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이성을 무시한 채 반응할 때가 있다. 1월 4일 밴쿠버 오피움(Orpheum)에서 열린 이승철 콘서트의 첫 시작이 그랬다. 강한 비트로 색깔을 달리한 그의 솔로 데뷔곡, “안녕이라고 말하지마”의 진동을 몸은 훨씬 빨리 알아챘다. 느긋함에 익숙한 반백의 노신사와 아직 체면에 대한 학습이 덜 된 10대 소년이 함께 기립했고, 이때부터 공연장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되었다.
관객들은 이승철이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1985년에 친절하게 응답했다. 그리고 노래만으로 30년을 버텨올 수 있었던 이유를 체감했다. 라이브의 황제로 칭송받는 그의 목소리에 따라 객석을 점유한 사람들은 앉고, 서고, 뛰고, 흔들고를 반복했다.
이날의 즐길 거리는 단순히 노래 뿐만이 아니었다. 가수는 상대적으로 작은 밴쿠버 무대를 위해서도 공을 아끼지 않았다. 드럼 솔로, 베이스의 부재를 메꾼 기타와 건반 주자의 연주 솜씨, 여기에 여섯 명으로 구성된 춤꾼들의 퍼포먼스까지 관객들이 반한 메인 메뉴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 이승철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총 400건의 공연이 열렸는데, 그 중 제 공연이 2위를 차지했다고 해요. 1위는 싸이였구요.” 농담 삼아 한 순위 매기기였겠지만, 한국의 대표 공연을 이곳 밴쿠버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분명 “어느 영화와 같은 일”일 수도 있겠다.
시간과 함께 거장이 된 가수는 자기 공연 수익금의 일부를 아프리카의 최빈국 차드를 위해 쓴다. 그의 노래를 통해 가난한 땅에 학교가 세워졌고, 아이들은 병을 고쳤다. 노래할 이유가 분명해 보이는 이 가수는 지난 30년을 노래했고 앞으로 30년 더 무대에 오를 거라고 했다. 아마도 그 다짐은 지켜질 것이다. 4일 밴쿠버 공연의 앵콜송은 느린 버전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였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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