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다둥이네 막내

이은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10-04 09:47

이은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나이아가라의 기후가 온타리오에서는 가장 온화하여 미국의 캘리포니아라고도 한다. 이리호와 온타리오 호수 사이에 나이아가라 강과 폭포를 통해 3면이 물이라 나이아가라 반도라고도 한다.
기후가 좋아 온타리오 포도와 꽃 생산의 70% 이상이 나이아가라에서 이루어지고, 아름다운 자연과 관광거리가 모두 지척에 있어 많은 공직자들이 은퇴 후 이사를 와서 정착을 한다. 얼추 서울특별시 면적에 인구가 고작 20여만명 정도에 골프장만도 50개가 넘는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은 곳곳에 주택단지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민초기에 유럽에서 온 캐네디언들은 꽃이 없으면, 밥도 안 먹는다고 할 정도니 꽃 상품을 활성화하라고 대기업 마케팅 매니저의 조언을 들었다. 다들 힘들다 하고, 마땅한 정보나 경험도 없어 몇년간 고생할 때 부터 도움을 준 꽃농장을 하는 좀 특이한 집이 다둥이네다.
70 이 가까운 비슷한 연배인데 자녀들이 10명이 넘지만, 모두 학교를 안 보내고 부인이 집에서 직접 가르치고 함께 근로하는 대단한 가족이다.

한 두 명 자녀를 키우기도 아이들의 주장이 세서 힘들고 갈등이 많은 세상인데, 그 많은 아이들이 꽃 농장에서 함께 일까지 하면서도 서로 돕고 아끼며 즐겁게 사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하다 보니, 지금은 농장도 크게 늘리고, 꽃도매가 훨씬 늘어 나이아가라 지역 다른 꽃농장들의 상품을 모아 도매를 맡아 준다. 겉으로 보면 이런 집 맏 며느리 자리는 어느 처자라도 반대할 만도 하다. 그래도 첫째는 이런 환경을 마다 않은 처자와 결혼하여 온 가족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며칠 전 오랜만에 가을 국화시즌 준비를 하느라 할매 대신 갔다. 점심 무렵이라서 인지 열살 쯤 되는 막내가 작업용 큰 4륜 ATV 에 매달리듯 달라붙어 쏜살같이 드넓은 꽃밭으로 달려 왔다. 어린 것이 부모와 형들이 하는 것을 보고 몸에 배인 듯 날씨며, 꽃 매상 등을 줄줄이 재잘대면서 국화 고르기부터 포장과 상차까지 어른들처럼 능숙하게 도와주었다. 중년의 어른들도 무거운 꽃 화분들을 사다 가 진열하고 차에 실어 오고 가는 것이 힘들어 꽃 장사를 마다 한다.

오래하다 보니 유리 공장 직원들이 유리를 종이 다루듯 하는 것처럼 좀 버거워도 화분을 한 번에 네 개씩 들어서 옮기니 큰 형들도 그렇게 한다며 따라 했다. 백발의 할배도 하는 것이니 만만해 보이는 것 같았다.

너무 어려서 애처로워 보여 걱정되니 구경이나 하라고 해도 집안의 문화라 늘 하는 일이라며 걱정말라며, 올 시즌에는 어떤 종류들을 얼마나 많이 살 것이며 언제 또 올 거냐는 등....대화를 이어가며, 계산은 담당인 형에게 하고 가라고...

