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나는 그동안 이 신호등 앞에서 몇 번이나 멈췄었을까
꾸고 나서 벌써 잊은 꿈을 기억해 내려는 듯
이정표 없는 갈림길에 홀로 서 있는 듯
그런 표정으로 파란불만 기다리던 지난날
이제는 달라지고 싶다
차창에 낙하하는 수천 개의 빗방울에 고마워하자
빗방울이 고마우면 세상에 고맙지 않은 게 없겠지
누구라도 잡아두지만 때가 되면 보내는 신호등
어디서 긁혔는지도 모르는 상처는 아프지 않아
신호등처럼 보내면 떠나는 걸 알아도 아프지 않아
품 안에서 날아간 지 오래된 자식들
목숨같이 사랑해도 떠나가면 기다릴 일만 남지
나뭇가지 주워다 마음 둥지 고치며
담담하게 감사하며 그렇게 살아볼게
늘 나를 놓아주는 내 이웃 신호등
너처럼 보내주기 나도 해볼게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