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사진에 대한 길고도 어려운 생각(2)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5-02 00:00

어릴 적, 머리를 자르러 이발소에 가면 벽에 그림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그림들은 대체로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복사한 그림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밀레의 만종 – 아시죠, 추수가 끝난 들판에 농부 부부 두 사람이 서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 그 유명한 그림 말입니다- 혹은 고호의 정물화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그림들은 그저 복사한 것이거나 혹은 다른 화가가 똑 같이 그린 그림입니다. 기계적으로 복사를 하거나 손으로 복사를 하거나 다 그게 그거지요. 이런 그림들은 우리는 흔히 “이발소 그림”이라고 부릅니다. 요즈음은 이발소도 드물거니와 이런 그림을 걸어놓은 곳은 아마도 없지 싶습니다.  이 이발소그림은 비단 이발소에 붙여 놓은 그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복사품, 그러니까 베낀 그림을 말하는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미술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화가 한 분과 같이 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에게 늘 궁금했던 질문을 했습니다.

“이발소 그림과 진짜 명화와는 무엇이 다릅니까?”

사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이발소 그림이나 우리가 흔히 명화라고 부르는 예술작품이나 다 비슷하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그 두 그림을 같이 놓고 어느 쪽이 이발소 그림이고 어느 쪽이 명화인지 가려내라면 별로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다른 것이 분명히 있지 않겠습니까?

그 화가 분의 답은 아주 간단하고 명료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쉬웠습니다.

“이발소 그림은 결과를 흉내 낸 것이고 진짜 명화는 과정을 흉내 낸 것이다.”

이 말은 들은 지가 별서 십여 년 전의 일이지만 전 지금도 그 말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결과와 과정! 과정이란 아마도 그림을 그리면서 나타내고 싶었던 것들, 그 것을 표현하기 위한 고뇌, 번민, 노력, 뭐 이런 것들 아니겠습니까? 결과를 흉내내면 아무리 잘해도 99%일 뿐입니다. 과정을 흉내내면 100%를 넘어설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 차이는 엄청납니다. 마치 원숭이와 사람의 차이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우리는 무엇을 하던 앞선 사람들을 어느 만큼 따라 하게 됩니다. 악기를 배우면서 유명한 연주자의 연주를 따라 할 것이고, 그림을 배우면 명품을 따라 그리게 됩니다. 물론 사진을 찍으면서도 남의 좋은 사진을 보고 똑 같이 찍어보고 싶어집니다. 그 흉내 자체는 물론 나쁠 것이 전혀 없습니다. 다시 말해 거쳐야 할 과정 같은 것입니다.

문제는 종착역이 어디냐는 것이지요.

처음 보면 눈에 확 띄는 그런 사진이 있습니다. 이제껏 이야기한대로 멋진 피사체는 사진을 돋보이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런 사진들은 거의 대부분 일회용입니다. 다시 보게 되지 않지요. 다시 본들 아까 본 멋진 장면이 더 멋져지지는 않으니까요. 오히려 그 감흥이 훨씬 덜 하겠지요. 한 번 보면 그만인 사진은 30초면 모든 것이 다 드러납니다. 더 볼 것이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처음에는 별로지만 보면 볼수록 끌리는 사진이 있습니다. 멋진 노을도, 이쁜 여자도 사진 속에 없지만, 그래서 첫 눈에는 시시해 보이지만 자꾸 보게 되는 사진. 그런 사진이 있습니다. 유명한 사진작가의 사진은 다 그런 사진들이지요. 그런 사진을 감상 하려면 30초로는 턱도 없이 모자랍니다.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얼굴 예쁜 여자와 결혼하면 석 달이면 볼 것 다 보게 되지만 마음이 예쁜 여자와 결혼하면 예쁜 것이 평생 간다구요. 그래도 많은 남자들은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얼굴 예쁜 여자만 쫓아다닙니다. 사실 예쁜 얼굴이 주는 매력은 뿌리치기가 참 힘듭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뻐서 나쁠 것은 없지요.

이야기가 더 엉뚱한 곳으로 빠지기 전에 마무리를 해야겠군요.

