보낸 시간은 무척 소중해요. 그 시간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해주었고, 그렇게 생겨난 인연들이 제게는 어떤 든든함 같은 걸로 남아 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일단 레퍼런스를 받는 게 무척 쉬웠어요. 이번에 동물병원을 여는 데도, 정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그게 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들게 된 인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동물병원 얘기를 해볼까요. 수의사로서 동물병원은 어떻게 활용되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까?
음 동물병원은 사람으로 치면 소아과와 많이 닮아 있어요. 영유아나 동물 모두,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표현할 수 없으니까요. 때문에 동물병원을 방문할 때는 더더욱 보호자의 상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진단을 내리기가 훨씬 쉬워지죠.

동물에 대해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또 다른 부분은 없을까요?
강아지나 고양이는 통증을 잘 참습니다. 더 나아가 자기가 아프다는 사실을 숨기려 들죠. 대신 주인이 자기가 아프다는 사실을 눈치챌 때까지 기다립니다. 

결국엔 많이 아픈 상태가 된 후에야 병원을 찾게 되는 거군요.
그렇지요. 때문에 동물들한테는 예방이 훨씬 중요해요. 어렸을 때는 1년에 한번, 나이가 든 후에는 6개월에 한번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임동근 원장이 생각하는 좋은 수의사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좋은 수의사의 조건을 저는 “솔직함”에서 찾고 싶습니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진실된 마음으로 동물들을 관리하는 것, 바로 이것이 좋은 수의사의 조건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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