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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볼링 모임 “스트라이크의 쾌감, 함께 느껴보실래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7-11 13:00

우리 모임 지태성씨
툭 터놓고 얘기하자면, 볼링은 꽤 만만해 보이는 상대다. 별다른 기술 없이도 레인 저편 서 있는 열 개의 핀들을 모조리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장비를 쉽게 빌릴 수 있는 데다가, 뭐 구입한다 해도 그리 큰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볼링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볼링을 하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서 우연이라도 기록하게 된 스트라이크의 쾌감을 온전히 즐기려면, 하이파이브를 해줄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냅다 던진 공이 일명 “도랑”으로 흐르든, 아니면 기록지에 “X”가 새겨지든, 봐 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상관이 없다. 결론은, 볼링은 누군가와 함께 할 때 더 즐거울 수밖에 없는 운동이라는 것. 이런 까닭으로 “한인 볼링 모임”을 지면에 초대했다. 볼링의 매력을 알려 줄 적임자로는 이 모임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지태성씨(아래 사진)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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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는 사람 있어야 즐거워지는 운동

지태성씨의 볼링 역사는 2006년 밴쿠버에 정착한 이후 오랜 시간 단절됐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볼링을 즐겨 했어요. 가족들과 거의 매주 한번은 볼링장을 찾았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여기 밴쿠버에 와서는 그런 여유가 잘 생기지 않더군요. 처음 몇 년 동안은 아예 이 운동을 잊고 지냈습니다. 이민 올 때 볼링공까지 챙겨왔는데 말이죠.”

정착하기 바빴다. 한국에서 컴퓨터 업계에 종사했던 그는 자신의 인생 2막을 다른 일로 열었다. 친구와 사업을 하기도 했고, 직장인이 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뉴웨스트민스터에서 와인 가게를 운영 중이다.

“정착 초기였지만 취미 생활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었어요. 산악회 활동도 꽤 열심히 했죠. 그런데 가게를 열고 난 이후부터는 산에 갈 짬이 생기지 않더군요. 산에 한번 가기 위해선 하루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게 힘들었던 거에요.”

집안 어느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볼링공을 다시 꺼내들게 된 건 우연이었다. 신문 광고를 통해 한인들만을 위한 볼링 클럽이 있다는 사실을 어쩌다 알게 됐고, 저절로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갖게 된 낯선 사람들과의 첫 만남, 이게 지난해의 일이다.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모임을 찾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볼링은 역시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지요.”

레인의 출발점에 서게 되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무대 위 배우가 된 듯한 느낌이다. 관객들은 핀을 응시하는 사람의 몸짓에 집중하고, 그 결과에 대해 환호하거나 때로는 격려한다.

“그게 볼링의 매력이죠. 물론 운동 삼아 연습 삼아 혼자 볼링장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프로 선수가 아닌 바에야 이걸 추천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 생각해요.”




                                                                                                  사진 제공=한인 볼링 모임


숫기 없는 사람도 부담없이 즐기기 좋아
숫기가 없는 사람도 볼링 모임 활동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레인 위에 핀들이 죄다 쓰러졌을 때,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처럼 여기저기서 하이파이브를 건넨다. 재밌는 건, 이런 모습이 전혀 인위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게임에만 신경쓸 수밖에 없으니까 내가 누구인지를 소개할 필요도 없고,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만들 필요도 없는 거죠. 그래서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도 볼링 모임 활동에는 별 지장이 없고, 친근함도 금세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볼링 모임의 또 다른 매력은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도 마음만 있다면 쉽게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모임을 갖는데, 길어야 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시간적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얘기에요.”

지태성씨는 볼링 모임이 열리는 수요일이 일주일이라는 강을 건너다 잠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징검다리 같다. 잠시 후면 수요일이 올 거라는 생각에 월요일과 화요일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또 볼링 모임을 하게 되면 일주일의 남은 날들을 행복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래서인지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져요. 볼링이 저희들에겐 이민 생활의 활력소인 셈이에요.”

이 모임이 레인을 잘 탄 볼링공처럼 제대로 굴러가는 건, 회원들 스스로 볼링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함께 경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서로 친해지지만, 따로 만나서 술을 마신다거나 그런 일은 거의 없어요. 한달에 한번씩 피자 파티를 열긴 하는데, 이것도 볼링장 내에서 하는 거에요. 오로지 볼링에만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별 잡음 없이 모임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인 볼링 모임”에 들어가기 위한 별다른 가입 조건은 없다. 볼링만 좋아한다면 실력파든 초보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연회비로 20달러를 내야 하지만, 모임 활동을 하다 보면 본전 생각은 거의 나지 않는다고. 일년에 두 차례 열리는 정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 이외에도 클럽 회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볼링 모임의 문을 두드려 보자. 
문의 (778)996-3157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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