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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방송인 김제동, 그들이 풀어놓은 ‘행복의 열쇠’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9-14 09:45

“세상의 고정관념을 버릴 때 비로소 삶은 내 것이 된다”

스님과 방송인.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대중의 사랑 없이는 돋보일 수 없는 연예인과 수도승과의 조합은 왠지 뭔가 어색해 보인다. 양복을 차려 입었는데 갓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무대 위 두 사람 사이에서는 서먹함 같은 것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서수남과 하청일, 혹은 뚱땡이와 홀쭉이처럼 오랜 시간 입을 맞춰 온 콤비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화음을 두 사람은 밴쿠버 한인사회에 선물했다.

7일 저녁 써리 메시 극장에서 ‘청춘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4시간 넘게 이어진 법륜 스님과 방송인 김제동씨의 이야기 중 일부를 편집한 후 지면에 담았다. 이날 콘서트는 1200명이 넘는 관객들이 함께 했다. 


김제동
“이것 아니면 저것,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김제동씨가 무대 위에 오르고 내려가는 순간까지, 극장 안은 웃음소리로 크게 흔들렸다. 그는 자신의 컴플렉스를 유머의 소재로 삼았지만, 그것이 ‘자학’으로 비춰지지 않고 오히려 큰 웃음의 원천이 됐다. 대기실에서 기자와 만난 김제동씨는 “무대 위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당일 콘서트에서도 그는 자신이 가장 행복해 하는 일을 통해 시종일관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했다. 그가 진지한 톤으로 얘기했던 몇 안 되는 순간들을 모아보았다.>
 

일부에서는 절더러 너무 정치적인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콘서트 무대에서 한 얘기 중에서 정치적인 것은 단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몇몇은 제게 좌퍄냐고 계속해서 묻습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마이크를 들고 있으면 좌파입니까? 저는 좌파가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좌우 머리를 공평하게 기르지 않았습니까?

삶은 좌우가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잣대로 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물난리가 크게 났을 때 봉사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왜 이렇게 정치적인 행동을 하는 거냐고. 수해복구 활동이 정치적인 행동입니까?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해 보자. 재벌에 부가 집중되어 있는데, 이것을 좀 나누어 보자. 이런 얘기를 하면 빨갱이라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절더러 북한에 가서 살라고까지 합니다. 제가 북한에 왜 갑니까? 저요, 북한에 안 갑니다. 이제까지 모아둔 재산이 다 한국에 있고 자본주의의 최대 수혜자인 제가 왜 거기 가서 살아야 합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지 말자는 겁니다. 북한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굶어죽는 사람도 있으니 돕자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분유를 보내자고 말하면 일부에서는 또 이런 주장을 합니다. 그 분유로 미사일을 만든다구요. 그런데 분유로 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소한의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을 탄압한다는 것이 옳은 일인가요? 그 잘잘못을 따지려 들면 빨갱이가 되어야 하는 건가요?

제 얘기는 단순합니다.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옆집 아이도 행복해야 한다’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면 서로 좋지 않겠습니까?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이 나 혼자 힘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나누어 갖자···뭐, 이런 마음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조금 있으면 선거가 돌아옵니다. 정치인들 한번 보세요. 유세 때는 한없이 굽신거리지만, 선거가 끝나면 바로 태도를 바꿉니다. 심지어는 국민의 한 사람에게  관등 성명을 요구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죠. 도지사가 소방서에 응급 전화를 걸어 ‘나는 도지산데, 관등 성명을 대라’고 말하는 것,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표하는 국민이 만드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국민의 눈치를 보게 하는 그런 풍토를 만들어야 하지요. 유권자의 40%가 투표하면 정치인들은 이 40%의 눈치를 봅니다. 90%가 투표하면 90%의 눈치를 보겠지요.


법륜 스님
“엄마의 행복이 자녀를 키우는 자양분”

<이날 ‘청춘 콘서트’에서 법륜 스님은 문답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냈다. 이른바 ‘즉문즉설’이다. 사람들은 삶을 둘러싼 여러 궁금증을 물었고 스님은 이에 답했다. 지면에서는 가정의 참된 행복을 찾는 방법, 그리고 지식과 깨달음의 관계에 대한 스님의 조언을 소개한다.>  


자녀들에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헌신적으로

사랑하며 키워야 하겠지만, 동시에 남을 괴롭히거나, 욕설하거나, 때리거나, 거짓말 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그런 원칙을 가르쳐야 합니다. 공부하고 돈버는 것은 중요시 여기면서 정작 가장 소중한 공동체의 질서를 경시하기 때문에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있습니다.

자녀는 엄마, 아빠 중 엄마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엄마의 역할이 더 중요하지요. 그렇다면 엄마란 누구일까요? 엄마는 낳은 자가 아니라 기른 자입니다. 할머니가 키우면 그 아이에게는 할머니가 엄마입니다.

부부가 살면서 다투기도 합니다. 이럴 때 엄마가 괴롭겠지요. 엄마가 괴로우면 아이도 괴롭습니다. 어느 강연에서 ‘아이 때문에 못 살겠다’는 한 여성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여성은 나이 마흔에 남편과 헤어지고 아이 셋을 울며 불며 악을 쓰며 키웠다고 합니다. 엄마가 그렇게 키웠기 때문에 아이도 울며 불며 악을 쓰는 행동을 하는 겁니다.

아이는 따라 배우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를 한국에서 키우면 한국 사람이 되고, 미국에서 키우면 미국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엄마가 아이에게 어떤 모델이 되는지가 중요한 겁니다. 부모가 특히 엄마가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인생을 바르게 살면 자녀는 잘 크게 되어 있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아내가 그런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아빠는 아이게서 쏟는 정성을 자신의 아내에게 쏟아야 합니다. 이처럼 두 부부가 행복하게 살고, 두 부부가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저절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여러분이 행복하지 않다면, 여러분의 자녀가 절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재산이 아닙니다. 엄마,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유산이지요.

이제부터는 ‘지식’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지식이라 것을 객관적으로 옳다, 나쁘다로 나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깨달음이라는 것은 어떤 사물의 진면목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 자각하는 것을 말하지요.

많은 지식이 사물의 진면목을 보는데 유리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지식이 편견을 만들기 때문에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깨달음에 방해가 될 경우에는 지식을 버려야 합니다. 도움이 될 때는 지식을 따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다시 말해 지식이 좋은 측면도 있고 나쁜 측면도 있는 겁니다.

이런 얘기를 해봅시다. 스님이 예순 살이 될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스님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김제동씨처럼) 서른아홉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부족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제가 머리를 기르고 있으면 낙오자가 되는 것이고, 머리를 갂으면 결혼을 안 한 것이 성공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결혼을 했다, 안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겁니다. 승려라는 관점에서 보면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잘 한 것이 되고, 승려가 아닌 관점에서 보면 (적령기를 넘어서도) 결혼하지 않은 것이 부족한 게 됩니다. 문제의 해결책은 김제동씨가 머리를 깎는 것이겠지요.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바로 ‘출가’입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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