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20대 청년이 가게로 들어왔다.
요즘은 누구나 마스크를 안 쓰면 들어오지도 못하게 해서
일반 손님인지 강도인지 구분이 힘든데 느낌이 써늘해서
설마 하면서 몽둥이와 가스총 위치를 점검했다.
특별히 뭘 사려는 행태가 아니라 긴장을 하는데
물건을 두 개를 들더니 곧바로 출구 쪽을 향해 돌아서더니
달아나기 시작을 해서 카운터를 돌아 입구까지 20미터는 뒤져서
고함을 치며 따라가니 잽싸게 속력을 내서 달려갔다.
귀가 길의 옆 건물의 여자 요가 강사가 달아나는 도둑 앞에 있어
발만 걸어도 잡을 수 있겠는데 해꼬지를 할가 봐 도와 달라고도 못했다.
젊은 청년을 따라잡는 방법은 고함을 질러 서둘게 하면서 천천히
꾸준히 따라 가는 길 밖에 없다 싶었다. 달림이의 기본...
백발 노인이 꾸준히 따라가니 겁이나서 뒤를 돌아보다가 건물 코리도
기둥에 부딪혀 쓰러지는 바람에 따라잡았다. 저항을 했지만 물건만 뺏고
때리거나 경찰을 안 부르니 잠시 대들려다가 줄행랑을 쳤다.
놀란 것은 지켜보고 있던 30대 여성 요가 강사였다. 다 괜찮다고 하니
안도의 한 숨을 쉬며 귀가를 서둘렀다.
전문 강도가 아닌 것이 다행이고, 오랜만에 대신 일을 한 집사람을 교대해준 지
불과 10분만의 일이라, 할매 혼자 있었으면 큰 사고가 날수도 있었다 싶은데
잘 마무리 지어 신년 액땜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전문 강도였으면 흉기나 만만한 노인에게 주먹질이라도 했을 텐데,
신고하거나 혼 내키지 않은 것 만을 다행으로 알고 줄행랑친 것을 보니
혼이라도 내고 훔친 물건을 주어서 보낼 걸 그랬다 싶었다.
포도나 딸기 등을 서리 맞고도 누군지 짐작이 가도 잡지 말고
가지는 꺽지 않도록 소문을 내라시던 할아버님을 생각하니
머리카락만 백발이 되었다 싶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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