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어떤 눈물

최원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1-20 13:33

최원현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벌써 14년 전이다. 한 방송사가 47주년 특별 기획이라며 보여주던 다큐멘터리는 참 충격적이었다. 우연히 채널을 돌렸다가 보게 된 프로였는데 지금도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지구 온난화로 사냥터를 잃어가는 북극곰의 눈물, 빨리 녹아 사라져버리는 작은 유빙流氷에 갇힌 바다 코끼리, 사라지는 툰드라에서 이동하는 순록 떼의 모습은 결코 아름다운 영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로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기후 현상에 그 프로의 내용을 연관시켜 보니 짐짓 가슴이 서늘해진다.
2018년 여름엔 서울의 기온이 40도까지 올랐었다. 2020년 여름에는 55일 간이나 중부 지방에 장마가 계속되었다. 지난해 3월엔 경북 울진에서 열흘 간이나 산불이 지속되었다. 8월에는 강남 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강남 역 일대가 다 침수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물론 환경적 시설의 배수 설계 등 잘못도 있겠지만 이렇게 많은 비나 기온 상승은 사람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자연현상이 아닌가. 국내 뿐 아니라 파키스탄에선 무려 3개월이란 긴 대 홍수로 영토의 1/3 이 잠겨 1,700명이 사망하고 3 천만 명이 수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상 기후는 물 부족을 낳아 흉작을 만들어 식량 위기로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한다. 기후 위기가 사회 위기, 경제 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우리 문인들이 나무 심기에 나섰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온실가스와 숲의 파괴에 있다는 인식에서 였다. 온실가스는 지구로 들어오고 나가는 복사 에너지의 균형을 깨뜨리는데 제조, 교통, 난방 등 인간 활동의 결과로 생겨나는 것들이다. 산업혁명 전 수천 년 동안은 자연적 순환과 균형이 이뤄지던 것이 인류의 생활 환경이 과학 문명 편의주의 화 하면서 산업화의 발달은 지구의 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캐나다 남부 리턴 지방의 50도라는 100년 만의 최고 기온이나 미국 서부 데스 밸리의 56도라는 140년 만의 폭염, 동토凍土인 러시아 모스크바가 35도를 기록하는 등 기후 이상은 2021년의 지표면 온도가 16.73도로 142년 관측 이래 최고가 되게 했다.
뿐인가. 호주에선 6개월 동안이나 산불이 나서 우리나라 면적의 83%에 달하는 산림 면적이 불타버렸고, 북극 온도는 최근 10년 새에 1도 나 상승하여 바다 수온 상승으로 플랑크톤이 다 죽는가 하면 천 년을 유지해 왔던 해수면이 최근에는 45분마다 축구장 면적만큼 침수되어 2050년이면 방글라데시 국토의 17%가 침수될 것이라 한다.
  이제 전 세계는 이런 기후 현상으로 심각한 가뭄과 사막화에 영구 동토凍土의 해빙으로 고대 냉동 바이러스를 부활시켜 코로나19 이상의 팬데믹이 예상된다. 이러한 기후 및 기상 이변으로 동식물이 멸종될 수 있고 사람도 거기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래도 나이 든 우리야 어찌 살다 죽는다 해도 우리 후손들은 어쩌란 말인가. 지구 상에서 없어져 버린 멸종 동물이나 식물처럼 우리 후손들이 그렇게 되도록 해선 아니 되지 않겠는가.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크게는 이런 재앙이 오지 않도록 세계가 함께 위기감을 갖고 대처하는 일이 급할 것 같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재생 에너지의 사용을 늘리는 국제적 협력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사계절이 아름답던 우리나라도 봄은 2주로 줄어들었고 가을은 채 사흘도 안 된다는 데 무어라도 해봐야지 않겠는가. 모든 것이 산업화의 결과라면 최소한의 불편은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버려지는 것을 줄이려면 새것을 줄이고 재 사용을 늘리며 친환경 기업, 친환경 정책에 힘을 보태주는 것도 솔선해야 할 것 같다. 잘 먹고 잘 쓰고 더 편하게 가 가져온 오늘의 이 현상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100년 후 우리 후손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얼어서 눈으로 내려야 할 수증기가 온난화로 비가 되어 내리면 빙하는 더 빨리 녹을 수밖에 없다. 난방·온실가스·탄소 배출 증가는 우리를 죽이는 마약 같은 것이다. 오늘 내가 한 행동들 하나하나를 돌이켜본다. 하지 않아야 할 것, 고칠 것을 먼저 생각하고 나무를 심던 마음으로 지구 환경을 푸르게 만들어 우리의 미래인 후손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내 눈물 어린 줄임과 고침과 막음이 필요할 것 같다.
