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필자는 젊은 시절에 캐나다에 유학 와서 반세기하고도 4년 이상을 살고 있다. 어느덧 갑진년
연말에 만 80이 되어 우리 나이 또래 사이에 많이 알려진 “80세의 벽”을 넘은 셈이다. 을사년을
맞으며 제일 먼저 마음에 떠 오른 것은 중고등 시절 역사 시간에 귀가 닳도록 들어온 대한제국
말기의 을사오적에 대한 기억이다. 아마도 요사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현상으로 현대판
을사오적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리가 자주 들려오기 때문이리라. 실로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은 온 세계가 인정하는 놀라운 발전을 했고, 그 발전의 기반에는 우리 민족의 우수한
자질과 지식을 소중히 여기는 민족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필자는 굳게 믿고 있다. 지난 을사년의
우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지혜와 지식이 있는 젊은 세대가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더욱 융성한 대한민국을 이뤄 나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이제”80세의 벽”을 넘었으니, 앞으로 살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짧은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뒤를 돌아보니 6.25라는
전쟁을 통과하고, 여러 고비를 넘기고, 캐나다에 와서 지금까지 호흡하고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내게 내리신 기적이라고 믿는다. 필자는 70세 중반까지는 일상, 즉 먹고, 자고, 걷는데 별
지장 없이 살아왔다. 젊은 시절 해군에 입대해서 훈련 중에 높은 다이빙대에서 잘못 추락하여
허리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 당시 며칠간 고생했지만, 다시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70 후반에 심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걷기가 불편해지면서 척추 전문의와 신경 전문의를
통해 심한 척추관 협착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척추 전문의는 고통이 심하면 수술을 하거나
주사를 맞으라고 했고, 신경 전문의는 오른쪽 다리 정강이가 감각이 없게 된 것은 척추관 협착으로
신경이 눌려 있기 때문인데 운동을 통해서 고통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하지 않고 일 년 이상 수영장에서 걷기 운동으로 재활에 열중한 결과 쌍지팡이를 짚고 15분
내지 20분까지 걸을 수 있게 되었다.
80세가 되어가니 먼저 청력에 이상이 생겨 2년 반 전에 보청기를 장착했고, 보통 젊은이에게
있다는 급성 맹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1년 전에 수술했다. 최근에는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 안경
없이도 운전하고, 깨알 같은 글자 (보통 약병에 쓰여 있는 글자)도 안경 없이 읽었었다. 눈은 매년
정기검진을 해왔었고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운전하는 중에 몸이 좀 피곤하면 가끔“Double
Vision”이 되어 차와 차선이 이중으로 보여 안과 의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왼쪽 눈 아래 눈썹이
바깥 방향으로 자라야 하는데 안쪽으로 자라서 시야를 방해한다는 결론이 나고, 또한 양쪽 눈
백내장 수술도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백내장 수술을 하려면 눈썹 방향 교정 수술이 선행되고
완치된 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자연히 운전할 수 없어져 집사람이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눈썹
방향 교정 수술은 8주 만에 완치되었다. 백내장 수술은 보통 6주가 지나면 다른 쪽 수술을
시행하는데 왼쪽 눈 수술 후 정부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은 코비드 백신을 맞으라는 통고가
나왔다. 백신 맞은 후 6주가 지나야 다른 눈 수술이 가능하다 하여 모든 눈 수술이 끝난 후 장장
8개월 만에 놓았던 운전대를 최근에 다시 잡게 되었다. 약간 어색하기는 했지만 금방 익숙하게
되었다.
이제 자동차로 치면 내 자신은 재정비가 된 셈이고, 재정비된 몸을 가지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지내나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현재는 우리가 살아온 과거와 너무나
다르게 변하여 마치 시골에서 대도시를 처음 방문했을 때를 연상시킨다. 초 연결 시대가 되어 많은
사회생활이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고, 지식 습득이 거의 무상이 되고, 수명은 길어지고, 우리가
알던 직업들은 사라져 가고 있다. 활동이 불편한 필자로서는 새로운 일 시도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다만 바라는 것은 몸 관리를 온전하게 해서 자녀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이웃과 화목하여
폐를 끼치지 않으며, 자녀 손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사회생활은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변하는 것은 분명하나, 인간의 본성은 동서고금을
통해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본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는 반복되고, 그래서 현세대의
삶도 항상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자라나는 자녀 손에 폐를 끼치지 않고 삶에 도움을
주려면 먼저 서로 자주 만나고 의사소통을 이루는 것이 필수인데, 요사이 핵가족 시대가 되어 한
타운에 사는 것도 드문 시대다. 다행스럽게도 통신 기술의 발달로 거리와 관계없이 음성으로,
영상으로 소통을 할 수 있다.
육체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이 최선이라고 한다. 매일 7,000보를 목표로 세우고 공원에 나가
걷기도 하고, 집안에서 제자리걸음으로 채우고 지낸 지 15년이 되었다. 치매를 예방하는 데는
정신 운동이 필수라 한다. 요사이 독서는 SNS를 통해 충분히 하는 셈이고, 좋다는 영화나
드라마를 섭렵하며 지내고 있다. 자녀들과 소통하기 위해 손주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고 논평하며,
손주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같이 시청하기도 한다. 외국어를 새로 배우는 것이 좋다고
하여 인터넷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었다. 특히 인터넷“챗트”방을 통해
손주들의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성경 구절, 동서양의 고전 인용 구절, 동서양의 속담,
탈무드의 인용 구절을 매일 아침 어렸을 때의 사진 4장씩 같이 보낸 지 2년이 넘었다. 손주들이
읽고 가끔 고맙다는 답신을 보낼 땐 참으로 마음이 기쁘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우리 손주 세대가
전쟁과 분쟁이 없는 환경에서 세계적으로 소통하며 평화스럽게 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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