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작년 여름 휴가철에 두 아들이 주말 휴가를 제안해서 모처럼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COVID19로 인해 많은 사회적 제약을 견뎌내고 다행히 아무런 탈 없이 지내 온 것에 감사했다.
맏아들은 회사 일로 뉴욕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라서 저녁 늦게 도착하여 하룻밤 지내고 아침에 함께 떠날 계획이었다. 단 네 식구만의 움직임이라 기대가 컸다. 새벽에 아들이 서두르며 나가려 하기에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밤중에 메시지를 받았는데 회의에 참석하여 며칠 동안 함께 지낸 사람 중 하나에게 COVID19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모두 검사하라고 해서 근처에 있는 London Drug에 가려는 참이라고 했다. 마침 준비해 두었던 검사기가 집에 있어서 검사해 보았더니 안타깝게도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우리와 제대로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 채 곧바로 자기 처소로 떠나버렸다. 어쩔 수 없이 작은아들 혼자 우리를 태워 Osoyoos로 향해 출발했고, 성수기여서 호텔 숙박비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세 식구가 무사히 다녀왔다. 그때만 해도 마스크 쓰고 여러 가지로 조심해야 하는 때였지만.
한 해를 지나며 코로나가 거의 안심 상태이고 올봄에 아들들이 다시 짧은 여행을 제안해서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따라 나서기로 했다. 부모에게 추억을 남겨주려는 마음들이 매우 고맙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아빠가 계획하고 부담하고, 손주들 데리고 모국 방문도 했는데 몇 년 사이에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우리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어 이제는 차세대에게 모든 것을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전 아홉 시 반경에 출발하여 시내를 벗어나고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청명한 날씨에 기온도 적당하고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심정이다. 앞 좌석에 두 아들이 번갈아 운전하고 노인들은 뒤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어릴 적 자기들을 태워서 여행 다녔던 이야기 나누는 사이에 호프(Hope)에 이르러 DQ (Dairy Queen) 주차장에 들어왔다. 옛날에 이곳을 지날 적마다 쉬면서 먹던 Blueberry Sundae를 잊을 수 없다고. 주 중이어서 교통은 바쁘지 않으나 길 고치는 곳이 자주 있어서, 정부가 돈을 길에 많이 쓴다고 했더니 그래야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나!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목적지인 Vernon에 도착하여 시내를 통과하는데 도시가 꽤 많이 변해 있음을 알게 됐다. 작년 휴가 때와 달리 가정집을 빌려서 네 식구가 한 공간을 쓰는 경험을 해보았다. 호텔에서 각 방에 투숙하여 문자나 전화로 통신하기보다 어릴 적 한 집, 한 층에 살면서 마주치며 지내던 것을 체험해 보자는 것이다. 경제적이기도 하고 아침에 주방에서 커피를 끓여 마실 수도 있고, 좋은 생각이었다.
지역 관광 명소 중에 꿀벌의 생태를 듣고 보며 갖가지의 꿀맛을 볼 수도 있었다. 여왕벌 한 마리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호수를 안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에 BC 주에서 골프 치는 값이 가장 비싸다는 골프장이 높은 산 위에 있어 어떤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여름을 즐기나 올라가 보았다. 개인 주택도 많지만, 골퍼들의 유원지로 콘도가 들어서 있다. 여름에 어떻게 이 높은 지역에 물을 올려서 잔디를 파랗게 유지하는지 의문이다.
여행하면서 평상시에 듣지 못했던 아들들의 마음을 알게 되어 흐뭇하다. 특히 바쁜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서 형제의 정을 나누는 모습이 부모로서 뿌듯했다. 어릴 적에 좋은 동네에서 좋은 학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부모님 덕에 이곳저곳 다니며 추억을 많이 갖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하면서.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다른 곳으로 또 가보자고 해서 얼른 동의 했다.
부모님 모시고 관광 다닐 때 즐거워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며 손주들이 모는 차를 타 볼 수 있겠느냐고 하시던 말씀이 우리의 모습이 되었다. 오늘은 어떻게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이 하루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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