  자꾸만 오래전에 보았던 북금 곰의 눈물이, 바다 코끼리의 슬픔이, 툰드라에서 이동하는 순록들의 모습이 눈에 어려 나도 모르게 눈물을 머금게 한다. 지구의 위기는 곧 나의 소멸이 아니겠는가.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봄밤 2024.04.22 (월)
언제 와 닿았을까벚꽃잎 살랑이는 듯한 손짓어리여린 초록빛 말 한마디깡깡 얼었던 맘을 동그랗게 녹여내고눈 녹아 흐르는 개울물처럼속살대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마음이 간질거린다사랑이 왔구나
이인숙
곁에서 2024.04.22 (월)
첫 인터뷰를 했다. 캐나다로 돌아와서 쓸 수 있는 글과 써야 하는 글 사이에서 고민했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한인 이민자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을 기록하고 싶었다. 평범한 이민자인 부모님의 낡은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의 반경을 넓히는 작업이다. 이민자는 모국에서 만큼 인정받을 기회가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이야기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알아주는 이 없는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휘발되기 전에 쓰고...
김한나
  머리가 허연 사내 하나가 털이 하얀 강아지 한 마리와 동네 골목을 산책 중이다.산책하고 싶어 한 게 개였는지 사내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강아지가 앞장서고 사내가 뒤를 따른다. 강아지가 길모퉁이에 멈춰 서 있다. 아랫도리를 낮추고 볼일을 보는 개를 사내가 조용히 기다려준다. 꽁초 한 개비 마음 놓고 못 버리는 인간의 거리에 천연덕스럽게 응가를? 무슨 상관이냐고, 갈 길이나 가시라고, 녀석이 흘끔 위 아래로 훑는다. 녀석이 일어선다....
최민자
시와 종교 2024.04.22 (월)
고통과 시련으로 가슴에 든 멍을 씻어주는시는 훌륭한 마음의 의사무언가 될 듯 안 될 듯할 때의 괴로움이無 자의 깊은 화두가 되어참회의 순간으로 깨달음을 구하네꽃잎이 지고 말라도 봄 날봄바람은 다시 찾아와꽃을 다시 피우고나비로 다가와 시의 향기를 풍기네때론, 울긋 불긋 가을 바람에귀뚜리 소리가 눈물 짓게 하고하얀 눈 발이 날리는 겨울에는외로움에 시를 쓴다네보고 읽고 듣는 시마다시구는 생겨났다 사라져도생의 길잡이로깨달음이...
강애나
풍경 속 평온 2024.04.15 (월)
햇빛 가리개 구름은머리에 하이얀 솜털을뒤집어 쓴 산봉우리를살포시 허공을 헤엄친다하늘의 풍경을 그대로 담은바다의 모습은 그지없이 평온하다바다와 산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그냥 묵묵부답으로 본연의 자태를 취할뿐아무런 댓가를바라지 않는다하늘과 산과 바다를멀리서 지켜보는저 학동은 그지없이유유자적한데저 멀리서 뜬금없이먹구름 하나가비를 몰고오네 
구대호
영원한 이민 2024.04.15 (월)
  “권장로님, 아버지께서 오늘 아침 천국으로 아민을 떠나셨기에 환송 예배를 드립니다.” 친구 딸아이의 멧시지 였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주권 가운데 나의 사랑하는 친구 문장로가 지난주 4월 1일 새벽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주님이 계시는 천국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했다. 그와 나는 오랫동안 신앙의 친구요 교회의 동료로 함께 해 왔다. 그는 과묵하면서도 유머가 많아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말이 별로...
권순욱
밟아라 2024.04.15 (월)
 서울에 사는 영적 동반자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영화 <사일런스>를 꼭 보라며 청주 상영관까지 알려줍니다. 그때부터 제 머릿속은 영화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전에 그 영화의 원전인 『침묵』이라는 소설을 감명 깊게 읽고 가끔씩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충북 내 영화관이 똑같이 종영하는 날, 가까스로 진천에 가서 영화를 보았습니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엔도 슈사쿠의 소설...
반숙자
셀카 증명 시대 2024.04.15 (월)
세상은 변했어기우뚱 거리다 기울어 지다 엎어졌어마음을 나타내려 해도 이제는환적의 경유지를 밝혀야 하고무게의 중량을 홀수선에 남겨야 하는"마음 속으로" 는 사라지고"보시다시피"로 증명 해야 하는 세상마음을 찍을 수 없는 셀카에 의존하는증명사진 유행의 시대, 증명사진 요구의 시대여보시게나자네들과 나 사이에는이심전심의 토양에서우정 이라는 길을 돋우고 다지며믿음을 넓히고 오해를 메우는, 마침내무엇이든 실어 나르는 큰 길모여...
조규남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