가끔 지인들이 사오는, 차에 실려 있던 한국의 쿠키 한 상자를 주며 한국에서 유명한 것이라고 하니 희색이 만면하여 인사를 하며 식구들과 나눠 먹겠다고 꼭 끌어 안고 ATV 를 몰고 쏜살같이 집으로 갔다. 영락없는 귀염이나 받을 어린 아이인데, 참으로 어엿하고, 착하며 대 여섯 살 되는 조카들까지 온 가족들 속에 어울려 행복한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학교, 공부, 출세가 기준이 되었던 우리 문화에 따라 산전수전 다 겪으며 그렇게 살아 백발이 내린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 자녀들은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만, 과연 이 다둥이네 막내 녀석 보다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위잉잉!“뭐야! 기분 나쁘게.”나는 이어폰 볼륨을 좀 더 높였다.‘바보야, 그래가지고 들려? 더 높여야지!’뒤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이상하네? 녹음할 때 잡음이 들어갔나? 내 귀가 잘못됐나?’나는 이어폰을 뽑고 면봉을 찾아 귀를 후볐다.‘아악! 하지 마! 아파!’“엄마야!”나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집안은 고요했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음악을 더 크게 틀었다.‘히히, 볼륨을 더, 더 크게 올려야지!”“누, 누구야?”소름이 오소소...
이정순
절친 2024.04.30 (화)
   자연 속에는 서로 반겨주는 친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울긋 불긋 물든 단풍과 그와 잘 어울리는 단짝 낙엽, 따스한 봄 볕과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개나리, 흐르는 강 줄기와 강물에 치덕 치덕 내리는 빗줄기. 며칠 전 강변에서 비 님과 호젓한 시간을 보내었어요. 우산에 떨어지는 사근 사근 빗방울 소리 들으니 공연히 실룩 거리는 입에서 맥없는 웃음이 나왔어요.저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꼭꼭 숨겨둔 절친이 있어요....
박혜경
송금 전표 2024.04.30 (화)
낡은 지갑 속에서낡은 쪽지 한 장을 발견 한다아버지 이름으로 입금된 송금 전표싸늘한 시체처럼 싸느랗게 떠오르는 이름 석 자이제 그 이름으로 입금 시킬 아버지가 없다적은 금액 속에 묻어 나는 까만 눈물풍수지탄風樹之嘆, 풍수지탄風樹之嘆내 얄팍했던 지갑이 원망스럽다아니다, 아니다 얇은 지갑이 죄가 아니다지갑 속에 숨어 있던 내 양심이 죄다아버지께 송금된 마지막 교신이 세상 큰 바다를 건너가신 마지막 흔적이제는 입금 시킬 곳 없는...
이영춘
봄밤 2024.04.22 (월)
언제 와 닿았을까벚꽃잎 살랑이는 듯한 손짓어리여린 초록빛 말 한마디깡깡 얼었던 맘을 동그랗게 녹여내고눈 녹아 흐르는 개울물처럼속살대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마음이 간질거린다사랑이 왔구나
이인숙
곁에서 2024.04.22 (월)
첫 인터뷰를 했다. 캐나다로 돌아와서 쓸 수 있는 글과 써야 하는 글 사이에서 고민했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한인 이민자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을 기록하고 싶었다. 평범한 이민자인 부모님의 낡은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의 반경을 넓히는 작업이다. 이민자는 모국에서 만큼 인정받을 기회가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이야기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알아주는 이 없는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휘발되기 전에 쓰고...
김한나
  머리가 허연 사내 하나가 털이 하얀 강아지 한 마리와 동네 골목을 산책 중이다.산책하고 싶어 한 게 개였는지 사내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강아지가 앞장서고 사내가 뒤를 따른다. 강아지가 길모퉁이에 멈춰 서 있다. 아랫도리를 낮추고 볼일을 보는 개를 사내가 조용히 기다려준다. 꽁초 한 개비 마음 놓고 못 버리는 인간의 거리에 천연덕스럽게 응가를? 무슨 상관이냐고, 갈 길이나 가시라고, 녀석이 흘끔 위 아래로 훑는다. 녀석이 일어선다....
최민자
시와 종교 2024.04.22 (월)
고통과 시련으로 가슴에 든 멍을 씻어주는시는 훌륭한 마음의 의사무언가 될 듯 안 될 듯할 때의 괴로움이無 자의 깊은 화두가 되어참회의 순간으로 깨달음을 구하네꽃잎이 지고 말라도 봄 날봄바람은 다시 찾아와꽃을 다시 피우고나비로 다가와 시의 향기를 풍기네때론, 울긋 불긋 가을 바람에귀뚜리 소리가 눈물 짓게 하고하얀 눈 발이 날리는 겨울에는외로움에 시를 쓴다네보고 읽고 듣는 시마다시구는 생겨났다 사라져도생의 길잡이로깨달음이...
강애나
풍경 속 평온 2024.04.15 (월)
햇빛 가리개 구름은머리에 하이얀 솜털을뒤집어 쓴 산봉우리를살포시 허공을 헤엄친다하늘의 풍경을 그대로 담은바다의 모습은 그지없이 평온하다바다와 산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그냥 묵묵부답으로 본연의 자태를 취할뿐아무런 댓가를바라지 않는다하늘과 산과 바다를멀리서 지켜보는저 학동은 그지없이유유자적한데저 멀리서 뜬금없이먹구름 하나가비를 몰고오네 
구대호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