만약 진정 사진을 좋아하신다면, 일회용 사진을 찍지 마시고 오래가는 사진을 찍으십시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사진의 결과를 흉내 낼 것이 아니라 그 사진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 보십시오. 하지만 알아두셔야 할 것은 결과를 흉내내기도 쉽지 않지만 과정을 따라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그 길에 첫 발을 한번 내디뎌 보겠습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있는 5월 말, SFU 한인 학생회 하나다에서 다가오는 시험의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다. 벨카라 파크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SFU 학생들을 대상으로, 숙제와 시험의 연속인 답답한 학교생활에서 잠시나마 해방되어...
지난 5월 19일,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 조직위원회와 SFU는 SFU가 공직적으로 밴쿠버 2010 커뮤니티 컨트리뷰터 프로그램 (The community Contributor Program)에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밴쿠버 2010 커뮤니티 컨트리뷰터 프로그램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조직 위원회가...
  스콧 매클로이(Scott McCloy) 여름이 다가옵니다. 이는 겨우내 벼르던 주택 개량을 시작할 때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집을 수리하든 개량하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석면은 불에 타지 않는 광물섬유로, 건축...
10개월 사이 2087건 재판 진행
캐나다 국내 최초로 밴쿠버 시내에 도입된 ‘지역법원(community court)’이 예상보다 많은 활동을 하며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밴쿠버 다운타운 지역법원(DCC)은 밴쿠버 도심에서 체포된 범죄자에 대해 처벌보다는 근원해소를 목표로 재판하고 있다. DCC는 범죄자의...
PLI 교사들 노조가입 결정
밴쿠버 사립칼리지에서 근무하는 ESL교사들이 노조에 참여하고 있다. 퍼시픽 랭귀지 인스티튜트(PLI)에 근무하는 ESL교사들은 3일 교육 및 훈련 고용인 협회(Education and Training Employee's Association: 이하 ETEA)에 90% 찬성으로 가입했다. ETEA는 BC주 사립 칼리지 교원노조로...
“이번 여름 차 없는 거리 늘어난다”
밴쿠버가 ‘자전거 도시’로 탈바꿈한다. 밴쿠버 시의회는 “자전거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이번 여름 임시로 차량 통행 금지 지역을 선정하고, 자전거 도로 확충 등을 위해 관련 예산도 현재 170만달러에서 두 배 가량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
메트로 밴쿠버 4일 공식일정 예정
메트로 밴쿠버 시내 영국왕실 팬들은 45세 남성의 움직임에 깊은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노인층으로 구성된 팬클럽 회원들은 ‘Your Royal Highness’라는 호칭으로 이 남성을 부르며 쫓아서 움직일 예정이다. 에드워드 왕자(웨섹스 백작)는 4일 메트로 밴쿠버를...
거래량 17.4% 증가
밴쿠버 주택시장이 열기를 띠고 있다. 밴쿠버부동산위원회(REBGV)가 발표한 5월 주택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량(3524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증가했다. 주택가격지수(HPI)로 표시되는 주택평균거래가격도 연초기준 4.5%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선분양 계약 불이행에 대해 새 판결 나와
완공 전 분양된 주거용 부동산의 건축내용 변경이 계약서에 반영되지 않는 등 계약내용이 미흡하면 분양을..
이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로 사진이야기를 마칩니다. 엉겁결에 시작한 주제 넘은 짓이 벌써 반년 넘게 계속 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이실직고 하자면, 사실 저는 사진을 제대로 배운 사람도 아니고, 사진에 대해 그리 조예가 깊지도 못합니다. 그야말로 엉겁결에...
밴쿠버 동계올림픽 위원회(VANOC)는 6월6일부터 캐나다 거주자를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관람권 15만매를 판매한다고 28일 기자회견 소집을 발표했다. 티켓은 6월6일부터 vancouver2010.com 웹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위원회는 이번...
법원, 캠비 상점 주에 60만 달러 배상판결
캐나다 라인 건설 때문에 사업상 손해를 보았다며 보상을 청구한 캠비가(Cambie St.) 가게 주인에게 BC주 대법원은 60만 달러를 손해 배상하라고 27일 판결했다. 캠비가에서 가게를 운영해온 수잔 헤이스(Heyes)씨는 소장을 통해 “전철 공사 탓에 차량과 고객 동선이...
“6월 2일부터 25일까지 할인요금 적용”
BC페리(Ferries)는 6월 2일(화)부터 같은 달 25일까지 ‘코스트세이버 요금’(CoastSaver Fare Specials)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할인혜택은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에만 주어진다. 밴쿠버 지역에서 밴쿠버 섬까지 승객은 1인당 4.50달러(편도)를 절약할 수 있으며, 차량 선적...
고든 캠벨 BC주수상 성명발표
캐나다 정부와 BC주정부의 밀월 관계가 고용보험(EI) 수혜기준 때문에 무너졌다. 고든 캠벨(Campbell) BC주수상은 그간 보수당 연방정부와 찰떡궁합을 자랑해 왔으나 29일 보도 자료를 통해 “보험 수령기준에 지역별로 차이를 없애야 한다”며 현재 기준이 “서부...
이번 주는 세계 언론에서 ‘한반도 위크’ 였습니다. 다만 소식 내용이 밝지 못해 ‘Korea’가 갖게 될 인상을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어둠에 마음이 휩싸일 수록 밝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주광성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날씨도 많이 도와주네요. 6월 소식을...
2009년 UBC 학사과정 졸업식 현장
2009년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졸업식이 성황리에 마쳤다. UBC 졸업생 축제 (UBC Alumni Weekend)까지 합세 하여 그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각 학부별로 나눠진 졸업식은 순조롭게 마쳤으며 5월 22일부터 24일 동안 졸업생들을 위한 축제도 열렸다. 가족들과 단란하게 사진을...
국제 대학원 입학 준비 프로그램 IGSPP
많은 학생들은 북미 최고의 대학에서 고등 교육을 받는 것이 성공적인 진로를 위한 하나의 필수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구적 학구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국제학생들에게 대학원 입학을 할 수 있도록 조언과 교육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UBC 공대 코업(UBC Engineering Co-op) 프로그램
대학가에 졸업 시즌이 돌아왔다. 많은 학생들이 학창시절을 마치고 사회 초년생으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다. 4년 전 새내기로 대체로 비슷한 조건으로 대학에 입학을 하였지만 졸업을 하는 시점에서 신입생 시절 개강 첫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는지는 지난...
랭리 지역 붉은색 트럭 주의
랭리에서 어린 여학생을 꾀어 차에 태우려 한 사건이 26일 발생해 연방경찰(RCMP)이 “낯선 사람에게 응대하지 마라”며 학부모와 학생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경찰은 “진술에 따르면 랭리 파인 아츠 스쿨에서 오후 4시15분경 귀가 중이던 여학생에게 붉은색 구형...
BC산업훈련청 기술인력 유지 캠페인
불경기 때문에 고용이 줄어든 가운데 BC주 산업훈련청(ITA)은 “불경기는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미래 인력부족은 장기적인 현상”이라며 ‘Now’s the Time’이란 이름으로 도제과정을 거친 기술인력 고용 캠페인에 착수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케빈 에번스(Evans)...
 1311  1312  1313  1314  1315  1316  1317  1318  1319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