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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인격수양에 그만이죠”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09-21 13:21

[이사람] 서예가 백석(白石) 김진화 선생

서울 고등법원 옛 현판, 사법 연수원 현판, 4.19 묘비, 독립문 이전비의 공통점은? 모두 백석(白石) 김진화 선생(사진)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국전 서예 초대작가(국전 특선 3회∙입선 12회)이자, 심사위원도 수차례 역임한 백석 선생은 6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일어난 서예 호황기의 중심에 있었다. 1965년 이화여대 입구에 문교부인가를 받은 서예학원을 열어 큰 관심을 모았고, 이어 강남에도 서실을 내어 모두 수천명의 제자를 키웠다. 그 가운데 국전 초대작가 20명, 서예과 교수도 2명을 배출했다.

백석 선생은 은퇴 후 2008년에 밴쿠버 정착할 때까지 활발한 국내외 작품활동을 했다. 미국에서 전시회와 초대전을 12차례 열고 해외에 서예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기독교사회에는 2000년대에는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대한민국 기독교 미술상’을 수상한 서예가이자, 성구(聖句) 서예전을 다수 연 작가로도 잘 알려져있다. 현재 한국서가협회와 기독교미술협회, 한국서예가협회, 그의 제자들로 구성된 서예가 그룹인 화묵서가회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 백석 김진화 선생이 본인의 서집을 들어보이고 있다. 뒷 액자에 담긴 작품은 주기도문을 적은 것.>

백석 선생은 평생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전파해왔다. 붓글씨는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초등학교 입학 전에 처음 접하고 빠져들었다고. 중1때 교내 서예전에 낸 작품이 한문과 한글서예의 일가를 이룬 故 일중(一中) 김충현 선생의 눈에 들었다. 일중 선생이 최초의 한국서예단체인 동방연서회를 창단했을 당시, 백석 선생은 첫번째 문화생이 되어 전문적인 글씨교습을 받았다.

서예의 좋은 점을 물었다. “서예는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이 있지요. 은은한 묵향을 맡으며 글씨를 써내려가면 마음이 정화되고 잡념이 사라져 차분해집니다. 물론 집중력도 좋아지구요. 좋은 글귀만을 골라쓰니 정서적으로도 좋습니다.” 서예는 남녀노소 누구나 붓만 잡을 수 있으면 가질 수 있는 취미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주부나 정년퇴직을 한 남성, 취미를 갖고싶은 노인에게 권한다고.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차분히 글을 쓰는 모습은 자녀나 손주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 한국서가협회 제주지회 방문했을 당시(2000年) 비상(飛翔)을 휘호하는 장면.>

백석 선생은 한국 서예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제자들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고 했다. “그동안 문하생을 많이 키운게 가장 큰 보람이죠. 요즘 한국에서 서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은퇴한 뒤 여생을 밴쿠버에서 쉬면서 보내려 했는데, 서예의 볼모지인 밴쿠버에 와보니 ‘한국 서예’의 뿌리를 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신장이 안좋아 1주일에 세번씩 투석을 받고 있지만 문제 없습니다. 붓을 잡으면 젊은 사람처럼 힘이 나요. 앞으로 5년 후쯤에는 문화생들과 서예전시회를 여는 것을 목표도 벌써 세웠습니다.” 

백석 선생은 랭리에 있는 헤브론 교회에서 백석서예 화요교실 오전반(오전 10시~12시)을 열어 밴쿠버 문하생과 만나고 있다. 서예에 열의를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9월부터는 매주 화요일 3시부터 5시까지 오후반도 운영한다. 현재 학생들을 추가모집 중이라고. 오후반은 써리 킹조지 스카이트레인 역에서 불과 1분 거리인 백석 선생의 자택에서 진행된다.

인터뷰 도중 백석 선생은 평생의 작품과 사진, 신문기사 등을 모아 만든 서집을 꺼냈다. 책 한권에 담긴 방대한 자료를 보니 마치 한국 서예사를 한눈에 보는 것 같았다. 수십년 간의 정성이 느껴졌다. 백석 선생이 서예에 보이는 이 큰 열정이라면, 밴쿠버에서도 곧 서예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서예교실 등록문의: (604) 496-4982/(604) 777-1111

* 서예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들은 집필(執筆, 붓을 잡는 법)과 운필(運筆, 붓의 움직임)을 배우며 서예의 바른 자세를 배운다. 그리고 획 긋기를 익히며 3~4개월 동안 기초를 다진다. 기초가 다져지면 한문 서체의 정자체인 해서를 배운 후, 훈민정음체인 한글의 고체(古體)와 궁체(宮體) 등을 익히며 본격적으로 국, 한문 서체를 습득하게 된다. 서체를 배울 때는 백석 선생이 직접 써준 체본(體本)을 가지고 필사(筆寫)를 하는데,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서면 체본 없이 자신만의 서체로 글을 쓰는 법을 익힐 수 있다. 이 과정까지 섭렵한 수강생은 서예의 가장 고급체인 한문의 행서, 초서, 한글의 흘림체를 차례대로 배운다.

글∙사진=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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