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애나 / 캐나다 한극문협 회원
빨랫줄에 걸린 이불 홑청을 볼 때 마다
할머니 생각난다
풀 물에 담가서 마른 잎사귀처럼 바스락 거리던 홑청
할머님의 신발과 지팡이를 치우던 날
하얀 홑청이 눈물이 되어 한 장의 젖은 손수건이었다
항상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르시며
고향으로 가실 꿈을 꾼 할머니
손 마디 굵은 주름 구부러진 손가락
삐뚤 빼뚤 오라버니 전 상서는
어릴 적 하얀 이불 홑청 속
숨바꼭질 생각난다는 할머니
갈 낙엽으로 메말라진 몸매에도
어릴 적 상상의 꿈을 간직한 소녀 할머니
갈 수 없는 고향 땅 쓰고 또 써 봐도
부칠 수 없는 오라버니 전 상서
생전에 촉촉이 눈물 지으며
하얀 이불 홑청 속으로
그리움을 적시는 리북의 꿈
내래 고향이 리북 평양이야요
어케 남한에 내려와서리
죽지 않으면 고향에 꼬옥 갈 꺼이다
이젠 그녀 꿈도 저 뭉게구름 속으로 숨어서
저 펄럭이는 하얀 이불 홑청 속에서
리북과 이남을 자유로이 왕래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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