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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만에 무공훈장, 감개무량합니다”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07-27 16:23

6.25 참전용사 이덕흥씨

2010년은 6.25가 발발한지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한국과 해외의 교민사회에서도 관련 단체가 여러 기념행사를 주최해 6.25의 뜻을 되새겼고, 캐나다도 올해부터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Korean National War Veterans Day)’로 제정해 참전용사들의 용기를 기리고 있다.

한국해군순항훈련전단이 4박 5일 일정으로 캐나다 밴쿠버항에 입항한 지난 7월 17일, 해군과 하찬호 주 캐나다 대사는 공동으로 함장에서 캐나다 참전용사 50여명과 가족들을 초청해 ‘6.25전쟁 참전용사 보은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보은 행사는 6.25전쟁 참전용사 훈장 전도 수여식도 열려 의미를 더했다. 하 대사로부터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참전용사는 부대장 추천을 받아 휴전 직후인 1953년 11월 1일 무공훈장 수훈자로 선정되었으나, 당시 훈장을 받지 못했던 이덕흥(해군신병 14기∙예비역 중사)씨였다. 이씨는 한국전 60주년을 맞아 캐나다 한인회와 주 캐나다 대한민국 대사관이 공동으로 벌인 무공훈장 찾아주기 운동 덕에, 국제법적으로 영토의 지위를 갖는 한국 해군함정에서 자랑스러운 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수여식 이후 이씨(78세·사진)와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인터뷰 장소에는 귀여운 손녀 3명이 함께 나왔다. 이씨는 캘거리에서 24년 이상 거주하다가 밴쿠버로 이주해온지 1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오자마자 좋은 일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먼저 훈장을 받은 것을 축하한다.
대사관에 가서 찾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군함에서 후배들과 참전용사들의 축하를 받으며 훈장을 받게되어 더욱 영광스럽고 고국에 감사드린다.

어떻게 57년 만에 훈장을 받게 됐나.
캘거리 있을 적에 韓∙加 합동 재향군인회에 회원이었다. 어느 날인가 다른 주에 사는 어떤 교민이 예전에 받지못한 훈장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우리도 캘거리 재향 군인회 회원 중에 혹시 훈장을 못 받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보니 내 이름이 올라 있었다. 마침 UBC에 다니는 손녀를 돌보러 밴쿠버로 이주를 해온 터라 밴쿠버 총영사관에 직접 찾아가 물어봤더니, 영사가 곧 해군순항훈련함대가 오니 함상에서 훈장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7월 17일에 양만춘함 비행갑판에서 훈장을 교부받은 것이다.

화랑무공훈장 수훈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
사실 몰랐다. 훈장이 수여된 시기는 1953년이었다고 한다. 그 때가 전시상황이고 워낙 혼란한 시국이어서 훈장을 교부받을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언뜻 얘기는 들었지만 낭설이겠지 하고 지나쳤었다.

참전 당시 어디에서 근무를 했었는지.
북한이 남침 했을 때, 난 창원∙마산 지역에서 해군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전시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급기야 인민군이 내려와 부산까지 침공하려던 찰나였다. 그 곳에서 우리 해군과 해병대가 합동으로 2~3주동안 아주 위험한 격전을 펼쳐 막아냈다.

그 때 모든 젊은이들이 내나라 내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애국 정신으로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걸었었다. 각오가 담긴 혈서를 쓴 동료도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우리 조국을 뺏기고, 전체가 공산화 되는게 아닌가. 그 때 같이했던 동료들을 생각하면 내가 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용감히 싸웠던 동료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전시상황에 대한 기억은 어떤가.
그 때는 말도 못할 정도로 사정이 아주 참혹했다. 군인은 물론이고, 시골에서 순박하게 살고 있던 민간인과 노인, 어린이들까지 모두 죄없이 목숨을 잃었다. 무엇보다 인민군하고 맞닥뜨렸을 때, 같은 동포끼리 싸워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재향군인회 회원이었으면 캐나다 참전용사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겠다.
조국도 아닌 다른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캐나다 참전용사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캘거리서 재향군인회 회원으로 있으면서 캐나다 참전용사들을 많이 만났다. 한국전 당시 부상을 입어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면 마음 속 깊이 안타까웠다.

제대를 언제 했고, 캐나다에 온지는 얼마나 됐는지.
휴전이 된 후에는 해군 사관학교 경리과에서 행정업무를 보다가 1959년에 제대했다. 당시 사병제도였기 때문에 일등병조(편집자주: 現 중사에 해당)로 제대했다. 제대 후에는 은행과 한국전력공사에서 일하다가 67년에는 동남아 브루나이의 미국해사에서도 근무했었다. 74년에는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이민생활을 했고, 86년에 캐나다 캘거리에 정착했다가 밴쿠버로 온지는 이제 2주 정도 됐다.

한국해군순항훈련전단이 왔는데 후배들을 보니 어땠나.
정말 감개무량했다. 나의 젊었을 적 시절이 새삼 생각나기도 했고… 훈장 수여식 후 같이 밥을 먹으며 후배들과 이야기했는데 너무 반가웠다. 해사 생도들은 옛날에 남자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여생도도 있으니 시대도 많이 변한 것 같다.

 

 

<▲7월 17일 양만춘함 비행갑판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보은행사’에서 이덕흥씨가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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